다만, 그것이 다른 요인에 의해 경제적 성과의 차이 이상으로 더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또 앞서가는 부문의 성과가 뒤따라오는 부문에 영향을 미쳐 경제 전체적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중소기업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조적 요인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환율정책을 보면, 최근 2~3년 동안 원화를 저평가 상태로 계속 유지해 왔는데, 정상적인 경제논리로 본다면 벌써 오래전에 1천원대 수준으로 절상됐어야 한다.
환율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로는 제로섬 게임이다.
저평가 정책이 수출에는 절대적인 기여를 했지만, 내수부문으로 가야 할 자원이 수출부문으로 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극단적으로 말해, 수출 기업에 달러당 200~300원의 보조금을 몇 년간 지급해 온 셈이다.
또한 원화가 평가절하된다는 것은 소득이 그만큼 평가절하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구조에서 내수가 안 살아나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몇 조원의 지원책을 쓴다고 중소기업 문제가 풀릴 수 없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처럼 양극화를 초래하는 그 밖의 다른 구조적인 요인들은 없는지 경제정책 전반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오랫동안 많은 지원정책을 써왔지만,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나? = 중소기업 문제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접근방법으로는 절대로 문제를 풀 수 없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6.7%, 생산의 51.6%, 수출의 42.2%를 담당할 만큼 국민경제에서 이미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이라는 영역을 따로 떼어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문제가 곧 한국 경제의 문제다.
중소기업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 한국 경제의 문제에 대한 답도 저절로 나온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금융, 판로, 기술, 인력,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결국은 경쟁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경쟁력이 있다면 좋은 인재들이 찾아오고,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의 위기를 겪는 이유는 뭔가. 간단하다.
경쟁력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력은 기업들이 경쟁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그 결과로서 얻게 되는 것이지, 누가 그냥 주는 게 아니다.
- 중소기업의 국제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 국제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지만, 국제화 수준은 굉장히 낮다.
국제화라고 하면 수출을 늘리고,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국제화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내수 기업들도 국제환경을 염두에 두고, 그런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영을 하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원료조달에서부터, 인력정책, 가격 결정 등 경영의 전 단계, 밸류 체인의 전 단계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추지 않고, 조금 어렵다고 중국으로 옮기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2~3년 내에 금방 중국 기업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모든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영을 한다는 전제하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고, 거기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조만간 결국 다 탈락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 연구원에서 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기 위한 거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단순하게 중소기업들 불러모아 일회적인 교육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 우리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싫든 좋든 이 길밖에는 없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사회적 합의와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잠재력도 있다.
그런 잠재력이 잘 드러난 사례가 바로 IT와 BT다.
이제는 그 성과를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사회 전체가 고부가가치, 글로벌 경영쪽으로 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처지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런 문제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 사람, 돈, 기술이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으로만 몰린다.
개선책은 없나. = 우리 사회의 인세티브 구조가 굉장히 잘못돼 있다.
누구나 비슷한 노력을 하면 비슷한 성과가 나와야 하고, 거기서 경쟁의 우열이 귀결되어야 한다.
그게 시장원리다.
하지만 지금은 원천적으로 출발선부터가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
이공계 문제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해도,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처음 월급은 적지만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잘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분명한 메리트가 있어야 좋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간다.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꾸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생을 했지만, 성공하고 나서는 대기업에 간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이런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
정부에서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런 성공 사례가 3만개, 4만개 자꾸 쌓여나가면, 그게 바로 중소기업과 한국 경제가 잘되는 것이다.
- 중소기업 금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 우선 신용보증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모럴 해저드나 성과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보증 시스템을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원에서 보험 성격을 가미해,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시안적으로 1차 보고서가 이미 나왔다.
정책화하려면 아직은 다듬어야 부분이 많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은 전환기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과 재검토가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좀 더 시장친화적이고 경쟁적인 구조로 바뀌어나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
-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 이제는 특정 대기업 집단을 밀어주는 식의 정책이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 못하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어차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대립적인 것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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