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가장 어린 막내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힐튼호텔에서 경력을 쌓았다.
객실 판매는 2003년 귀국해 소피 앰버서더 호텔에 자리를 잡으면서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 특1급 비즈니스호텔 JW 메리어트로 옮기면서 그가 맡게 된 영역은 외국계 반도체 회사와 화장품 업체. 네비게이터 달고 하루 5개 업체 발문 “처음에는 반도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단순히 칩을 만든다는 정도였죠. 밤새도록 인터넷도 뒤지고, 틈틈이 전문가들에게 도움도 받으면서 어려운 전문용어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갔지요. 요즘은 IT관련 뉴스나 잡지들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어요.” 그가 업계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비즈니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비확장 계획을 내놓으면, 관련 장비업체들간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시작된다.
임씨는 “작은 칩 하나를 만드는 데 280개 공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찰을 통해 최종계약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해외에서 엔지니어들이 들어오게 된다.
많게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들이 몇 달씩 호텔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모든 게 결정된 뒤 움직이면 이미 늦어요. 미리 준비해서 제안을 해야 우리 호텔로 끌어올 수 있지요.” 지난해 JW 메리어트는 2000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하얏트 호텔을 제치고 비즈니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임씨 역시 방 수로는 1600방, 무려 30억원어치를 팔았다.
물론 이것은 연간계약을 기준으로 따진 실적이다.
해외 출장수요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개 호텔을 정해놓고 1년 단위로 미리 계약을 맺는다.
- 영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의사 결정을 하는지 빨리 파악해 내야 해요. 그 회사의 사장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비서가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요. HR 트레이닝이라면 교육담당부서를 만나야 하고, 세일즈 미팅이라면 마케팅 부서와 접촉해야죠.”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한국 담당자는 정보수집만 하고 최종 결정은 본사에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라면 국내 담당자에게만 아무리 ‘푸시’해도 소용이 없다.
세계 최대의 호텔 기업인 메리어트의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푸시 앤 풀’ 전략이다.
“세일즈맨들은 대부분 말하기를 아주 좋아하고, 성격이 적극적이지요. 하지만 결국 판매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읽고 맞추어 줄 때만 이루어져요. 우리 호텔이 좋다는 말을 백 마디 하는 것보다, 뭘 원하는지 먼저 듣는 자세가 필요한 거죠.” 하지만 이때도 중요한 것은 핵심을 잡아내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를 100% 들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고객회사에서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예산인지 아니면 다른 부가적인 서비스인지 판단해야죠. 예산이 문제라면 다른 서비스들은 대폭 줄이고, 서비스가 중요하다면 셔틀버스나 인터넷 무료접속 등을 넣어주는 거죠.” 임씨는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반도체 회사와 화장품 업체들이 모두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다.
“반도체를 맡으면서 차에 네비게이터를 달았어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대부분 경기도 지역에 있거든요. 하루 평균 5개 업체를 도는데 심지어는 천안까지 내려갈 때도 있어요.” 덕분에 경기도 일대의 지리는 웬만한 택시운전수보다 훤하다.
그는 “데이트할 때 길을 너무 잘 알아 남자들이 놀라곤 한다”며 웃는다.
이러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는 필수다.
“영업을 하려면 우선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업체를 돌고 사람 만나는 일을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하니까요. 피곤하고 지친다고 그냥 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요가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업하면서 힘들 때는? “영업은 항상 새롭고 역동적인 반면, 정해진 업무를 하는 분들보다 한계를 느낄 때도 많아요. 열심히 했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어느 정도는 운도 같이 작용을 하는 거죠.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안됐을 때는 정말 좌절감도 들지요.” 그렇다고 놓친 것을 아쉬워하거나 뒤돌아보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경우 미묘한 문제들이 가끔 벌어진다.
바로 반도체 업계의 거인 삼성전자와 신라호텔이 공교롭게도 같은 삼성 계열사인 것이다.
심씨는 “호텔 영업은 다른 영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단순히 ‘객실’이라는 상품만을 파는 게 아니라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경험하는 모든 것의 종합적인 가치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했다.
태도는 외모에서 드러날 수도 있고, 말투나 자세, 마음가짐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온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의 팀장이 우리 호텔에 묵게 된 적이 있어요. 보통 그런 팀은 작게는 5명, 많게는 몇 십명 규모인데, 혼자만 온 거죠. 거기서 기회를 포착했어요. 미리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요. 처음 호텔방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자신이 ‘케어’ 받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해요. 와인이나 꽃, 초콜릿 같은 작지만 정성스런 선물을 넣어 드리는 거죠.” 마음을 열어야 비즈니스도 '술술' 그러면 대부분 어느 정도는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다.
식사 시간 동안 간단한 미팅을 제안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동료들 이야기를 물었다.
각자 취향에 맞게 호텔을 선택해 묵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호텔에 묵으면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그것을 나름대로 패키지로 묶어 제안했다.
“사실 그분 입장에서는 팀원들이 어디에 묵건 상관없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 호텔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결국 팀원들이 전부 우리호텔에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몇 달 동안 묵게 됐어요.” - 영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업은 사람이라는 재산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영업을 오래 하면 업체 사람을 만나면서 ‘이 사람은 50방짜리다’, ‘이 사람은 1천방짜리다’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요. 비즈니스를 하기 이전에 우선은 사람으로 봐야죠.” 심씨는 개인적인 관계에도 비중을 둔다.
생일이나 기념일도 잊지 않고 챙긴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두고 월별로 미리 체크하는 것이다.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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