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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남미지역 경제블록 '자중지란'
[글로벌]남미지역 경제블록 '자중지란'
  •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6.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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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페루 미국과 FTA 체결...대미관계 변화 등 주목 미주대륙 34개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작업을 벌여온 미국은 그간 관세동맹으로 똘똘 뭉친 남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은 다자간협상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와 별도로 중남미국가들과 개별적으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각개격파 전술을 써왔다.
지금까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멕시코, 칠레, 중미의 6개국으로, 최근에는 콜롬비아, 페루가 협정문에 서명했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남미지역 경제블록의 하나인 안데스공동체(CAN)의 창설 회원국들이어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CAN의 다른 회원국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고유가를 배경으로 역내 영향력을 발휘하며 남미의 좌파 물결을 주도해온 우고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9일 “CAN은 사문서가 되었다”고 선언하고, 22일 베네수엘라의 CAN 탈퇴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
베네수엘라는 CAN을 탈퇴함으로써 향후 미국산 제품이 콜롬비아를 거쳐 베네수엘라에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조치를 취할 법적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알란 와그너 CAN 사무총장과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모두 나서 차베스에게 신중히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24일 오히려 콜롬비아와 페루가 대미 FTA를 재고하라고 응수했다.
마침내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도 원주민을 대변한다는 톨레도 페루 대통령이 페루와 중남미의 원주민들을 배반했다고 주장하고, 콜롬비아와 페루가 대미 FTA를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차베스와 모랄레스의 이러한 행보는 곧 있을 페루의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그들과 교분이 깊은 급진민족주의자 오얀타 우말라 후보를 돕는 한편, 미-페루 FTA의 의회 비준 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톨레도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구성된 경제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도 최근 우루과이의 대미 FTA 협상을 앞두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간에 외교전이 벌어져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직접적인 발단은, 우루과이가 세계은행 자금을 끌어들여 아르헨티나 접경지역 우루과이강 어귀에 펄프제지공장 두 곳을 건설키로 결정하자 아르헨티나 환경단체가 양국을 잇는 교량을 봉쇄한데 따르것인데, 이를 아르헨티나의 중앙 및 지방정부가 부추기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분쟁을 제소할 것임을 천명했으나 우루과이측은 메르코수르 분쟁해결장치를 먼저 가동시켜야한다고 맞서며 긴급메르코수르집행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때마침 메르코수르 순환의장직을 맡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회의 소집 요구에 불응,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개탄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우루과이측이 공장설계를 일부 수정하면 아르헨티나측이 주장하는 환경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브라질과 파라과이정부도 대체로 우루과이측 입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입장은 강경하다.
여기서 고개를 드는 것이 대미 FTA론이다.
우루과이의 무역투자 잠재력 확대를 위해 미국과의 FTA가 필요하다는 다닐로 아스토리 우루과이 경제장관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루과이 국민의 58%가 대미 FTA를 지지하고, 46%가 메르코수르 탈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미의 양대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와 CAN의 자중지란이 앞으로 미주대륙의 무역판도를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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