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만찾지말고‘지방적은등심, 담백한안심,뒷다리 살도 같이 먹자’는 게 모토였다.
“사실 날씬한 미녀는 돼지와 상반된 이미지가 아니에요. 삼겹살 부위 말고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는 웰빙과 직결되니까 오히려 더적합한거지요. 새끼를낳는어미돼지의 경우도 살찐 돼지보다 날씬한 돼지가 새끼를 더 잘 난답니다.
” 최영열 대한양돈협회 회장의 말이다.
최회장이 맡고 있는 대한양돈협회는 돼지농가 5천호의 회원으로 결성되어 전국에 120개 지부로 운영되는 돼지에 관련된 국내 최대조직. 부업으로 돼지를 키우는10%의 농가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90% 농가가 모두 이 협회의 회원인 셈이다.
대한양돈협회는 축산협회 단체 중 가장잘 나가는 모범 단체로 유명하다.
“스스로 우리산업을 지키자고 해 모였어요. 그리고 돼지 도축 시 두당 400원씩을 모아서 양돈 자조금으로 씁니다.
TV를 통해 삼겹살 말고 다른 부위를 골고루 먹자고 대국민 소비 홍보도 전개하고 그밖의 조사 연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 최 회장은 2003년 12월 자조금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최초로 의무자조금제도로 전환한 장본인이다.
양돈자조금(이하‘자조금’)은 양돈인들이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갹출해 운영하는 제도. 1만1천여 가구에 달하는 국내 양돈농가 대부분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관리위원 21명과 대의원 200여 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양돈농가 스스로가 뭔가 해보겠다는 자립의지의 발현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진행한‘웰빙 삼총사’광고는 농가들의 반향을일으켰다.
“쭉쭉빵빵한 미녀 연기자들이 나와 돼지 고기가 좋다고 하자 양돈농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어요. 자조금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을 받았죠. 모델 중 1명을 현영씨로 바꾼 직후 현씨가 여러 프로그램에서 뜨는 바람에 그 덕을 꽤 봤습니다.
” 이 같은 대한양돈협회의 체계적이고 발빠른 대응은 국내 축산물 업계에 귀감이 되었다.
최근엔 국산한우협회도 양돈협회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섰다.
최 회장은 돼지에관해서는박사다.
최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돼지예찬론을 펼친다 “돼지라는 말이 들어가면 안 좋은 게 없어요. 돼지꿈도 복을 상징하니까 다들 좋아하고요. 돼지의 몸뚱이도 울음소리와 발톱빼고는 모두 쓸모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돼지의 분뇨도 거름으로 쓰이지요. 미팅 중에 최 회장이 자주 펼치는‘종돈(種豚·씨돼지)에 대한 담론’은 워낙에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좌중의 분위기를 사로 잡는데 효과가 높다.
“교배를 많이 해본 수퇘지는 교미시키러가면 자신의 역할을 잘 알아요.‘ 우리 주인이 오늘 나를 또 즐겁게 해주는구나’싶어서 졸졸따라오죠. 번식사문을열어주면알아서 암퇘지에게 다가갑니다.
물론‘작업’이 끝나면 대기장소에서 기다리죠. 완전 자동입니다.
그래서 요즘 가장 고가로 경매되는 종돈은 마리당 1천만원을 호가합니다.
” 최 회장이 제시하는 인공수정 공식도 재미있다.
“요즘은 거의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얻죠.일주일에 한 번씩 종돈의 정액을 채취합니다.
1회 채취량으로 평균 암퇘지 12마리를수정시킬 수 있어요. 암퇘지는 새끼를 평균 10마리쯤 낳죠. 이 계산 수식으로 따져보면 종돈 1마리가 평생 퍼뜨릴수있는 종자수는 무려 2만마리나 된다는 것이다.
최회장은 일단 재미있는 돼지 이야기로 시선을 모은다.
그리고 본론인 돼지에 대한 이미지 개선작업도 빼놓지 않는다.
“얼마 전 돼지콜레라는 전염병에 대해 돈열병이라는 명칭으로 대체 사용하기로 했어요. 돼지콜레라와 사람의 콜레라균은 열이 나는 점 빼놓고는 전혀 다른 병입니다.
그런데 자칫하면‘인체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소의 광우병처럼 오인될까’하는 우려가있기 때문입니다.
” 최 회장은 국산 돼지의 대표 아빠로서 손색이 없다.
밀려들어오는 수입돼지와 맞서 가장 일선에서 싸우는 가장이기도 하다.
“1년에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돼지고기는 약 18keg입니다.
1/3마리를 한 사람이 먹는 셈이지요. 그런데 수입된 돼지고기는 곧 바로 식당으로 흘러들어가서 토종돼지로 변신되어 팔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 최 회장은 국산돼지의 좋은 맛이 수입돼지로 인해 동반 하락 할까봐 더욱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식당에서도 원산지 표시제가 시급합니다.
정부는 오는 2008년쯤에 식당에도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해보겠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 하지만 국내 양돈 산업은 쌀 다음으로 생산량이 큰 분야이므로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주장이다.
“양돈 산업은 반도체산업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무조건 FTA를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정부의 제도적인 관리는 필요합니다.
맛과 품질에서 경쟁력 있는우리 돼지가 수입돼지와 아무런 구별 없이 판매되거나 수입돼지가 국산돼지로 둔갑해서는 안 됩니다.
” 최 회장은 현 제도만 보완 개선된다면 품질로써 수입돼지와 경쟁을 하길 진심으로원한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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