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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적 상품으로
[CEO 탐구]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적 상품으로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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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권㈜광주요회장 “문화는 살아 숨쉽니다.
단절되는 법이 결코 없습니다.
늘 연속성을 띄죠.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하나로 ‘통’하기 마련입니다.
” ㈜광주요 조태권 회장. 그는 문화를 하나의 ‘선(線)’으로 여긴다.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업을 보면 정말 그러하다.
광주요는 도자기 회사다.
숙련된 도공이 청자·백자·분청사기를 재현한다.
광주요의 도자기는 ‘전시용’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능히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생활식기용 ‘수제도자기’다.
광주요의 도자기는 조 회장이 운영하는 한정식 레스토랑 ‘가온’의 식기로 쓰인다.
그가 출시한 ‘화요주’의 술잔도 광주요에서 만든다.
광주요(도자기)~가온(음식)~화요주(술)가 ‘바늘과 실’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음식, 술, 도자기는‘바늘과 실’관계 조 회장은 이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세계에 알리고 싶다.
도자기의 기풍과 한국음식 특유의 깊은 맛을 함께 전하는 게 꿈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문화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은 시대마다 변해야 합니다.
옛것을 무조건 답습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전통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기법으로 분청사기를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똑같은 자기가 과연 나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흙도 다르고 물도 다릅니다.
때문에 전통도 진화해야 합니다.
” 실제 ‘가온’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한꺼번에 차려내는 기존의 한정식 스타일을 과감하게 버렸다.
요리별로 한 가지씩 천천히 음식이 나온다.
한식문화에 양식문화를 조합한 형식이다.
삼겹살·양념갈비처럼 ‘굽는 요리’도 없다.
아예 ‘구워서’ 나온다.
양념도 많이 하지 않는다.
재료의 신선함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다.
한편에선 “한국 전통음식이 아니다”고 비난한다.
조 회장은 다른 의견이다.
“외국사람들은 불고기를 좋아합니다.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불판에서 올라오는 냄새까지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불고기는 외국으로 따지면 바비큐 요리죠. 바깥에서 하는 요리를 안방에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외국사람들이 과연 좋아할까요. 그래서 ‘구워서’ 나오는 불고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굽는 요리가 없다고 한국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 그가 이처럼 ‘전통의 진화론’을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남의 문화를 절대 배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펀지처럼 받아들여 변형시켜버리죠. 일본에 가보세요, 김치·불고기·비빔밥을 자기들 맘대로 변형시켜 일본식으로 팝니다.
일부 외국인들은 아예 일본 전통음식으로 착각할 정도죠.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가령 ‘냄새난다’면서 배척하기 일쑤죠. 변해야 합니다.
” ‘술’도 마찬가지다.
변해야 세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혹자는 “소주는 이미 세계화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다.
조 회장의 대답은 단호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물로 희석시킨 소주를 어떻게 우리의 대표 술로 세계에 내놓겠습니까.” 흔히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이다.
물과 첨가물을 섞어 인위적으로 맛을 낸 것이다.
반면 위스키·브랜드·보드카 등 세계적 술은 모두 증류주(蒸溜酒)다.
가령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과실주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만들어진다.
때문에 ‘희석주’와는 차원이 다른 ‘맛’과 ‘향기’가 느껴진다.
우리의 전통소주 역시 증류주다.
쌀·보리·고구마 등 다양한 곡류를 단 한번만 증류해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위스키·브랜드 등 세계적 술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처질 게 없다.
조 회장은 때문에 매우 안타까웠다.
좋은 전통주가 있음에도 세계에 알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었다.
“음식문화의 중심은 단연 ‘술’입니다.
술을 먹기 위해선 안주(음식)가 필요합니다.
기풍 있는 공간도 필요하죠. 술을 담아 마실 수 있는 자기(도자기)가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때문에 술의 세계화는 절실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석식 소주를 마치 전통주인 양 생각해왔습니다.
뭔가 잘못된 상황이었죠.” 조 회장이 지난해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火堯)를 전격 출시한 것은 이런 이유다.
위스키·보드카 등 세계적 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현재 세계의 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술은 위스키와 꼬냑처럼 대개 알코올 도수 40도의 술입니다.
화요주는 41도입니다.
게다가 증류주죠.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화요주를 맛본 외국인들 모두 ‘일품이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더군요. 자신 있습니다.
” 세계화를 위한 조 회장의 끊임없는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장자강에 120평 규모의 ‘가온’ 지점을 연 데 이어 올 3월에는 베이징 LG쌍둥이빌딩 5층에 ‘베이징 가온’을 개설했다.
중국을 발판으로 전 세계 20곳에 가온 점포를 열 계획이다.
전통 증류주 ‘화요’ 역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중국·일본·홍콩 등에 10만 달러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기염을 토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세계화 노력 서서히 결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음식문화는 보이지 않는 수출상품입니다.
세계 속에 한국의 음식문화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경제 창출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초석’을 놓았을 뿐입니다.
이제는 정부와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식 레스토랑 ‘가온’은 가운데의 옛말인 ‘가온대’에서 따온 순 우리말이다.
정직하고 올바른 자세로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미다.
가온의 속뜻처럼 조 회장은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가 세계 속에 우뚝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후대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불꽃을 지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자 희망입니다.

조태권 회장의 VIP 마케팅 기법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VIP 마케팅의 ‘달인’이다.
철저하게 ‘상류층’을 타깃으로 삼는다.
광주요의 도자기, 한국식 레스토랑 ‘가온’ 모두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형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략일 뿐이다.
“상류층을 잡아야 대중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죠. 귀족문화의 전형으로 불렸던 클래식, 발레 등이 이제는 대중문화로 인식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조 회장은 실제 ‘가온’이 사업적 성공을 거두자마자 곧바로 ‘대중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한식 주점 ‘낙낙(樂樂)’은 서민 취향이다.
그는 ‘낙낙’을 대중화와 세계화의 시발점으로 생각한다.
“낙낙은 대중적이지만 흥과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1천여개 점포를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전문점으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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