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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국경제, 정말로 큰 문제 없나
[이슈]한국경제, 정말로 큰 문제 없나
  • 박득진
  • 승인 2008.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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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수석 “선방했다” 발언에 들썩 … 내리막길 경제지표 애써 무시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수석은 29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 6개월의 경제성적에 대해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경제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전반기 물가성장률 4.8%는 중국, 미국과 비교해 나쁘지 않고 경제성장률은 5.3%나 달성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는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난 5년 간 원화가치가 절상돼 있는 데 대해 시장이 반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6개월간 원유가가 50% 상승해 성장률이 1.85% 하락하게 됐다”며 “(원유가 상승에 따른 성장률 하락분)1.85%를 더하면 실제로는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의 이같은 발언에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얼토당토 않는 해석”이라며 “역대 어느 정권이 출범 초기에 이렇게 국민적 지적을 다양하게 받았냐”고 반문했다.
“일부수치를 편의적으로 비교” 박 수석의 발언은 현 경제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이 여러 수치에서 확인되고 있다.
더군다나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모든 연구기관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 수치를 편의적으로 비교해 지난 6개월의 경제성적을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장률 추이를 보자. 올해 성장률 추이를 보면 1분기엔 5.8%였는데 이 때는 참여정부가 마지막 임기를 하던 때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2분기에는 4.8%로 떨어졌으며 3분기에는 4.2%, 4분기에는 3.3%가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마찬가지. 참여정부에서 3%대에서 머물던 물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3.9%로 시작해 4·5·6월 내내 4.1%, 4.9%, 5.5%로 상승했고, 7월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6%의 턱밑인 5.9%를 기록했다.
성장률도 소비자물가상승률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환율 문제도 참여정부 5년 동안 원화가치가 절상된 데 대한 반작용이란 박 수석의 주장이 일정정도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새 정부 들어 7% 성장이라는 대선공약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재경부가 고환율 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박 수석의 발언은 현실적인 통계를 무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박 수석이 이미 보았을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각 기관이 28~29일에 걸쳐 발표한 경제지표들은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채권에서까지 외국인들의 ‘팔자’현상이 나타나면서 외환-환율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6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27억 1만달러로 지난 3월 말의 131억 6천만달러에서 80%가 감소하면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보유고는 작년 3월말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해 오다 6월 말 조사에서 60억 달러가 빠지더니 7월 한 달 만에 다시 106억달러가 감소한 24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고의 질도 악화됐다.
1년 미만의 불안정한 유동외채 비율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 외환보유고의 턱밑인 90%를 차지하는 2223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252억달러의 여유가 있지만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울 경우 252억달러를 넘어서는 순간 외환당국은 환율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환율주도권 상실 우려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환수도 복병이다.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들은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외국으로 갈 경우 환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숨어있는 대외 채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7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을 보면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외국인들은 96억2천만달러를 들고 외국으로 향했다.
1980년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섰으며, 2006년부터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던 채권 투자금마저 30억2천만달러 유출로 돌아섰다.
정부가 ‘주식을 팔아 채권으로 투자되어 외화 유출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안전핀이 빠지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외환보유고 감소, 유동외채 증가, 순채무국 전환 코앞, 채권투자금의 유출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로 외화 관리는 비상에 걸렸다.
은행들은 달러 차입을 늘려 대외채무를 증가시킨다.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67억 1천만달러, 연말까지 114억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7월 경상수지는 24억 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의 경상수지 누적 적자는 78억 달러로 불어나 이런 추세라면 올 경상수지 적자를 100달러 이내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연간 경상수지 적자는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처음인 11년 만이며 그 폭 또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7월의 자본수지는 10년 7개월만에 최대 적자인 57억 7460만달러를 기록했다.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27일과 28일 외환 당국이 달러를 팔며 7.6원을 끌어내렸지만 29일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하루만에 7.2원을 끌어올려 1089.0원으로 마감했다.
경기 전망 역시 어둡다.
29일 통계청은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현재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지표인 7월의 경기동행지수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6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6개월~1년 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역시 6월보다 1.1%포인트 하락해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지표가 6개월 이상 동반 하락한 것은 1981년 3월 통계 발표 이후 처음이다.
경기 동행·선행 지수 첫 동반 하락 기업 분위기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7월의 76에 비해 7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수로 100 미만일 경우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기업의 업황 지수는 지난달의 85포인트에 비해 6포인트나 떨어졌다.
내수 기업의 경우 71에서 73으로 소폭 상승했다.
수출은 109에서 104로 하락, 내수 판매는 98에서 93으로 하락했다.
다음달엔 추석이 들어있는 관계로 내수판매 전망은 96에서 97로 상승할 것이 예상됐지만 수출은 103으로 나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환경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3개 경제 축이 모두 경기하강을 보이고 있고 올림픽을 마친 중국 경제 역시 일단 조정을 거칠 전망이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수출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경상수지 적자폭에 악영향을 끼쳐 외화 부족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역대 최하의 기록을 보이는 셈이다.
이런 지표가 발표되는 가운데 박 수석이 현재의 한국 경제가 처한 지표들을 소개하며 “나름의 선방”을 이야기 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몰이해 또는 의도적인 왜곡 둘중의 하나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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