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며칠 전 단비로 오랜 가뭄이 해갈된 바 있고, 곧이어 전국에 걸쳐 장마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가뭄 피해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가물었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극단적 기상변화가 결코 좋을 리는 없다.
자연재해의 피해가 더욱 커질 뿐 아니라 각종 세균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장마는 각종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불쾌지수를 높여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기도 쉽다.
이는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장마는 이미 앓고 있는 지병을 더욱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은 적정 체온인 36.5℃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 기온이 높을 때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으로 땀을 내고, 추울 때는 교감신경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켜 체열의 발산을 막는다.
그런데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열이 몸 안에 머물러 있게 되는데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온도조절에 관여하는 자율신경의 작용이 불안정하게 된다.
이때 위·십이지장 궤양이나 이형협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자율신경의 활동이 불안정하면 위산 분비가 늘면서 위 점막의 혈류를 악화시켜 궤양이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은 장마철에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위가 쓰리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평상시 먹는 약의 양을 두배로 늘려 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병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침을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식사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가 어려울 때는 우유 한컵이라도 마셔 공복을 피해야 하며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이형협심증 또한 마찬가지다.
이형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경련을 일으키는 병으로 장마에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
이 병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주로 발생하므로, 베갯머리에 니트로글리세린을 반드시 챙겨두어야 한다.
그 밖에 고혈압이나 기관지 천식,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도 장마철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질환이다.
장마철에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혈압이 불안정해져, 이미 쓰러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함부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아야 하며, 기온에 알맞은 옷을 입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콜레스테롤치를 높이는 고지방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한다.
기관지 천식환자도 일교차가 크면 발작이 더욱 잦아지게 된다.
게다가 장마철에 창궐하는 곰팡이는 천식을 더욱 악화시킨다.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최소한 아침과 저녁에 한번씩 흡입기로 기관지 확장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흡입한다.
또 에어컨 등으로 습기를 자주 제거함으로써 습도가 60%가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공청소기로 집먼지 진드기 등을 확실히 없애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장마나 태풍이 부는 시기에 류머티즘성 관절염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압이 낮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렇다.
사무실 등 냉방이 잘 되는 곳에서는 관절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무릎을 보호덮개로 감싸주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근 채 관절을 움직여주는 것도 증상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다.
장마 때는 빛을 쪼일 기회가 줄어들어 활동 에너지가 감소한다. 그러므로 몸이 무겁고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져, 직장인의 경우 업무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때로는 성욕까지 감퇴한다. 이런 증상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가 잠깐이라도 뜨면 외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해가 많이 드는 창가에 앉고, 실내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불쾌지수가 높은 장마철에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덜컥 나게 마련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대인관계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안 분위기를 밝게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안 청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음식 쓰레기는 즉시 처리하고, 가끔 보일러를 가동해 다소 덥더라도 실내 습도를 낮춰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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