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당시 푸틴 대통령과 TKR(한반도종단철도)-TS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이후, 노무현 정부-이명박 정부에서 열렸던 한러정상회담에서 TKRTSR연결은 단골 의제였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이러한 TSRTKR 연결의 파일럿 사업중 하나로 제기되었던 사업이었다.
한국은 2007년 6월 18일 러시아철도공사(이하 RZD)와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남·북·러 합작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5.24조치로 중단위기, 한국기업이 러시아 지분참여방식 선회
북한의 나선경제특구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나진항’을 통해 북한의 철도와 연결하고, 나아가 두만강역-하산역을 경유하여 TSR과 연결함으로써 남·북·러 간 해륙복합운송을 활성화한다면 경제성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 기업들도 공감함으로써 한국이 참여하는 남북러 3각협력사업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대북 제재 조치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실현을 위해서는 유라시아 대륙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지난 10월에 발표하였고 지난 11월 13일 개최된 한러정상회담에서는 한러관계 진일보를 위한 첫 단추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라는 카드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은 RZD의 ‘따르고브이 돔’과 북한의 나진항이 각각 70%와 30%의 지분으로 공동 설립한 ‘나선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의 러시아 지분 중 절반인 약34%의 지분을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세 기업이 획득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투자금은 약 210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진~하산 간 철도 54㎞ 구간 현대화와 2008년 북러간 합의로 49년간 임대된 나진항 3호 부두 및 나진구 일대 21㏊ 면적에 대한 개발·운영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단 석탄항으로 시작, 물류비용과 시간 단축효과 커
애초에 한국이 이 사업에 참여하려 했던 것은 수송시간과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본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송시간 및 비용절감 요인이다.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20일의 수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화물의 재고기간을 20일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자동차산업과 연계하여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비용적인 측면에서 고비용의 극동항만을 대체하고, 화차구매에 따른 비용절감 등을 고려할 때 해상운송과 대등한 비용으로 수송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중앙아시아 화물의 경쟁력도 대폭 제고될 것이다.
RZD는 그동안 하산-나진(52km) 구간 본선과 나진-나진항(2km) 지선 등 전체 54km 구간에 러시아식광궤(1천520㎜)와 한반도식 표준궤(1천435㎜) 방식 선로가 나란히 놓인 복합궤를 새로 깔았다. 양국의 선로 방식 차이에도 차량 바퀴를 바꿔 달 필요 없이 열차가 신속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30개의 구조물(18개의 다리와 12개 수로)과 총 4.6km 길이의 3개의 터널 공사도 완공했다. 이로 인해 과거 시속 30~40km에서 시속 60~70km의 속도로 열차 속도가 개선되었다.
RZD는 54km 철도 연결에 이미 55억 루블(약 1억8천만달러)을 지출하였고 아직 공사 중인 나진항 3호 부두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에 35억 루블(약 1억 천만달러)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연 400만톤의 화물 통과 능력을 가질 것이며, 현재 3만t급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항구 인접 바다 수심을 키우는 작업과 선적 및 하역 시설을 개보수하는 공사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아직은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이 불확실하므로 단기적으로는 나진항을 석탄항으로 활용할 것이고 점차 중국과의 연계망,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유럽 수출 물량을 나진항으로 끌여 들여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TSR을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네트워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한러관계의 신호탄, 나진-하산 프로젝트
이번 한국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는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첫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단초를 마련하면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유럽-아시아간 운송 회랑 참여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 연간 물동량은 6천억 달러로 평가되지만 철도가 운송하는 것은 1% 미만이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위기 이후 철도의 장점이 재부각 되고 있다. 철도는 해운보다 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운송 시간이 절반(15일)이면서도 컨테이너당 가격도 싸고 환경과 안전 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간 TSR은 유라시아 대륙의 운송 화물에서 가장 효율적인 루트였다. 연간 운송 능력이 백만 TEU에 달한다.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TSR과의 연결을 기본으로 하면서 TSR 경쟁 또는 보완적 관계에 있는 유라시아 국제 운송 회랑 사업의 진행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우리 한국은 섬나라가 되고 마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표적인 유라시아 국제 운송 회랑에는 서유럽-러시아와 중앙아시아-한중일 연결하는 ‘트랜스아시아철도 북쪽 회랑’, 남동구-터키, 이란, 중앙아를 거쳐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트랜스아시아철도 남쪽 회랑’, EU의 동방근린정책의 일환으로 흑해와 발틱해를 연결하는 ‘동서 운송 회랑’, 북유럽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연결하는 ‘남북 운송 회랑’, 동유럽-흑해를 거쳐 중앙아시아-코카서스와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TRACECA 프로젝트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라는 유라시아 복합물류체계 참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게 된 것도 이러한 물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섬 아닌 섬나라가 되었다. 아시아와 유럽간 물류 연결에서 한국은 북한보다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남북관계의 경색을 핑계로 유라시아 대륙 물류 네트워크에서 관심을 두지 않으면 한국은 향후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논의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러시아도 이런 물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러시아 표준괘 루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 며 이런 맥락에서 서쪽으로는 비엔나까지 그리고 동쪽으로는 바로 ‘하산-나진’까지 러시아 표준괘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러시아에게 이제 한국이 러시아 철도분야 투자에 의지가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향후 러시아의 고속철이나 TSR 및 BAM 현대화, 그리고 북극항로 프로젝트 참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TSR과 BAM 철도가 노후화되어 있지만 이 교통수단이 역내에서 그토록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TSR과 BAM (바이칼-아무르 간선 철도.러시아가 1984년에 개통시킨 철도로, 길이는 3200km에 달해 제2의 시베리아 철도라고도 함. TSR는 바이칼 호 남쪽을 지나 모스크바까지 연결되었으나, BAM은 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바이칼 호 북쪽을 지나는 제2의 횡단 철도로 건설.TSR과도 연결되도록 지선을 연장함. 구리, 석유, 천연 가스 등 동부 시베리아 지방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과 수송이 건설목적) 철도가 현재로는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운송회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TSR 물동량이 2008년 글로벌 위기로 급감하였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고 향후 동북아 물류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이루어지면 TSR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TSR의 효율성이 증대되려면 국경철도역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국경통과지점을 효율화하고 우수리스크-포시에트-북한국경까지의 철도노선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물류 처리에 IT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는데 이 분야에 한국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BAM 철도의 확장도 논의되고 있다. 극동지역 항만으로 운송되는 철도 물동량은 지난 5년간 55%나 증가하여, 연간 1억천만톤에 달한다. 그런데 BAM 철도의 동부 단선 구간, 특히 콤소몰스크-나-아무레~바니노 구간에 있는 쿠즈네츠 터널을 포함하여 하니역에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와 이후 소베츠카야 가반까지 동부구간 전체가 BAM 철도의 물동량 처리 증가를 제약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당초 BAM 철도건설시 계획된 처리능력은 1천8백만톤이었고, 현재 상태에서 부분적인 시설 개량이 진행되더라도 연간 최대 2천8백만톤을 초과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통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RZD가 추진하려는 BAM 확장 사업(BAM-2)은 비용이 1.1조 루블(약 300억 달러)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수송능력은 2011년 천만톤에서 5천2백만톤으로 증대될 것이다. BAM-2는 자원지역인 야쿠츠크와도 연결되며, 마가단-콤소몰스크-나-아무레 구간도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자원개발의 현실적 기회가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러시아의 통과운송은 TSR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지만, BAM 철도를 경유하면 TSR을 이용하는 것보다 수백 km의 운송거리를 단축함으로써 유럽과 태평양 연안을 연결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013년 1월 25일에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소베츠카야 가반 구간에 있는 쿠즈네츠 터널이 개통되었다.
TSR 현대화, BAM-2 프로젝트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BAM-2 프로젝트에만 300억 달러가 필요한데 러시아 정부 예산 충당 비율은 낮은 편이다. 한,중,일 등 해운의존 국가들의 투자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것이다.
러시아의 고속철 분야도 매우 전망이 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12,000km의 고속철 네트워크를 가질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는 2천억 달러 시장이다. 한국은 그간 베트남과 브라질 등에서 한국형 고속철 수출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관심을 가질 노선은 블라디보스톡-하바롭스크 650km 구간이다. 중국이 100억 달러 프로젝트로 제안한 바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라시아 고속철 사업도 가능한 날이 올 것이다.
셋째,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공유이익인 러시아 극동개발 협력의 촉발제가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철도협력의 선택
2001년 2월 한러정상회담에서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나호트카 공단 건설 및 수산협력 등 실질 협력 증진방안과 함께 TSR-TKR 연결사업 등 남·북·러 3각 협력이라는 매우 전향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함으로써 자원과 철도 문제는 역대 정부의 반복적 단골 의제가 되었다. 특히 2008년 9월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한러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됨으로써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이례적으로 일곱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소위 3대 신실크로드-철도, 에너지, 농업-실현 특히 그 중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PNG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으나 결국은 정부간 의제 반복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의제 반복은 양국 관계의 피로감을 증폭시켰으며 양국 모두 과연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지에 전문가들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한러관계의 문제를 요약하면 정치적으로 한반도의 문제를 신냉전의 미러구도에서 보는 시각이 강해서 정치적 의제가 북핵에 구속되는 경향이 강하고 경제적으로는 대규모 경협사업들이 남북관계에 구속되어 정부간 의제 합의 반복 현상이 결과하는 것이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조우하게 되면서 남북러 3각협력을 포함하는 러시아 극동개발 협력이 양국의 전략적 공유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문제는 그간 논의된 남북러 3각협력 문제 중 어느 사업부터 시작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현실적 안으로 논의될 수 있는 것은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 참여와 러시아 PNG 프로젝트 실행이었다. 파급효과는 철도보다는 PNG프로젝트가 컸지만 최근 남북한 관계와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정부는 철도 카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PNG 프로젝트가 합의되지 못한 배경에는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러시아 PNG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도 작용하였다.
한국은 미국에서 2017년부터 한국가스공사가, 2019년부터 SK에너지가 약 570만톤의 미국 셰일가스를 도입할 예정이며 가격은 톤 당 300달러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헨리 허브(Henry Hub) 가격에 의해 공급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전제로 한다면 미국산 셰일가스가 가격적으로 유리하다. 가격 연동 측면뿐만 아니라 미국의 셰일가스는 부분적으로 한국이 수입하여 재판매가 가능한 반면 러시아 천연가스는 제3자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동안 한국은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프로젝트를 주저해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가스가 아닌 철도를 협력의 카드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 나진-하산 프로젝트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결정의 핵심 문제는 과연 이 프로젝트가 경제적 타당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한국에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나 그 이익의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 동안 이 노선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의 단거리 석탄 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볼 때 과연 TSR과 TKR의 명실상부한 연결이 가능할 것인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도 이번에 우리가 참여하는 나진-하산 구간도 TKR의 일부라는 분명한 인식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현재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적 이익이 큰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제적 타당성을 현 단계에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도 완공되지 않았고 다른 연계 노선의 개선 사업도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정치적 중요성은 명확하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첫째, 역내에서 러시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중국의 나선 경제지구 독점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나진항 4,5,6번 부두의 50년 임차 계획을 맺었고, 나선경제특구의 2020년까지 중국의 투자 계획액은 30억 달러에 달한다.
둘째, 북한을 참여시키는 러시아 주도 다자 프로젝트는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지위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건설적 대화를 구축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러시아가 참여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성공한다면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이를 통해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피스메이커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정치적 이익 모두가 한국의 정치적 이익과 부합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주로 경제적 계산보다는 정치적 이익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철도 개선과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에만 90억 루블이 투자된 이 프로젝트의 투자 이익의 환수 기간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프로젝트가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을 기본적으로 상정하여 투자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의 사업계획은 나진항에 연간 10만 TEU가 통과할 컨테이너 터미널 계획을 가정했지만 그 당시에는 회차되는 화물컨테이너의 90%가 비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수요의 변화로 인하여 석탄 수요가 늘어서 벌크화물에 특화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항구가 재건되면 초기에는 연 8만-10만 TEU의 능력을 가질 것이고, 향후 40만 TEU 능력의 터미널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컨테이너 물량의 확보 문제이다. 초기에는 석탄항으로 사용되겠지만 향후 국제컨테이너 환적로의 하나로서 역할을 해야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다. 사실상 석탄 물동량의 운송수요는 그 증가추세가 명확한 반면에 컨테이너 물동량 유입은 아직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매우 불확실하다.
나진-하산 철도사업 경제적 성공 변수들
우선 나진-하산 철도의 TSR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해주 남부의 항구를 통해 화물운송을 해주는 우수리스크-바라놉스키-하산 구간의 현대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진항을 통한 컨테이너 운송 프로젝트의 실현과 TSR로의 20만 FEU 추가적 유입과 포시에트항, 자루비노항, 슬라뱐카항을 통한 계획 화물을 고려할 때 238km의 단선 전기차 구간인 바라놉스키-하산 노선의 현대화가 꼭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철도프로젝트’사의 자회사인 ‘극동철도프로젝트(Daldzeldorproekt)’사는 최근 이 구간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였다. 현재 이 구간은 일일 9회 통행하고 있고(최근에는 5회 운영되고 있고 그 중 2회는 여객 운송)이고 운송 능력은 연 천만톤이다. 2011년에는 510만톤의 화물을 운송했으며, 예측 조사에 따르면 2015년에는 1,100만톤이 될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구간의 현대화는 최소 5년 걸리고 비용도 100억 루블 이상 소요된다. 현대화 목표는 일일 20회 운행, 화물 운송 연 천7백만톤이다. 현대화 프로젝트에는 과거에 폐쇄된 랴자노프카역, 포자르스키역, 바르소비역, 레베딘니역의 재개, 손상된 인공구조물 복구, 수선로 복구, 올레네보드역, 비네비티노역, 푸로발로보역, 케드로비역, 밤부로보역, 수하노브카역, 그보즈데보역, 마할리노역의 플랫폼 연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우수리스크-하산 구간 현대화 프로젝트의 재원 마련과 시한 내 완공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나진항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큰 것도 문제이다. 극동 지역 항구들과 연계된 화물기지의 물량은 능력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시에트항을 소유하고 있는 메첼사의 경우도 그러하다.
둘째,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2008년 중국은 나진 1번 부두를 임대하였고 향후 4-6번 부두도 임대할 것이다. 나진항으로부터의 철도는 중국 동북3성과 연결되고 미래에 유라시아 운송회랑에 일부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이번에 나진-하산구간을 재건했지만 중국 또한 나진-훈춘 고속도로를 건설하였으며,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통해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나진항까지 석탄의 운송루트를 논의하고 있다.
2013년 3월 21-22일 열린 ‘마할리노-훈춘 국경간 통로 협의’에서 중국은 국경 통관의 효율화에 관심을 보였고 화물 기지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1단계는 200만톤의 중국 석탄을 운송할 것이고 그 양을 점차 8백만톤 그 다음 천5백만톤으로 늘릴 것이다. 또한 양국은 길림성으로부터의 화물을 중국 남부와 아태국가로 전달할 훈춘-하산-나진의 중국 루트를 논의하였다.
현재 나진항은 연간 4백만톤의 석탄을 처리할 수 있다. RZD는 현재 운송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연간 200만톤의 중국 동북지역에서 중국 남부로가는 석탄량(몽골에서 구매된 것 포함하여)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훈춘-마할리노 철도를재건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남부로 가는 석탄량 때문에 새로운 철도 없이는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러시아를 통해 북한으로 가는 석탄운송에 대한 합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나진을 통한 석탄의 운송이 극동지역 항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RZD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특히 그들은 금년에 보스토치니항이 이미 철도공사의 화차 하역 제한 때문에 일일 895화차를 650~600화차로 석탄 환적량을 줄였다. 나진-하산 철도의 개통은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강화할 것이지만 중국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나진을 통한 그들 자신의 화물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에 중국 ‘창리그룹(Chuangli Group)’은 나진 1번 부두를 10년간 임대하여 부두를 개선하고 4만m2의 창고 건설에 2천6백만 위안(약 380만달러)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표하였다.
이와 동시에 2010년에 북한 정부와 중국국유기업인 ‘샹디 광춘 투자(Shangdi Guanqun Investment)’는 나선경제특구에 약 20억달러의 투자 의향서를 체결하였다. 또한 작년 10월 나진-원정 고속도로 개통되어 나진에서 상해로 해운으로 갈 천7백만톤의 석탄을 운송했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와 중국 남부로 보낼 석탄을 운송할 합작회사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석탄은 러시아와 몽골에서 구매될 것이고 그 일부는 TSR로 북한으로 갈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몽고와 러시아로부터 만주를 통해 중국으로 수입될 것이다. 나진을 통해 운송되는 석탄량을 증대시킬 중국의 계획을 보면 나진항은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봉사해야 한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독립적으로 자신과 한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컨테이너를 TSR이 아닌 만주와 카자흐스탄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는 노선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경영 참여 보장 문제가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애초에 TKR-TSR 연결의 파일럿 프로젝트 성격이 강해서 러시아는 선투자 참여만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화차 확보 등에서 갈등이 생길 소지도 있다. 따라서 경영참여 권한의 내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나선콘트란스의 이사회에 한국 측도 이사를 파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남북관계의 가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장성택의 죄목에 지하자원 헐값 매각, 나진ㆍ선봉 경제무역지대 임차 문제 등이 포함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물론 다른 남북러 3각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 측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경제 프로젝트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나선콘트란스’의 지분 획득은 5·24 제재의 예외 조치로 하였지만 선적 선박의 국적 문제 등 향후 5·24 제재의 적용 범위 조정이 필요한데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된다면 제재 완화가 어려울 수 있으며, 나진-하산 프로젝트 외의 추가적 5·24 제재 완화도 어려울 수 있다.
신중하지만 결단력을 갖고 프로젝트 추진해야
장기적으로 소위 3대 메가프로젝트인 전기, 가스, 철도 사업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경제적이다. 가스관과 전선 부설에 철도 부지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TKR의 복원은 별도의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관리 나아가 변화수단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로 TSR연결 나아가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 물동량 연구를 포함한 양국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공동 연구가 추진되어야 한다.
양국의 관련 국책연구소가 대략 2년 정도의 시한 내에서 발전 로드맵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미래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처럼 유라시아 정책들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행가능한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가 바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