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23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5.61포인트(2.57%) 내린 2,106.10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종가 기준으로 작년 3월 10일(2,097.35) 이후 1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는 장중 한때 2,094.69까지 떨어지며 지난 11일 '검은 목요일' 이후 지지선 역할을 해온 2,1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5.15포인트(-3.38%) 떨어진 719.00으로 마감했다.
주가 하락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공포심리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부각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횡단, 미국의 핵전력 증강 시사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됐다"며 "달러·엔·금·미국채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상승하는 것으로 볼 때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나흘째 '팔자' 행진을 이어가 4천2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2천42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달러당 9.2원 오른 1,137.6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11일(1,144.4원) 이후 가장 높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화,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까지 하락한 영향이 컸다"며 "공포심리가 잦아들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 연고점(1,144.7원) 돌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2.0bp(1bp=0.01%p) 내린 연 1.989%로 장을 마쳤으며 10년물은 연 2.307%로 3.7bp 하락했고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3.0bp, 0.4bp 내렸다.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도 각각 3.4bp, 3.3bp, 3.6bp 하락 마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미국채 금리도 많이 내렸다"면서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기피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며 국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