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끊겼던 남북 철도를 다시 잇는 사업이 10년 만에 다시 재개되어 30일 오전 북측 철도 구간 공동조사를 위한 남측의 조사열차가 조사단 28명을 싣고 파주 도라산역을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남측 조사단은 북측 조사단과 함께 이날부터 18일 동안 북측의 경의선·동해선 철도 총 1천200㎞ 구간에 대해 철로·터널·교량 등 철도 시설 점검에 나선다.
남북은 이미 지난 2007년 경의선 철도 개성∼신의주 구간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작업을 위해 현지 조사를 벌인 경험이 있다.
당시 다시 연결된 철로를 통해 2007년 5월 남북 간 철도시험운행을 마쳤고, 경의선의 경우 2007년 12월부터 총 222회에 걸쳐 화물열차가 운행되며 '철의 실크로드'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철도 협력 사업은 모두 중단됐다. 남북을 오가던 화물열차도 2008년 11월 멈춰 지금까지 운행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철도 연결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추진됐으며 올해 4월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추진에 합의하면서 철도 협력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남북 철도분과회담에서 경의선 개성∼평양 구간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을 높은 수준에서 현대화하자고 합의했고, 이 회담 후속조치로 7월 20일과 24일에는 동해선의 군사분계선∼금강산 구간과 경의선의 군사분계선∼개성 구간에 대한 공동점검이 이뤄졌다.
공동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 정상이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연내 착공식 개최도 가능할 전망이다.
끊어진 남북 철도는 분단의 상징이자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마치 섬나라처럼 물류 혈맥이 막혀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히며 이 때문에 남북 철도 연결은 평화·협력의 상징이자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남북철도(TKR)는 크게 경의선과 동해선을 두 축으로 뻗어가는 노선으로 이뤄진다.
경의선 철도는 이미 2004년 서울∼신의주 구간이 연결된 상태다. 2007∼2008년 1년간은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지·보수 문제로 시설 개량 등 현대화 사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다. 현재 남한 측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조만간 연결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북한의 철도는 노반과 레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시속 4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는 경제난 등으로 철로 신설도 거의 중단했다.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북측 철도의 노후화·문제점 등을 파악하면 이후 남북 당국이 대북제재 틀 안에서 개보수 등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TKR 연결은 단순한 철도 연결에 그치지 않고 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 노선을 통해 유럽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물류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경의선의 경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통해 TCR로 갈아탈 수 있어 동해선이 연결되면 라진 선봉에서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圖們)을 경유해 TMR로 가거나 러시아 하산을 통해 TSR로 넘어갈 수 있다.
철도 연결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도 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으로, 남북 간 교통망 연결이 전제되어야 하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의 연장 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도 남북 철도 연결은 필수 조건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유럽처럼 철도협력기구 설립이 경제협력뿐 아니라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