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신화’는 4~6세기를 무대로 백제, 고구려, 신라가 자웅을 겨루던 한반도의 삼국시대를 소재로 삼은 게임이다.
우리 고유의 역사를 토대로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취지와 의의를 높이 살 만하다.
게다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 속 실존인물들의 드라마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영웅들이 직접 게임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사극이나 역사소설 못지않은 재미를 안겨준다.
영웅들의 롤플레잉이 승패를 좌우 천년의 신화를 개발한 드림웨어는 ‘임진록’이라는 역사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한 곳이다.
임진록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장르에 속하는 유명 게임들의 형식과 내용을 답습하지 않고, 우리 고유의 색깔을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탓이다.
천년의 신화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특징은 ‘영웅’의 도입이다.
영웅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주체이자, 게임의 전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요소이다.
영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승패가 좌우된다.
영웅들은 전투를 거듭하면서 레벨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롤플레잉 성격의 성장조건을 도입했다.
다른 유닛들은 레벨을 올리면서 성장할 수 없다.
영웅만이 성장조건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천년의 신화는 다른 전략게임처럼 자원을 채취해서 유닛을 만들고, 적의 진지를 점령하는 단순한 패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원이 부족하면 교역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적의 건물을 점령해 아군의 건물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천년의 신화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써 본분을 다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하지만 전략게임으로써 이 게임은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게이머들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전략게임에 롤플레잉 요소를 가미해 혼합장르를 시도한 것은 이채롭지만 결코 참신한 것은 아니다.
삼국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구도는 전략게임에서 이미 정석처럼 굳어져 있다.
미국판 삼국지 ‘스타크래프트’의 그림자가 너무 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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