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환 관련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어 전문성이 있지요.” 이강원(52) 외환은행장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예금자, 임직원 모두가 최고로 꼽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머지않아 외환은행 영어 명칭의 약자인 KEB가 캡(Cap), 즉 최고로 이해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2천여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순이익 5천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강하고 건전한 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다음 목표는 업계 최고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신용등급입니다.
” 하이닉스반도체 대출은 대손충당금을 80% 쌓았기 때문에 최고 은행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이닉스 처리에 대해서는 “이해를 조정하기 어려운 난제”라며 “종종 4년 전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어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하이닉스 문제는 채권회수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원칙에 따라 정도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가 작성중인 하이닉스 처리방안은 제출받더라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 행장은 “금융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현재 약 55조원인 자산 규모를 적어도 10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를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데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바뀌고 있다.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미래전략추진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이전에는 1, 2급 자리였던 본부 부서장과 지역본부장에 40대인 3급 직원을 앉히며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바뀐 자리는 7, 8살 젊어졌다.
급여제도는 성과와 연계를 강화했다.
부점별 실적과 연계해 급여를 지급하는 대상을 3급 이상 부점장급에서 모든 직원으로 확대했다.
직급 외에 직무가치를 반영한 ‘직무급 제도’를 강화해, 직급이 같아도 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도록 했다.
변화의 바람은 이강원 행장이 일으켰다.
이같은 혁신은 물론 아직 외부에서 감지할 만한 성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외환은행 안팎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 행장은 “외환은행의 인력은 우수하지만 ‘꾼’으로서 근성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외환은행에 ‘꾼의 문화’를 정착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꾼은 프로를 뜻하고, 프로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그 전문성을 조직이 아닌 시장에서 평가 및 보상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은 동요와 반발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행장을 둘러싼 격식을 벗어던졌다.
행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공용으로 돌렸고, 직원 식당에 자주 들른다.
자신에게 보고할 때에는 웃옷을 입지 말고 오라고 지시했다.
간단한 보고는 전화로 받는다.
신임 지점장들을 행장실에 부르지 않고 일일이 찾아가 ‘부탁하는 입장에서’ 사령장을 줬다.
취임 직후 새로운 조직을 만드셨는데, 그 배경과 내용을 말씀해주시죠.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변화와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은행장으로서 변화의 의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역점을 뒀습니다.
경쟁력 있는 내부역량 구축 및 은행의 중장기적 청사진 마련을 위해 미래전략추진실을 신설했고, 직무가치 중심 인사관리와 인재개발 등을 전담하는 인재개발실을 만들었어요. 또 조직적인 홍보 및 기업설명회(IR)을 위해 홍보와 IR 기능을 통합해 홍보·IR실을 발족했죠. 이들 3개 부서는 은행장 직속으로 두어 현장의 의견을 여과없이 수렴하는 동시에 환경변화에 신속하고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인사에서도 기존 관행을 탈피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전까지 외환은행 인사는 연공서열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본부 주요 부서장 및 대형 점포장에는 대개 1, 2급 직원이 임명됐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급격히 변하는 금융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영업력을 강화할 수도 없습니다.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인사에서부터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월 임원인사에서 44년생인 부행장 2명이 퇴임했습니다.
임원진은 전문성과 개혁성, 업무경험을 갖춘 48년 이후 출생한 간부들로 구성했어요. 그리고 신설한 3개 부서와 중소기업지원실, 고객혁신실을 40대 3급 직원에게 맡겼죠. 영업점 업무추진을 총괄하는 지역본부장에도 영업력이 뛰어난 40대 3급 직원을 발탁했어요.”
이 행장은 인사와 함께 급여를 능력 위주로 바꿨다.
부점별 성과와 연계돼 지급되는 업적급여의 차등 폭을 최대 300%까지 넓혔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전문직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자금운용과 국제금융, 투자금융 분야 직원은 실적에 따라 연봉의 20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직무가치를 반영한 직무급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부점장급 이상 직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부점의 수익규모 및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급여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게 되면서 대형화가 은행업계의 현안으로 대두됐습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초 기업은행과 합병을 논의하더니, 그 이후 별다른 얘기가 없습니다.
다른 은행과 합병해 대형화하거나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등의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주도권을 쥐고 대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금융 수요가 다변화함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등 상품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지 여부가 금융회사간 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어요. 이런 관점에서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왔으며, 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추진 시기는 대내외 여건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것입니다.
”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셨는데요. 가계대출 시장은 국민은행 전산망 통합 등을 계기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가계대출 확대 방안은 무엇입니까?
“좋은 가계대출 상품을 손에 들고 발로 찾아가서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새롭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이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외환은행은 현재 총대출 가운데 36% 수준인 가계대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그는 “외국환을 거래하는 개인 고객 중 고소득층이 많다”며 고소득층 고객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가 신용불량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신용불량자의 증가나 부동산투자 과열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가계대출에 대한 신용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용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이겠습니다.
”
상반기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반기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42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0.5% 증가에 그쳤습니다.
신용카드 대출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 조처에 따라 대규모 충당금을 일시에 적립한 영향이 컸습니다.
신용카드 요인을 제외한 충당금적립전 이익은 15.4% 늘었어요. 수수료 수익은 부동산 저당권 설정비 면제 등 업무추진 비용을 추가했음에도 불가하고 4% 이상 증가했죠.”
취임 전 'Economy21'과의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이 아닌 ‘포기와 집중’을 강조하셨습니다.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할지 윤곽을 잡으셨나요?
“포기의 기준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외환은행하면 해외영업망을 떠올리지만, 영업의 축이 국내라고 판단되면 이쪽에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포기와 집중의 대상 선정에는 내부역량과 향후 시장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명확한 판단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컨설팅 작업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
앞으로 은행의 영업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대형화와 함께 겸업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 증권의 칸막이가 제거돼, 무게중심이 상품에서 고객으로 옮겨가고 있죠. 이에 따라 이업종 간에 시장과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가 활발할 거예요. 은행의 기능은 수신과 여신 위주에서 금융상품 판매로 옮아가리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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