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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LG카드, ABS 신뢰까지 흔들라
[포커스] LG카드, ABS 신뢰까지 흔들라
  • 김태경 <파이낸셜뉴스>기자
  • 승인 2004.0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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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만기 연장 발표에 보유 증권사·보험사 “시장 기반 흔드는 일” 반발 LG카드 사태의 여진은 계속된다.
지난 1월9일, 수개월 간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아 왔던 LG카드 사태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최종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LG카드가 근본적으로 회생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카드의 경영상태를 감안할 때, 추후 부실에 따른 손실분담 한도 5천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만일 5천억원 이상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산업은행이 책임진다는 방침이 정해졌지만 구체적 방안이 명문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게다가 LG카드 후폭풍은 여전히 자산시장을 휩쓸고 있다.
LG카드 후폭풍에 강타를 당한 시장은 뜻밖에도 ABS,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다.
원래 ABS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보강하기 위해 매출채권 등 미래자산을 담보로 증권사가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상환 안전성이 높은 자산이다.
카드사의 ABS는 신용등급이 AAA로 최고등급인데다 회수율도 높아 투자대상으로 인기가 좋았다.
시장 위축·신용등급 하락 우려 그런데 LG카드 ABS가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LG카드 채권단은 “올해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모든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LG카드 회사채와 CP, ABS 등 차입금 11조원에 대해 1년 간 추가 만기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기연장은 은행이 보증한 ABS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BS시장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ABS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다른 기업들의 자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건 물론이다.
한편, 8조6천억원에 달하는 LG카드 ABS의 만기가 다가오는데도 은행권이 이를 상환하지 않고 만기연장을 시킴에 따라 증권, 투신, 보험 등 다른 금융기관들은 은행권의 행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ABS는 은행이 보증하는 데다 신용등급도 AAA에 속해 사실상 은행채나 다름없는데도 은행권이 이를 LG카드 유동성 문제의 일환으로 간주해 1년 추가 만기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출자전환 등 은행권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산유동화 시장의 위축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현재 LG카드가 발행한 ABS는 각 계약 당사자마다 조건이 틀리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것도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대부분 한 달짜리 현금서비스 매출채권을 담보 잡아 발행한 것”이라며 “기초자산의 만기가 짧다 보니 새로운 자산을 지속적으로 편입해 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트리거 조항(매출채권의 부실 기준 초과)에 걸려 해당 자산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조기 상환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BS는 기업자금의 선순환 역할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고 이론적으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이 같은 특징을 무시하고 만기를 연장시키는 것은 은행권이 앞장서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더군다나 LG카드가 발행한 ABS는 리볼빙ABS, 즉 만기가 짧은 기초 자산을 통해 장기채권을 발행한 것이라 기초자산을 지속적으로 편입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만약 기초자산을 편입시키는 데 실패하게 되면 트리거 조항에 걸려 약 3조원의 결제자금이 소요돼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결제자금 3조원 소요될 수도 한투증권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고객의 동의 없는 투신권의 만기연장도 걸림돌이지만, LG카드 ABS의 조기상환요건(트리거 조항)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상환이 이행되지 않아 ABS 자체의 신뢰 상실은 물론 향후 ABS 시스템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증권 투신업계는 ABS는 사실상 LG카드의 유동성 문제와는 별개로 은행권이 보증한 만큼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한다.
현재 ABS는 은행이 1조3천억원, 보험이 1조7천억원, 투신권이 1조8천억원, 증권이 3천억원, 기타가 3조6천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총 8조6천억원의 LG카드 ABS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 투신, 보험사들은 정부와 채권단이 ABS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향후 대응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회계법인이 추정한 LG카드의 추정 수익자산은 총 23조6천억원에서 잠재손실분 6조원을 뺀 17조6천억원이다.
LG카드 문제는 많은 이슈들을 생산했지만 근본적인 정상화를 이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은행권의 채권매수 여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여 은행채와 CD 등 단기자금 수요가 급증해 단기채권의 수급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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