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초등학교**회 졸업생 사법시험 합격, 경축!!‘ 이라는 현수막은 시골마을에서 가끔씩 보이는 풍경이다.
“너 이 학교 들어올 때 동네 어귀에 축 합격 플래카드 걸렸다며?” 하는 농담은 시골출신들이 주로 듣는 “촌 놈 출세했네”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합격이 곧 좋은 직장 취업을 약속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전문직 종사자로 진입하는 것이 경제적 자유와 더불어 인생의 성공이라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
변호사 K씨는 2002년 6월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 그 좋아하던 축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0년 공부한 사법고시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한 덕으로 다행히 현대판 과거라 불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고향에서 친지들이 모두 모여 동네잔치 비슷하게 합격 턱을 냈다.
요즘 K씨는 그 때 부모님께서 웃으시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예전처럼 흐뭇해 하기는커녕 괴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졸업과 동시에 아버지는 은퇴를 하셨기 때문에 K씨의 공부 지원으로 가계는 어려워져 있어 한도 1억원이 나오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5천만원을 해 드렸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쉽게 상환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이것저것 회비 공제하고 50여만원 되는 연수원 급여로 불합격한 선후배들 술 한 잔 사주고 하다 보니 연수원을 마칠 때 쯤엔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이 거의 한도를 육박하고 있어 해외 연수를 간다거나 하는 씀씀이가 큰 달에는 ‘한도 초과’라는 막막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동기들과 변호사 사무실을 공동 개업하여 지인을 통한 사건 수임으로 숨통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안정적으로 월 1천만원 이상 순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사무실 유지와 이자 그리고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든 지출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가족이나 지인의 경조사에는 서른을 훌쩍 넘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체면과 주위의 기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지내다 보니 미래를 위한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한 달 한 달 겨우 생활하는 지경이 되었다.
수임이 되지 않는 달은 개인적으로 돈을 융통하거나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개업한 변호사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 받던 중 위암으로 사망한 일이 있다.
그 변호사가 입주해 있던 건물의 경비원은 “법원에서 오는 우편물보다 금융회사의 독촉장이 더 많았다”고 한다.
적거나 불안정한 수입과 부채상환 압박이 그 ‘성공한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돈 관리 시작은 연수원에서부터 서울지방 변호사회에 따르면 변호사 한 명당 수임 건수는 1995년 54건에 이르던 것이 2005년 35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수임 건수가 줄어든 것은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연 사법개혁의 영향이 크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수임 건수는 16만 여 건으로 95년(10만 여 건)과 비교하여 59%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변호사의 수는 150%의 증가율을 보였다.
변호사 1만명 시대가 온 것이다.
게다가 법원의 불구속 수사 확대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나홀로 소송이 많아져 일부 변호사의 경우 수임료를 100만원대로 낮추는 출혈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IMF 이후 모든 서비스 산업이 점진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의료, 교육시장과 더불어 법률시장도 그 개방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전문직이란 직업이 독점적인 시대는 아니며 무한경쟁의 시대에 있다.
다만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가졌다는 것에 지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막 합격한 선배가 먼저 변호사를 하고 있는 후배에게서 합격 축하전화를 받으며 “야! 요즘 장사 잘 되냐?”라고 걱정스레 묻는 것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다는 요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계획 없이 합격의 즐거움만 누리다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연수생이라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미래에 일정부분까지 확보되었다고 예상되는 수입 규모를 현시점에서 완전히 쓰지 못한다는 일은 가혹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갇힌 공간에서 책과 시름하며 보낸 공로를 스스로 치하함은 필요하다.
다만 그 ‘미래가치의 현재화’가 도가 지나쳐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라면 곤란할 것이다.
확정된 목표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과다지출을 막아줄 확실한 방법이다.
그 목표치 내에서 현재 수입대비 초과지출의 규모를 정해야 할 것이다.
돈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법원이나 검찰로 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많은 변호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으나마 수입이 생김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황이지만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해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큰 질병 등을 고려하여 보장성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은 기본적인 시작일 것이다.
개업 그리고 경쟁 변호사 Y씨의 경우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사무실을 단독으로 개업하였다.
1억 5천만원의 부채는 큰 사건 하나면 해결되리라는 생각에 사무실도 크게 내고 사무장 셋에 여직원 둘까지 두고 ‘대박’을 노렸지만 큰 사건 수임이 그렇게 쉽게 성사되지는 않았다.
매월 급여일과 임대료를 내는 날이면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어려워질수록 대박의 욕구는 더 강해지고 그러다보니 작은 사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어쩔 수없이 브로커를 쓰고 검은 커넥션의 유혹을 받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앞서가는 것도 모자랄 판에 부채의 늪에서 버티기란 그야말로 고통이다.
부채관리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 통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로 돈이 들어오면 줄어들고 월말 지출 때 다시 원래의 막막한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상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압박만 가중될 수 있다.
이 경우 반기 혹은 연간 단위로 일정금액까지 대출을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운 후 별도의 저축을 하다가 계획했던 시점에 목돈을 상환하는 게 더 낫다.
실제로 막막하고 막연한 장기 상환계획이 세워지고 난 후에는 그 계획에만 집중하면 되므로 정신적으로 훨씬 편안해져 대출상환에 효과적이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자비용이 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까지 상환계획을 3년 혹은 5년 단위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출이자와 적금이자의 차이를 고려하여 그때 그때 상환하는 것은 1~2천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적합하나 부채가 과도하여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 장기 상환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부채가 연간 순수익 수준으로 떨어지면 조기은퇴를 위한 연금 등 장기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얼마 전 대법관으로 은퇴하면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칠순이 넘어서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젊었을 때 충분히 준비해 두었더라면 전문지식을 사회에 봉사하며 보람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1. 업계 현황과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라 2. 평가에 적합한 사업계획과 자금계획을 수립하라. 3. 초기에 과도한 부채를 지는 것을 삼가라 4. 현금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라 5. 비즈니스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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