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과대표집, 진보·중도는 과소표집
[이코노미21 원성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큰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도 이전 조사보다 찬성은 줄고 반대는 늘었다고 한다. 민감한 탄핵 정국에서 이런 조사결과는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당혹감을 국민의힘 지지자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특정 조사에서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했다면 조사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조사에서 경향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여 조사의 잘못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위기감이 커진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불과 한달 사이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상승해 민주당 지지율을 넘어섰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우선 몇가지 내용을 정리해보자.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기사는 잘 못 쓴 것이다. 갤럽과 NBS는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이후 직무수행 평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논란이 많았던 한국여론평가연구소는 대통령을 지지하는지를 직접 묻고 있다. 한국여론평가연구소 조사결과를 인용한다면 조사의 정확성을 떠나서 대통령 지지율을 기사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를 묻거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질문하지 않는데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근거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다고 유추해서는 안된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대통령 지지여부를 유추할 수는 있다. 하지만 탄핵 반대 응답이 높아진 것을 근거로 대통령 지지가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해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통령 지지와 무관하게 야당에서 추진하는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적인 질문항이 있어야만 알 수 있다.
이제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간 원인을 살펴보자. 이번 기사에선 갤럽 조사만을 가지고 분석한다. 갤럽 조사는 1주 또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져 이전 조사와 온존히 비교할 수 있다. 또 갤럽은 전화면접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 발표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ARS(자동응답)조사다. ARS 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계음으로 인해 응답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정치관여도가 높은 즉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응답이 높아 편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전화면접으로 이뤄지는 갤럽조사를 분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추출이다. 표본추출이 잘 못 되면 조사결과는 편향이 발생한다. 특히 특정 집단의 과대표집이 생기면 조사의 객관성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령과 지역이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특정 연령(예를들어 20대 또는 70세 이상)이 과대표집되면 이 집단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다. 그러나 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조사기관은 연령과 지역 등이 편향되지 않도록 인구비례에 따라 표본을 할당한다. 설혹 일부 연령이나 지역이 더 많이 표집되어도 가중치를 적용해 인구비례에 맞춘다.
표본추출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인구 특성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주민등록 통계가 있어 이를 근거로 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성향은 객관적 자료가 없다. 정치성향 자체가 주관적 정치성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욱 알 수 없다. 문제는 정치여론조사에서는 정치성향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정당지지도를 보면 보수는 대다수가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진보는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는 정당지지도만이 아니다. 주요 정치현안 특히 탄핵 찬반 여부도 정치성향별로 극명하게 갈린다. 갤럽에 따르면 보수의 64%는 탄핵을 반대한다. 반면 진보의 96%는 탄핵을 찬성한다. 중도는 70%가 탄핵을 찬성한다. 결국 보수가 더 많이 응답하면(과대표집) 탄핵 반대 의견이 높아진다. 반대로 진보가 더 많이 응답하면 탄핵 찬성 의견이 높아진다. 이는 정당지지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수의 73%는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진보의 73%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중도는 민주당 35%, 국민의힘 24%, 무당층 29%로 나뉜다.
결론적으로 정치성향별 표집이 얼마나 됐는지에 따라 정당지지도, 탄핵 등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아래 표는 갤럽 조사의 지난 3년간 응답자 정치성향별 표본수이다. 2022년 1월 4주차부터 이번에 정당지지도가 역전되었다는 2025년 1월 2주차 조사를 비교했다. 지난 5번의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올해 1월 조사에서 보수가 한달전보다 1.4배 더 많이 표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진보는 330명에서 293명으로 크게 줄었다. 중도도 320명에서 274명으로 크게 줄었다. 보수 의견이 평상시보다 많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시점 |
보수 |
중도 |
진보 |
모름/무응답 |
2022년 1월 4주차 |
271 |
337 |
236 |
151 |
2022년 2월 2주차 |
275 |
317 |
241 |
168 |
2024년 9월 4주차 |
286 |
310 |
282 |
123 |
2024년 12월 2주차 |
245 |
326 |
330 |
101 |
2025년 1월 2주차 |
331 |
274 |
293 |
108 |
정치성향별 인원은 가중치 적용이 불가능하다. 가중치를 적용하려면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정치성향을 정밀하게 조사한 자료는 없다. 또 정치성향이 주관적 성향이라는 점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기존 조사의 흐름을 보고 특정 집단이 과대표집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3년동안 보수는 25~28% 사이에 있다. 그런데 1월 조사에서 보수 비중이 갑자기 33%가 됐다. 한달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지도 않았는데 보수층이 이처럼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는 보수가 과대표집되고 진보와 중도가 과소표집된 것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