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요즘처럼 IT산업의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는 의구심이 강한 상황에선 더욱 귀가 솔깃하다.
인터넷,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주요 IT 업종의 1분기 성적표를 꼼꼼히 뜯어보면 그런 의구심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겨레IT 기업평가센터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등록된 IT기업 가운데 12월 결산법인 250여개 회사의 1분기 보고서를 분석했다.
결과는 반도체 업종만이 유일하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업종의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언제 그 얼음이 깨질지 모른다.
이번에 제출된 분기보고서는 변화가 빠른 IT업계의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인터넷, 통신서비스,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컴퓨터서비스, 반도체, 반도체장비, 전자부품 등 9개 업종으로 나눠 매출액 대비 이익률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직 반도체 업종만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기반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업종은 불안정한 수익구조를 빨리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 반도체 1위 인터넷 골찌 보고서에서 제시된 재무제표는 매출액총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다양한 이익개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각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익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예컨대 매출액총이익률이 부가가치를 반영한다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매출액경상이익률은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어떤 업종,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출 경우 이들 항목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곤 각 이익지표에서 차지하는 업종들의 높낮이가 컸다.
매출액총이익률에서는 소프트웨어가 34.4%로 1위에 올랐다.
다른 업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한 셈이다.
그렇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경상이익률 등에서는 꼴찌에서 두번째에 머물렀다.
영업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런 현상은 매출액경상이익률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서는 반도체장비(24.8%)가 1위를 차지했다.
기본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해낸 셈이다.
그러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4%로 한참 아래로 처졌다.
영업활동의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각 이익지표에서 꼴찌를 차지한 업종의 면면도 일정하지 않다.
매출액총이익률에서는 하드웨어(13.8%)가 가장 나쁜 실적을 보였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에서는 인터넷(-25.2%)이 가장 저조했다.
매출액경상이익률에서는 매출액순이익률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인 전자부품(-13.9%)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렇게 이익지표에서의 순위가 엇갈리는 것은 IT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어떤 기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경우 어떤 이익개념으로 접근하더라도 그 방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광고선전비 비중, 인터넷 최고 전자부품 최저 지난 1분기에 IT기업들은 엄청난 광고선전비를 쏟아부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기업의 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렇듯 기업의 이익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수로는 재무제표상 광고선전비, 이자수익, 그리고 이자비용 등이 있다.
광고선전비가 중요한 것은 IT산업 자체가 아직 성숙한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이제 막 형성기에 들어선 상황이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시장개척이 중요하다는 사정과 연관된다.
이자수익과 이자비용은 한국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높은 부채수준과 연관있다.
이들 변수들이 각각 판매와 관리비, 영업외수익, 그리고 영업외비용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여 결과적으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을 변화시킨다.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를 측정해본 결과, 인터넷 업종이 15.3%로 가장 높았다.
인터넷 업종의 광고선전비율은 2위인 소프트웨어(4.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인터넷 기업들이 다른 IT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교적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업종은 0.6%에 그쳤고, 전자부품 업종은 0.3%로 가장 낮았다.
판매와 관리비에서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와 비슷하다.
인터넷 업종이 25.4%로 가장 높았고 전자부품(2.1%)이 가장 낮았다.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지출을 포괄하는 매출액과 판매, 관리비 합계에서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인터넷 업종이 가장 높았고 전자부품이 가장 낮았다.
과다한 광고선전비 지출은 기업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킨다.
광고선전비가 많은 인터넷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5.2%로 가장 낮다.
반면, 매출액총이익률이 비교적 낮았던 전자부품 업종은 비교적 높은 매출액영업이익률(4.5%)을 기록했다.
이자수익과 이자비용이 기업의 수익구조에 미치는 효과는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을 통해 나타난다.
인터넷 업종은 매출액 대비 영업외수익 비율에서는 44.6%로 가장 높았으나, 매출액 대비 영업외비용 비율(5.2%)은 두번째로 낮았다.
인터넷 업종이 코스닥시장의 급성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사정을 반영한다.
반면 반도체와 전자부품 업종은 매출액 대비 영업외수익에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은 매출액 대비 영업외비용에서는 비교적 높은 값을 보였다.
당기순이익에서 영업외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더라도 인터넷 업종은 두드러지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반도체와 전자부품 업종은 매출액경상이익률이 매출액영업이익률보다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 인터넷 업종은 플러스의 매출액경상이익률(14.2%)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기자본? 총자산? 소소한 차이 기업의 법적 소유자인 주주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줬느냐를 보여주는 항목들, 즉 자기자본영업이익률, 자기자본경상이익률, 자기자본순이익률에서는 업종간에 격차가 기본적으로 크지 않아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단지 인터넷 업종이 자기자본영업이익률(-0.5%)과 자기자본순이익률(0.8%) 모두에서 타 업종보다 아주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를 나타내는 총자산 관련 항목에서도 비슷한 특징들이 보인다.
총자산영업이익률, 총자산경상이익률, 그리고 총자산순이익률에서 업종간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 업종은 총자본영업이익률과 총자본순이익률에서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안정성과 채무 부채와 관련된 재무비율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동일한 수준의 영업기반을 갖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재무적인 기반이 튼튼한가 여부를 보여준다.
전반적인 수준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의 경우 하드웨어(17.4%)가 가장 낮은 반면, 전통적인 산업에 가까운 반도체(166.9%)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자산의 크기 때문에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프트웨어(65.8%)가 가장 높고 하드웨어(33.3%)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부채는 일반적으로 1년 미만의 유동부채와 1년 이상의 고정부채로 나뉜다.
부채총계에서 고정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통신서비스 업종(53.3%)이 가장 높고 인터넷 업종(29%)이 가장 낮았다.
통신서비스 업종이 장기부채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부채총계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어진다.
단기차입금은 유동부채 가운데서도 영업관계나 거래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지 않으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기업의 자금흐름과 관련된다.
이 항목에서는 고정부채비율이 높았던 통신서비스 업종이 8.7%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고정부채비율이 낮은 편에 속했던 컴퓨터서비스 업종이 가장 높은 부채총계 대비 단기차입금 비율(26.3%)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재무비율로는 이자보상비율, 유동비율, 당좌비율을 들 수 있다.
이자보상비율을 보면, 인터넷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자비용을 감당할 능력에 비해 부채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에 통신서비스는 마이너스의 수치를 보여 현재로 한정한다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장 다가올 채무에 대처할 수 있느냐를 재는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에서는 소프트웨어가 각각 886.9%, 871.5%로 두 비율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반도체와 하드웨어가 각각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 단기채무에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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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의 침체와 수익모델의 부재라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인터넷 기업들이 광고선전비 지출을 주도했다. 광고선전비 지출 상위 12개사 가운데 엘지홈쇼핑, 드림라인, 삼구쇼핑, 인터파크 등 인터넷 기업이 8개사나 차지했다. 이들 업체는 1분기에 11~49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엘지홈쇼핑이 48억2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통신하이텔이 11억7천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광고선전비 지출은 시장의 신규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요소다. 따라서 이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선전비를 매출액과 비교해보면 그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액의 70% 가까이를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곳도 있다.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상위 5개 인터넷 기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30% 이상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인터파크가 68.5%로 가장 많았고, 다음 32.2%, 드림라인 31.8%, 하나로통신 25.1%의 차례였다. 이렇게 과도한 광고선전비는 인터넷 기업간의 경쟁강도와 시장상황을 반영한다. 직접적으로는 인터넷 기업의 순이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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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에 따라 기업에 따라 이익구조가 크게 다르다. 한국통신하이텔(인터넷 업종)과 메디다스(소프트웨어 업종)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비교해보면 두 기업의 이익구조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하이텔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2억1100만원인 데 반해, 메디다스는 16억9500만원이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것으로, 그 기업이 추가로 벌어들인 금액, 즉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따라서 매출총이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하이텔의 매출총이익률은 0.011, 메디다스는 0.414다. 메디다스가 38배 가량 높다. 하이텔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8억9천만원, 메디다스는 마이너스 13억5700만원으로 두 회사 모두 적자를 봤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임금이나 광고선전비 같은 판매관리비를 뺀 것으로, 기본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다. 따라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재는 지표가 된다. 하이텔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0153, 메디다스는 -0.469로 나타났다. 하이텔의 영업효율성이 메디다스보다 세배 가량 높다. 하이텔은 4억2300만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메디다스의 경상이익은 마이너스 5억1800만원이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뺀 것으로, 일상적인 기업활동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은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하이텔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은 0.023, 메디다스는 -0.179다. 하이텔의 수익성이 그만큼 좋은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하이텔의 이익구조는 메디다스에 비해 낮은 부가가치, 높은 영업효율성, 높은 수익성을 갖는다. 메디다스는 하이텔에 비해 높은 부가가치, 낮은 영업효율성, 낮은 수익성이라는 이익구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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