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0시 50분 미국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퍼스트클래스 서비스를 담당하던 한 승무원이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견과류)를 봉지째 건네며 “드시겠느냐”고 묻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질책하며 고성을 지르고 서비스메뉴얼 가져오라는 등 테스트를 하고 승무원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비행할 준비가 안됐으니 내려라”고 지시했다. 조 부사장의 지시로 해당 항공기는 푸시백(활주로로 이동하기 위해 토잉카로 비행기를 뒤로 미는 과정)을 시작해 약 10m 이동 후 다시 게이트로 향한 뒤 해당 승무원을 하기시킨 후 이륙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동으로 비행기는 출발예정시간보다 약 10여분 늦게 출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무장은 약 12시간 뒤인 오후 1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언론과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에 나서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대한항공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m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였고,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아 부사장의 문제제기와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며 조 부사장의 지시가 합리적이었다고 두둔했다. 이어 “사무장은 매뉴얼을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다”며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며 책임을 승무원에게 돌렸다.
이에 한 네티즌은 “임원 탑승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무 조항에 ‘서비스가 미흡해 출발한 비행기를 다시 회항시켜 승무원을 하기 시키는 것’도 포함인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사과문을 접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진의 진실한 사과와 책임지는 행동을 기대한다”며 “대한항공 사측은 부사장으로서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반박문을 냈다. 이어 “회사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이번 사건의 책임을 당시 승무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한항공은 열심히 일하는 승무원들의 사기나 인권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직원들을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잇다는 반 노동자적이고 봉건적인 사고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일 해당사건이 국내에 알려지자 여론은 “조현아 부사장의 월권행위가 도가 지나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항공이라는 명칭까지 쓰는 것이 수치스럽다”, “대한항공(Korean Air)에서 대한(Korean)을 빼라”며 조현아 부사장과 책임을 승무원에게 전가한 대한항공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