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武漢)은 사람으로 치면 중국의 배꼽에 해당한다. 지리적으로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여 년 전 군웅이 할거했던 중국의 중심부, 바로 그곳이다. 역사적으로 중원이라고 칭해졌던 이곳이 지금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 내륙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크다.
이렇게 도약하는 중국의 속살과 그 속의 우한을 외교관의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여성의 섬세함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도가 있다. 대한민국 주우한총영사관 경제담당 영사로 근무했던 정수현(외교부 다자외교과 서기관)이 장본인이다. 책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신중국의 미래, 외교관의 열정, 젊은이를 위한 비전 제시, 인간의 고민, 겸손함 등이다.
필자는 이 시간 중국대륙 14억 명 인구가 그토록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거래결제시스템을 해부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1위안 짜리 화폐’가 경제분야에 얼마나 큰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말한다. 거리의 자전거를 통해서 중국의 공유제도를 설명하고 있고, 전자상거래와 쇼핑 등의 소비형태를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필자는 퇴근 후 밤늦은 시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중국이 워낙 빨리 변하는 사회여서 혹시나 적시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담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다.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할 때의 경험과 기억이어서 정치적으로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중국인들로부터 배운 점도 많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의 말대로 필자는 한번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다부지고 철저한 성격이다. 이런 그의 성품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역마살’ 체질이라고 하면서도 장기간의 해외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여성외교관으로 11개월 된 딸을 남겨두고 단신 부임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할 때는 무덤덤한 것 같아 보이더니, 우한총영사관 근무 중 서울 출장길에 인사부서장을 만나서 자기의 사정 얘기를 할 때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고 적고 있다.
그의 솔직함도 돋보인다. 외교부 근무를 갓 시작한 시절에 동료가 외국으로 발령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 서운했지만 지금은 지인의 인사 소식이 ‘오늘의 날씨’ 정도로 느껴질만큼 무뎌졌음을 털어놓는다. 책 속에서 이런 솔직한 고백을 한 것은 앞으로 가족과 친지, 친구와 동료를 진심으로 살피고 대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필자를 지켜본 국내외 지인 뿐만 아니라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책의 서문을 읽고 난 뒤 중국의 스마트산업과 공유경제로 책장을 넘기기 바란다. 한번 펼친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가 쉽지 않음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독자제현과 함께 내용 전체 공유하기를 간청드린다.
필자 소개
정수현 서기관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꾸던 장래희망에 도전해 2005년에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외교부에서 근무한 이래 이웃국가인 중국에 관심을 갖게 돼 7년간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외교부 외무서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상하이 소재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 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中歐國際工商學院)>에서 MBA 과정을 수학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의 변화상을 직접 목격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의 정무(政務)과와 경제과에서 두루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의 중국 관련 외교를 수행하는 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주우한 총영사관에서 정무와 경제 그리고 비자를 담당하는 영사로서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