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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을 아시나요?...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
광명동굴을 아시나요?...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
  • 장한규 기획위원
  • 승인 2023.09.11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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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돼
KTX 광명역이 동굴과 1.5㎞ 거리에 있어
‘동굴 예술의 전당’에서 다양한 행사 열려
한 층 내려가면 새로운 지하세계가 펼쳐져
버려졌던 공간을 다시 살려내어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이코노미21 장한규] 서울에 바짝 붙어 베드타운으로 형성된 도시, 광명시가 있다. 광명시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구로공단이 조성되면서 서울에 노동자들의 숙소가 부족해지자 안양천 넘어 시흥군 철산리, 하안리, 광명리 등에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조성된 도시이다. 이후에 광명시는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도 확장되었지만 현재까지 자체적인 고유한 생활권과 문화권을 갖기보다는 주민들이 잠만 자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 10여 년 전부터 갑자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볼거리를 찾아 몰려들고 있다. ‘폐광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광명동굴이 바로 그것이다.

광명동굴은 2017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단위로 선정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8년 동안 4회 연속 선정되었다. 2011년 8월에 처음 동굴이 개방되었고, 이후 2015년 4월부터 입장료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첫해에는 92만 명, 2016년 142만 명, 2017년 123만 명, 2018년 116만 명, 2019년 98만 명이 다녀갔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됨에 따라 현재는 입장객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점차 다시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광명동굴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도, 인천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1시간 정도에 갈 수 있다는 교통상의 편리함을 들 수 있다. 또한 전국 고속철도의 시발역으로 계획되었던 KTX 광명역이 동굴과 1.5㎞ 정도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KTX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거리상의 장점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수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굴 관광지라는 점과 동굴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광명동굴에서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동굴 예술의 전당’이다. 이곳은 기존 동굴의 넓은 공간인 동공(광산 개발시 중간중간에 휴게소나 업무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커다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여 무대와 35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춘 커다란 광장이다. 평소 관람시에는 동굴 벽면을 활용한 화려한 미디어파사드 공연이 펼쳐지고, 특별 이벤트로 합창단이나 오페라·판소리 공연, 영화 상영, 전시회 등의 다양한 복합문화예술 공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굴 예술의 전당의 미디어파사드 공연. 사진=장한규
동굴 예술의 전당의 미디어파사드 공연. 사진=장한규

그리고 동굴 온도가 항상 12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뜨거운 한여름에는 최고의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온도가 낮은 상태로 일정하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와인 저장고와 판매점을 만들어서 와인 한 방울 나지 않음에도 광명시는 한국산 와인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8월부터 해마다 와인 페스티벌을 열어서 국산 와인을 홍보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의 와인 170여 종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와인동굴
와인동굴

동굴 한편에는 1912년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72년까지 운영되었던 광산의 모습을 재현한 근대문화전시관이 있다. 많을 때는 600여 명에 달했던 사람들이 일했던 고단한 일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 피난처, 새우젓 숙성장소, 폐광에서 새로운 동굴 테마파크로 변화된 동굴의 110년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근대문화전시관
근대문화전시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황금을 캐던 동굴이었던 만큼 황금 관련 주제의 전시장이 여러 개 있다. 황금길에는 소망을 적은 황금패를 걸어두는 소망의 벽이 있고, 2015년 한 해 동안 방문했던 사람들의 소망을 적은 4219개의 황금패로 만들어진 소망의 초신성이 있다. 또한 황금의 방과 황금 궁전도 있다. 그리고 빛을 주제로 한 웜홀 광장과 빛의 공간이 있고, 물을 주제로 한 동굴 아쿠아월드와 황금 폭포도 있다. 동굴을 지하 1레벨로 한 층 내려가면 새로운 동굴 지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제작한 길이 41m의 국내 최대의 용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를 ‘동굴의 제왕’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망의 벽 황금패
소망의 벽 황금패

광명동굴은 지금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지만 한 때 수도권 최대의 금광 광산이었다가 수해 사고로 40여 년간 버려졌던 폐광이었다. 일제는 강점기인 1912년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광물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한반도 내의 다양한 광산을 개발했는데, 이곳은 금을 캐던 광산이었다. 해방 후 1950년대 초까지 잠깐 채굴이 중단되었다가 1955년부터 1972년까지 금 52㎏, 은 6070㎏, 구리 1247톤, 아연 3637톤을 생산하였다. 사람이 많을 때는 600명 정도가 일했을 정도로 수도권에서는 상당히 큰 광산이었다. 그런데 1972년 태풍 베티로 인한 대홍수로 광산 앞 공터에 수북이 쌓여 있던 광미(광미란 광석을 잘게 부순 다음 선광 과정을 통해 광물 함량이 높은 부분만 활용하고 나서 버리는 나머지 광석 찌꺼기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납과 카드뮴 등의 중금속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음)가 아랫마을 논과 밭,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일대를 오염시켰다. 광산업체는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오염물질 제거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해서 더 이상 광산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1974년에 김기원은 광물 채굴 목적으로 광산을 매입하였으나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고, 1994년 광산 광업권이 영구히 소멸하여 버려진 폐광산이 되었다. 폐광산이 테마파크로 재개발되기 전까지 갱도가 사시사철 12도 정도로 온도가 일정하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근처의 소래포구에서 가져온 새우젓을 연간 3천여 드럼씩 숙성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폐 선광장 전경
폐 선광장 전경

버려졌던 폐광을 수도권 최고의 관광지로 바꾸어낸 데에는 양기대 전 광명시장(현 광명시 국회의원)과 광명시 공무원들의 불굴의 노력이 있다. 2010년 7월 광명시장에 취임한 양기대는 곧바로 8월 초에 폐광 동굴을 방문하였다. 첫 방문에서 이곳을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동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폐광을 포함한 인근 동굴 부지의 매입이었는데 소유자인 김기원을 설득하여 2011년 1월 26일에 43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동굴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반년만인 2011년 8월 22일 최초로 일반인에게 동굴을 무료로 공개하였다.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몇 차례의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면서 홍보를 강화하고 동굴 내부를 충실하게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동굴 개관 1년 만인 2012년 10월 13일에 “광명 가학광산동굴 100년 스토리”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고, 2013년 6월 29일에는 동굴 내부의 커다란 광장을 활용한 350석 규모의 ‘동굴 예술의 전당’ 개관 축하 공연을 시작함으로써 광명동굴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 1월 초부터 3개월간의 내부 단장을 마치고 2015년 4월 4일부터 광명동굴 유료화를 시작하였다. 유료화하면 관람객이 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2015년에 92만 명을 시작으로 2016년 이후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유료화 첫해인 2015년에는 광명동굴을 전국 관광지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6월12일 자원회수시설 홍보관을 활용하여 전국 최초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개관하였고, 7월15일 서울에서 가까운 소하동 방면에 제3공영주차장을 개장하여 동굴 접근성을 높였으며, 8월15일에 동굴 입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23~23일에 ‘2015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을 최초로 개최했다. 10월7일에 경기도로부터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시즌2’에 대상을 수상하고 상금으로 100억 원을 받는 경사가 있었다. 2016년에는 4월16일~9월3일까지 5개월간 프랑스 구석기 시대의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 광명동굴전’을 개최하여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았다. 동굴 부지의 매입과 동굴 기획, 공사 등의 과정에 헌신의 노력을 다한 광명시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오마이뉴스 2015년 10월13일~12월15일 “광명동굴, 폐광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13회 연재 기사에 생생하게 실려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

광명동굴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한 테마를 갖춘 잘 꾸며진 관광지라는 점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었다가 버려졌던 공간을 다시 살려내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일 것이다. 한때 수해 사고로 버려져서 새우젓 숙성창고로 활용되며 사람들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었던 폐광 동굴은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로 부활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해 사고의 원인이었던 광미 보관 장소에 광명시와 구로구 주민들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자원회수시설이 1999년에 들어서고 그 홍보관을 자원 재활용을 위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로 만들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원회수시설(소각장)과 업사이클아트센터
자원회수시설(소각장)과 업사이클아트센터

한편 아쉬운 점은 동굴 유료화 개장 초기인 2015년과 2016년 이후로 관람객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많은 사람이 광명동굴은 한번은 가 볼 만하지만 두세 번 가서 볼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동굴이 멋진 테마 공간으로 채워져 있지만 역사 문화적인 측면에서 뭔가 10% 부족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아쉬움일까? 가학폐광산 갱도의 길이는 7.8㎞ 8개 레벨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광명동굴 관광지로 개발된 구간은 2㎞ 2개 레벨만 개발되었다. 현재 물에 잠겨 있어 아직 개발되지 못한 나머지 공간들이 세상에 모습을 보일 때는 훨씬 더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어 언제라도 다시 가 보고 싶은 곳,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코노미21]

미개방구간(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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