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4-03 18:24 (목)
[DOT칼럼] 존재의 가벼움
[DOT칼럼] 존재의 가벼움
  • 이창호(아이뉴스24) 대표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흔히 1대 10의 룰이 적용된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매출 10억원은 하드웨어 업체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같다는 뜻이다.
어디서 나온 계산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법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듯하다.
그럭저럭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룰을 미디어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분석이 최근 논란이 많은 인터넷신문의 미래를 전망하는 또다른 잣대가 될 수도 있다.
10대 1의 룰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신문과 소프트웨어 신문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 사이에도 비슷하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언론사업은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윤전기 등 막대한 시설투자와 적지 않은 콘텐츠 제작 및 판매 인력(기자와 판매·광고직원 등) 운영이 불가피하다.
언론사가 설립 초창기에 매달 10여억원의 적자를 내는 구조는 이같은 막대한 고정비에서 비롯한다.
특히 언론은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산업이어서 적절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신문사가 운영하는 정도의 인력이나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현재 언론사의 부실이 대두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의 초기 투자비나 운영비는 종이신문에 드는 것의 10분의 1도 안된다.
신문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보통 수백억원의 초기 투자와 매달 수십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인터넷신문은 적절한 수준의 서버와 네트워크만 확보하면 된다.
교열·편집·판매 등 실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력 이외의 지원인력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콘텐츠(뉴스)를 전달하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전통적인 신문사는 자신이 생산한 기사를 알리기 위해 인쇄 및 배포에 막대한 돈을 들여야 한다.
방송국 역시 값비싼 송출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 미디어는 이미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역사상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의 미디어를 탄생시킨 셈이다.
최근 인터넷신문의 자생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반 신문사는 광고라는 확실한 수입원이 있지만, 인터넷신문은 그런 것이 없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배너광고에 회의적인 시각들이 그런 의문에 살을 붙인다.
인터넷신문의 생존력은 바로 이같은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매출규모는 기존 신문사보다 적을 수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더 나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상황에 적응하는 탄력성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 땅에 인터넷신문이 탄생한 뒤로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현재 인터넷 미디어들은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광고 유치가 아니라 콘텐츠와 정보 그리고 미디어 파워라는 강력한 무기를 기반으로 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은 1~2년 안에 검증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실험이 성공할 경우 매년 수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또 대부분의 매출을 광고에 의존함으로써 경기변동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기존 언론사의 취약한 사업구조를 극복하는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인터넷의 저비용 구조는 제3의 미디어인 인터넷언론을 가능하게 하는 큰 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