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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업그레이드 아닌 또다른 OS
1. 업그레이드 아닌 또다른 OS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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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신뢰성·멀티미디어 기능 탁월 평가… 사생활 침해 소지는 여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는 윈도우 운영체제(OS)의 이름은 첫 제품이었던 윈도우3.0 외에는 제품을 만든 연도를 뒤에 붙이는 방식이었다.
개인 사용자를 위한 윈도우95와 윈도우98이 그랬고, 도스를 버리고 NT커널(OS가 시스템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핵심요소)을 처음 사용한 기업용 제품 윈도우2000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특정 연도에 제품을 내놓고, 그것을 통해 시대를 리드하겠다는 의지를 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MS가 이번에 내놓을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우XP’에는 연도가 들어 있지 않다.
XP는 eXPerience라는 단어에서 따온 것으로, 놀라운 컴퓨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지난 6월에 이미 출시된 오피스 신제품도 ‘오피스XP’로 이름이 변했다.
MS 빌 게이츠 회장은 윈도우XP에 대해 “윈도우3.1에서 95로 넘어가는 것에 비길 만큼 혁신적인 변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컴퓨터의 힘을 윈도우XP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윈도우XP가 과연 윈도우2000을 능가하는 최고의 OS로 자리잡을 것인가? 아니면 윈도우ME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말 것인가? 지금까지 나온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윈도우98이나 2000보다 훨씬 나은 제품이라는 데 테스터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기존 윈도우 제품들의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됐던 시스템 다운 현상이 사라졌고, 향상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보강된 멀티미디어 기능, 새로운 메신저 서비스와 원격지원 같은 네트워크 기능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 요소들이다.


RC2(Release Candidate 2:2차 발표시안)를 테스트해본 천리안 OS동호회 김규엽씨는 “윈도우XP는 윈도우2000과 윈도우Me를 합친 것과 같다”고 말한다.
MS가 그동안 내놓은 운영체제 제품 가운데 안정성과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윈도우2000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특징인 가정용 운영체제 윈도우Me를 섞어 사무실과 집의 작업환경을 하나로 일치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윈도우XP는 기존 윈도우에 비해 달라진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라고 분석했다.


한 윈도우 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사용자의 평가도 인상적이다.
‘윈마냐’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MS는 윈도우3.1에서 95로 넘어갈 때와 비교하면서 이번 제품을 혁신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갈 때만큼 큰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윈도우XP를 시험 사용해보는 과정에서 시스템 다운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부팅 시간은 기존 윈도우보다 배 이상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 개발
MS 유재성 이사는 “새로운 경험을 심어주겠다는 이름 뜻 그대로, 윈도우XP는 PC나 인터넷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솔직히 이전에는 ‘우리는 이런 의도로 운영체제를 만들었으니 알아서 잘 써달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 입장에서 ‘PC를 쓰기 편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윈도우XP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윈도우XP는 개발자에서 사용자쪽으로 힘을 옮긴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무슨 말일까? MS는 기존 윈도우 사용자의 습관을 찬찬히 관찰한 다음 마우스를 덜 만지는 쪽으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이제까지 10분이 걸렸던 작업이라면 10초 안에 처리할 수 있게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제까지는 폴더 속에 또다른 폴더를 만들 때 메뉴를 찾아 그때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지만, 윈도우XP에서는 폴더의 옆 작업창에 항상 폴더만들기 항목을 두어 곧바로 폴더 생성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새 폴더에 마우스를 대면 작업창은 사용자가 이제까지 가장 많이 해온 작업 목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어떤 항목을 클릭하는 경우에는 그 다음에 어떤 작업을 주로 하더라는 판단을 운영체제가 스스로 하도록 해 작업창을 바꿔주는 ‘인공지능’ 요소를 강화한 셈이다.


MS가 가장 강조하는 윈도우XP의 장점은 신뢰성이다.
이제까지 분리돼 있던 PC용과 서버용 운영체제를 기술적으로 합쳐, 그 기능이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빨라졌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동안 PC를 쓰다가 운영체제가 다운될 때 갑자기 뜨는 ‘공포의 파란 화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윈도우XP는 시스템 파일을 보호하는 다양한 기능과, 혹시 문제가 생겼더라도 작업환경을 그대로 되살리는 복구 기능을 추가해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MS는 설명한다.


보안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도 강점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PC에 외부에서 불법적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 개인용 방화벽 기능, 각각의 파일이나 폴더를 암호화해 해커의 침입이나 데이터 도난 위험을 방지하는 암호화 파일 시스템,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가상 사설망용 보안 기능, 클라이언트 인증과 로그온 기능, 코드 서명에 사용하는 스마트카드 지원 기능이 들어 있다.


그리고 ‘루나’라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내 컴퓨터, 내 문서, 네트워크 환경 같은 아이콘을 시작메뉴에 넣어 바탕화면이 깔끔해졌다.
아이콘들 가운데 잘 쓰지 않는 아이콘을 정기적으로 찾아 없애주기까지 한다.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깔고 나면 다른 색으로 표시돼 어느 메뉴 아래 있는지 알 수도 있다.
루나는 윈도우95 이후 이루어진 인터페이스 버전업 중 가장 큰 변화라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여러 기능이 윈도우XP에 추가됐지만, 몇 가지는 빠졌다.
블루투스 무선 연결과 USB 2.0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두 기술을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아직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지원을 미뤘다는 게 MS쪽 설명이다.
MS는 관련 하드웨어 보급이 늘어나고 사용자들의 요청이 많아지면 이 두 기능에 대한 지원용 패치를 웹에 올려 사용자들이 내려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 환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무선LAN 표준인 802.11b는 지원한다.


그러나 윈도우XP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시장을 독점하는 MS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을 달래는 일이다.
이번에도 윈도우XP는 또다시 독점논란에 휩싸였다.
또 윈도우XP는 PC 한대에만 설치하도록 돼 있는 설치제한과, 제품등록과 사용자 인증 과정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하드웨어 정보를 MS에 보내야 하는 데 따른 정보유출 문제로 비난받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도 MS의 과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대거 내장
윈도우XP의 멀티미디어 기능과 인터넷 접속 기능은 이전 윈도우 제품들에 비해 확실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시장 독점의 횡포가 그대로 살아 있는 위험한 제품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있다.
이는 기본 운영체제 안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윈도우에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탑재해 독점논쟁에 휘말렸던 MS는 이번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논쟁의 여지를 더 많이 남겼다.
그러나 MS는 “윈도우XP는 초보 사용자를 위한 기본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게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 MS의 전략은 프로그램 구매 비용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다.
윈도우XP에 포함된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알아본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최신 웹브라우저인 IE 6.0 버전은 인스턴트 메신저를 내장했고 별도의 미디어 플레이어를 실행하지 않고도 미디어를 재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그림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기능도 강화됐다.
MSN 익스플로러 익스플로러와 별도로 MS 포털사이트인 MSN 전용 웹브라우저. 인터넷폰 기능을 지원하고 지금까지 따로 제공했던 인터넷 검색, e메일 관리, 인스턴트 메시징 기능을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
윈도우 미디어플레이어 음악과 동화상 재생 프로그램인 WMP 8.0 버전은 DVD 재생과 CD롬 제작 기능을 붙였다.
비디오를 각종 휴대장치로 보내는 기능도 있어 별도 멀티미디어용 소프트웨어를 깔지 않아도 웬만한 기능은 다 할 수 있다.
방대한 양의 디지털 라이브러리와 디지털 콘텐츠 보호기능이 탑재돼 있다.
윈도우 무비 메이커 홈 비디오를 캡처, 편집, 구성, 공유하는 프로그램. 아날로그나 디지털 카메라를 PC에 연결해 음악, 내레이션, 제목 등을 넣어 비디오 작품을 제작할 수 있고, 작품을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쉽다.
윈도우 메신저 친구나 가족, 동료와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다.
특히 문자뿐 아니라 음성과 화상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과 공동 작업을 하고 파일을 전송하며 애플리케이션도 공유할 수 있다.
시스템 복구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의 파일 손상 없이 PC를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시스템 복원 기능이 있다.
시스템 파일의 변경 내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새로운 변경사항이 발생하기 전에 이전 버전을 기록·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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