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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론] ③ 정보재의 차별적 가격책정
[디지털경제론] ③ 정보재의 차별적 가격책정
  • 윤기호(서강대 교수)
  • 승인 2001.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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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따라 다른 가격 적용, 저가·고가 전략 다양하게 구사해야 콘텐츠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격차별 및 제품차별화가 필수적이다.
경제학에서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란 동일한 제품을 소비자 유형 또는 판매 수량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달리 차별적 가격책정(differential pricing)이라고도 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한 정보재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는 산업에서는 비용에 기반한 일률적인 가격책정이 기업에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CD를 개발하는 비용이 7천원이고, 두번째 단위 이후의 재생산비용은 실질적으로 0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고객 A는 CD를 구입하는 데 5천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고, 고객 B는 3천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만약에 CD를 생산한 기업이 모든 고객에게 단일한 가격을 책정한다면 기업은 두 고객 모두에게 CD를 3천원에 판매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수입은 6천원이 되어 기업은 1천원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A에게는 5천원, B에게는 3천원의 차별적인 가격을 책정하면 기업은 1천원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 간단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재 생산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가격차별 및 제품차별화를 실시해야 한다.
가격차별은 제1급, 제2급, 그리고 제3급 가격차별로 구분된다.
제1급 가격차별은 완전가격차별이라고도 하는데, 기업이 고객별로, 또한 각 고객에 대해 판매단위별로 상이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런 가격차별은 기업이 각 고객에 대해 거의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발견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제1급 가격차별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제2급 가격차별은 기업이 상이한 판매수량에 대해 상이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량 구매시 할인(volume discount)이다.
기업은 왜 제2급 가격차별을 하는 것일까? 기업으로서는 한꺼번에 많은 수량을 팔기 때문에 판매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따라서 가격을 조금 할인해주는 것이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2급 가격차별에는 이런 단순한 논리보다 깊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고객을 우량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으로 분리함으로써 두 고객집단 모두에게 최대한 높은 가격을 책정하려는 이윤극대화 전략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고객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기는 어렵다.
누가 얼마만큼 지불하려고 하는지를 얼굴만 보고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경우 기업은 두개 이상의 ‘수량-가격’ 패키지를 제시함으로써, 고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패키지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고객들은 패키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드러내게 된다.
기업은 이렇게 수량에 따라 다른 금액을 책정함으로써 제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고객을 그렇지 않은 고객으로부터 분리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모든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할 수가 있게 된다.
제3급 가격차별은 기업이 상이한 고객에 대해 상이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학생할인이나 공공기관 요금할인 등과 같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3급 가격차별은 고객들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뤄진다.
즉 학생증이나 사업자등록증 등을 통해 고객 유형을 쉽게 판단할 수 있고, 또한 고객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날 때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3급 가격차별은 제2급 가격차별보다는 다소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제품차별화는 차별화된 제품에 대해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가격차별을 좀더 쉽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2급 가격차별에서 수량을 품질로 바꿔 생각하면, 이는 제품차별화를 통한 이윤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 두가지를 생산할 경우 일반적으로 저가 제품의 품질을 인위적으로 더 나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고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고객이 저가 제품을 행여라도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달리 말해 기업은 고객들의 자기 선택을 촉진하기 위해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의 품질 차별화를 필요 이상으로 하게 된다.
정보재는 특성상 변환이 용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차별화가 가능하다.
정보재의 제품차별화는 기능(functionality), 지연(delay), 애프터서비스(technical service)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진다.
정보재 생산자들은 고객의 성향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을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차별화할지, 그리고 가격 차이를 얼마나 둘지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홈페이지 www.sogang.ac.kr/~k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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