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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옵션투자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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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형훈-한경와우TV 대표
  • 승인 2002.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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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7일 D증권 선물옵션팀 전모 팀장은 폭설이 내리는 대관령을 힘겹게 넘고 있었다.
전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여기 삼척 지점인데, 이곳 선물옵션 열기가 대단합니다.
당장 오셔서 설명회 좀 해주십시오.” 삼척은 인구 8만의 소도시다.
하지만 그날 오후 대도시 못지않게 무려 100여명이 넘는 삼척 사람들이 자리를 빽빽히 메운 채 그를 맞이했다.
최근 주식시장엔 새로운 대박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멀리 동쪽 끝 삼척까지 불어닥친 이 열풍의 주인공은 바로 옵션이다.
최근 증권사에는 현물거래 계좌수보다 옵션 계좌수가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수강료가 100만원이 넘는 옵션 강좌의 인기가 연일 상한가다.
이런 옵션열풍의 시초는 9·11 뉴욕 테러사건 직후 터진 대박이었다.
지난해 9월12일 옵션시장에서는 하룻밤 새 100배 정도의 수익을 내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 키움닷컴증권의 한 투자자가 테러 발생 전 풋옵션에 5600만원을 투자해, 다음날 50억원을 벌었다.
바로 이것으로 인해, 주가가 아무리 올라야 15%인 현물시장 대신 옵션시장이 대박의 진원지가 돼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 주식투자자들은 옵션시장으로 몰려들고, ‘옵션강좌 초만원’ ‘옵션PC방’ 등 새로운 투자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대박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의 옵션시장은 1년 전에 비해 4배나 급성장하고 수만명이 옵션투자를 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미국과 독일을 압도하고 전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옵션이란 원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 적은 돈으로 7배 이상 많은 원금을 보전하도록 소위 레버리지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위험회피 기능보다는 적은 돈을 베팅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적 기능이 우리 투자자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 과연 옵션은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 한국 시장에서 옵션의 이론적 최대 수익률은 하루 3천배.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수익률이다.
바로 이것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일확천금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꿈은 과연 얼마나 실현가능한가? 지난해 D증권사가 주최한 6개월간 실전 선물옵션 매매 대회에서 원금 손실을 본 사람이 무려 74.5%에 달했다.
그리고 원금의 80% 이상을 날린 참가자가 20%에 이르렀다.
결론은 옵션이란 하루에도 90% 이상의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아주 위험함 투자라는 것이다.
옵션시장은 지금 현실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레버리지 효과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 “매수주체에서 외국인이란 분류를 없애야 한다” 등 도입과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다.
당장 투자자들은 제로섬 게임인 이 시장에서 자금, 정보, 매매기법에 있어 한 수 앞서는 외국인들과 경쟁해 그들을 이겨야 한다.
또다른 제로섬 게임인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승률은 70%를 넘고 있다.
국제적으로 승률이 52%를 넘으면 성공적 투자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외국인 주도력은 더욱 강하고 옵션시장에서는 이런 외국인의 주도력이 더 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월28일부터 개별주식의 옵션거래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옵션시장은 더욱 커지고 그 변동성 또한 더 확대될 것이다.
점차 더해 갈 옵션열풍을 지켜보면서 과거 잃었던 돈을 한번에 되찾거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지금같은 풍토에서는 투자자들이 대박을 실현하여 기뻐하는 모습보다는, 욕망의 불나비가 되는 광경을 더 자주 볼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옵션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실전경험으로 대박을 현실화하는, 글로벌한 경쟁력이 있는 투자자들로 거듭나길 바란다.
필자가 아는 선물매매의 고수, 속칭 ‘압구정동 미꾸라지’조차 고개를 흔드는 것이 옵션이고, 옵션시장이야말로 막강한 상대가 있는 금융투자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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