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억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5월31일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개회사로 2002 한일 월드컵이 개막됐다.
32개국 1만3천명의 선수단과 보도진이 축구공 하나에 울고 웃는 스포츠 전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반도 한편에선 제2의 월드컵 전쟁이 소리없이 펼쳐지고 있다.
첨단 신기술로 무장한 방송사와 유무선 통신업체들이 월드컵의 땀과 눈물을 지구촌 곳곳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는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 숨어 있는 정보기술(IT) 월드컵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 방송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송사별로 앞다퉈 마련하고 있는 고화질(HD) 방송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흘린 땀 한방울 한방울뿐 아니라 환희와 절망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TV를 통해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몇몇 프로그램에 한해 시험방송을 실시해온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는 월드컵 개막을 맞아 국내에서 열리는 32경기 중 24경기를 HD 방송으로 제공한다.
이번 HD 방송은 방송3사가 각각 8경기씩 제작해 일본에 있는 IBC1과 IBC2를 통해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제공한다.
특히 한국은 일본보다 3경기가 더 많은 43경기를 HD 방송으로 내보낸다.
(표 참조) 올해 초 개국한 스카이라이프도 뒤질세라 HD 방송제작에 팔을 걷고 나섰다.
스카이라이프는 일단 전국 주요 백화점이나 기차역, 고속버스 터미널 등 50여곳을 대상으로 HDTV를 설치하고 시험방송에 나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천안 이북 수도권이나 대전, 광주, 나주 주변에 살고 있어야 HDTV 신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색다른 눈요깃감, 쌍방향 데이터 방송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것은 없다.
경기장에 직접 나가서 관람할 수 없다면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된다.
이런 열성 시청자들을 위해 정보통신부와 8개 지방자치단체, 방송3사는 공동으로 대형 화면에서 HD 방송으로 월드컵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방송관’을 전국 8개 도시, 10개 지역에 설치했다.
디지털 방송관은 70~300인치 대형화면으로 HD 방송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월드컵 방송의 메카다.
이 방송관에서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3차원 입체영상 HD 방송이다.
월드컵 개막식을 비롯해 한국팀의 3차전을 포함해 모두 5경기가 3차원 입체영상으로 방영된다.
이 동영상은 다안식·다시점의 특수촬영 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관람객이 편광 안경을 끼고 보면 고화질의 3차원 영상이 뜨는 꿈의 방송기술이다.
이 방송관에서 또다른 눈요깃감은 쌍방향 데이터 방송이다.
관람객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출전 선수의 프로필이나 각종 경기통계를 리모컨 조작으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인기투표’와 같은 쌍방향 방송도 구현할 것이라고 디지털 방송관쪽은 밝혔다.
이밖에 각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버추얼 시스템도 이번 월드컵에서 선보인다.
TV 화면 속 경기장 위로 다양한 그래픽과 그림을 이용한 전력분석이나 경기통계가 나타나기도 하고, 각 팀별 전술을 분석한 작전판이 TV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또 인터넷과 TV 화면을 연동, 경기 관련 속보나 선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선보인다.
이번 월드컵에서 또 다른 총성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곳은 유무선 통신업체들이다.
특히 3천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외국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가장 날개 돋힌 듯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KTF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이므로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3세대 이동통신 CDMA2000 1x EV-DO를 5월초 상용화한 것도 월드컵을 겨냥한 발빠른 움직임 중 하나다.
KTF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개 도시 경기장에 ‘커머셜 존’을 설치하고, 동기식 IMT-2000과 자사의 CDMA2000 1x EV-DO 서비스 ‘fimm’을 시연하고 있다.
비록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는 아니지만, SK텔레콤도 3세대 통신서비스 경쟁에선 뒤질 수 없다는 각오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말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시작한 IMT-2000 서비스를 월드컵 기간 동안 26개 주요 도시로 확대했다.
또 연말에는 81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5월 중순, EV-DO 서비스를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삼성전자에서 제공받아 체험단에 공급한 상태다.
이통 3사, IMT-2000서비스 경쟁 국내 유일의 동기식 IMT-2000 사업자인 LG텔레콤은 월드컵 기간에 맞춰 EV-DO 시범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컬러 자바 서비스와 MPEG4를 이용해 영화 예고편과 광고, 뮤직비디오 등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신세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또 월드컵 경기장 주변과 호텔, 대학가 등 EV-DO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별도의 시연 부스도 운영한다.
이밖에 현대자동차와 함께 준비중인 텔레매틱스 서비스 ‘아톰’도 월드컵 기간에 시연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첨단 서비스도 제공한다.
KTF는 외국인 방문객들이 휴대전화로 월드컵, 관광, 교통, 숙소, 한국어 회화 등의 정보를 무선인터넷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월드컵 매직엔 외국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메뉴도 영어와 중국어로 동시에 제공하므로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사용하기에 불편이 없다.
SK텔레콤도 호주, 홍콩,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중국 등 6개국 관광객들이 자신이 쓰던 단말기와 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CDMA 자동로밍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모두 32개국 53개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자동로밍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외국인을 위한 3천대의 임대 휴대전화와 1천여대의 PDA를 비행기와 공항, 호텔 등에 비치하는 한편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을 동시에 지원해 교통과 관광, 월드컵 관련정보를 불편없이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에 들어갔다.
유선통신 사업자인 KT는 외국인들이 시내전화 요금만으로 5개 국어 통역요원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는 ‘외국인 종합 안내전화 1330’ www.kt2002.net를 개통해 운영중이다.
월드컵 기간중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샐러리맨도 이동통신 업체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월드컵 기간 동안 이동통신 3사 모두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삐삐’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전달된다.
MMS는 단순히 문자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화상과 음성, 문자를 동시에 사용해 실감나는 현장 소식을 전해준다.
사용자는 휴대전화를 통해 골을 넣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음향효과로 더욱 실감나는 경기장 분위기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전세계 통신기간망을 책임지고 있는 KT의 활약도 눈부시다.
KTF와 함께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KT는 유선랜 서비스 ‘엔토피아’(Ntopia)와 무선랜을 이용한 초고속 통신망 ‘네스팟’, 자회사인 KTF, KT아이컴 등과 협력해 제공하는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모든 통신망을 아우르는 전송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해 말 수용국별로 700회선의 교환시설을 구축한 데 이어 각 경기장 구내 케이블 구축도 완료한 상태다.
KT의 자회사인 KT아이컴은 이미 월드컵 개막식 둘째 마당에서 타악기를 상징하는 디지털 조형물의 실감나는 소리를 IMT-2000에 실어 시청자들에게 들려준 바 있다.
전세계 취재진들에게는 각 경기장과 코엑스 컨벤션센터 내에 네스팟 서비스를 제공, 최고 2Mbps 속도로 기사와 사진을 전송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에 더해 KT는 지난 5월29일 삼성동 코엑스 옥외광장에 첨단 IT 체험관인 ‘KT 플라자’를 개장, 월드컵이 끝나는 30일까지 운영하고 있다.
KT 플라자는 월드컵 경기 중계와 공연에서부터 외국인을 위한 풍물 체험장, 무료 국제전화와 영상통화 및 초고속 유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저린 다리를 주무르며 조그만 TV 화면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에서 벗어나 기술과 경제, 관광과 문화가 집약된 행사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450g의 축구공이 서울 하늘로 치솟는 순간, 방송과 통신을 중심축으로 한 첨단 IT 월드컵도 함께 시작됐다.
HD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2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HDTV를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수신기가 내장돼 있지 않을 경우 100만원 가량의 HDTV 셋톱박스를 별도로 사야 하므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런 ‘서민’들은 월드컵 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것일까.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PC에서 HD 방송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HDTV 수신카드를 PC에 꽂으면 된다. HDTV 수신카드는 TV 망을 통해 전송되는 HD 방송신호를 잡아 PC에서 재생해주는 장치다. 단순히 HD 방송을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방송을 녹화하거나 정지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외부 스피커와 연결하면 5.1채널의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다. 가격도 30만~4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현재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 www.dstreamtech.com, 매크로영상기술 www.mitinc.co.kr, 사람과셈틀 www.sasem.com 등이 HD 방송을 볼 수 있는 수신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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