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독일 주식시장 DAX에 등록된 30대 기업 사상 최고액이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도이체텔레콤은 급기야 주주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발표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몇년 동안 성장을 구가하다 지난해부터 침체에 빠진 이동통신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라는 새로운 말이 이동통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MMS는 이용자가 사진이나 동영상, 음성 등을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로 즉석에서 촬영해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단문 메시지 서비스의 후속작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좀 늦었지만, 선두업체 T모바일과 보다폰은 이미 서비스를 제공중이며 3위 업체인 E-플러스는 지금껏 일본 NTT도코모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제공하던 아이모드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MMS로 서비스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4위 업체인 O2도 연말까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MMS의 선구자격인 보다폰은 올해 ‘세빗2002’ 이후 시험 삼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9월말까지 MMS를 지원하는 카메라폰을 5만여대나 판매했다.
경쟁업체인 T모바일도 카메라폰의 놀라운 성공에 즐거워하고 있다.
지난 6주 동안 2만2천여대의 단말기를 판매했는데, 매일 2천여개의 MMS 메시지가 전송된다고 한다.
가격은 30KB당 0.39~0.49유로센트다.
비싼 이용료와 단말기값 덕에 시장 활력
두 이동통신 업체는 초기 성공을 발판으로 연말께 폭발적 수요 증가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최소한 30만MMS 고객을 확보한다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보다폰의 쿡츠코보스키 사장은 자신있게 말한다.
도이체텔레콤은 연말까지 40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서비스의 인기에 비해 당분간 단말기 공급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MMS 표준을 지원하는 카메라폰은 해상도가 80x60픽셀인데다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에는 플래시가 달려 있지 않아, 카메라폰의 작은 화면에는 충분하지만 PC 모니터로 보거나 프린트하기엔 화질이 형편없다.
검소하기로 소문난 독일 사람들에게 다소 비싼 MMS가 인기있는 이유는 선명한 화질보다는 순간의 느낌을 바로 전할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카메라폰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44%나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총 9500만대의 단말기가 판매됐다.
이중 97%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에서 판매됐고, 유럽에서는 30만대가량 판매됐다.
시장조사회사들은 MMS를 이동통신 업체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지목하는 데 이견이 없다.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2006년이나 돼서야 MMS 휴대전화가 대중화할 거라고 다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하지만 2002년 6800만달러에 불과한 유럽의 이동통신시장 규모는 그때까지 68억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의 분석가들은 좀더 낙관적 입장이다.
“MMS를 앞세워 이동통신 업체들은 2년 안에 20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시장 매출에서 MMS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규 가입자가 더이상 수익을 올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이용료와 단말기값 덕분에 MMS를 통해 짭짤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래서 MMS는 업체에 한계에 도달한 매출을 증가시켜주고 이익을 내는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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