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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SKT, 중국 진출 돌다리 건너 듯
[비즈니스] SKT, 중국 진출 돌다리 건너 듯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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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는 별 의미 없을 것 같다고 여기면서도 나올 때마다 꾸준히 믿어주는 거짓말이 하나 있다.
바로 해외진출건 또는 수출계약건과 같은 외국발 재료들이다.
대표적으로 ‘수출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와 같은 게 그런 예다.
하지만 기업들이 맺은 양해각서는 보통 본계약 이전에 중간합의 결과 정도를 담는 거라 꼭 본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법적 구속력도 없어 MOU를 맺어놓고도 조만간 없던 일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구체적으로 수출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발표하는 공급량과 가격을 보고 선뜻 그 규모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선사할 ‘립 서비스’용으로 해외진출건을 간간이 내놓기도 한다.
때문에 한 증시 전문가는 “기업들이 발표하는 해외진출건 가운데 70%는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외 진출에 대한 소식이 있다면 그것이 실제 수익으로는 얼마나 연결되는지, 그 진출이 기업의 전체 전략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점들이 단번에 이해되지 않을 때 생긴다.
최근 SK텔레콤의 중국 진출을 놓고 쉽게 좋다, 아니다 단정을 내리기 힘든 이유도 그 의미와 가능성이 한눈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SK텔레콤은 통신강국의 자존심을 중원에서 펼칠 수 있을까. 지난 1월16일 SK텔레콤은 베이징에서 중국 2위 이동전화 사업자이자 CDMA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중국에서 무선인터넷사업을 담당할 합자기업을 설립하기로 총괄계약을 맺었다는 발표를 했다.
중국법률이 통신사업에 대해 허용하는 외국인 최대 지분한도인 49%를 SK텔레콤이 갖고, 차이나유니콤이 51%의 지분을 갖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전형적 합자기업 형태다.
이 기업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외국업체와 최초로 손잡고 만든 통신서비스 합작법인이라는 점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몽골 진출시 겪은 뼈아픈 경험 특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SK텔레콤이 장고 끝에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방식 때문이었다.
보통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에는 지분 투자 형식을 취하곤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체는 주로 덩치가 커 투자하는 액수가 만만치 않다.
사업이 성공적이지 못할 때에는 막대한 금액을 날릴 수밖에 없다.
일본 NTT도코모는 지난 2년간 네덜란드 KPN모바일과 미국 AT&T 와이어리스 등 여러 해외 업체에 총 135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지분투자를 했다가, 투자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해 투자액의 절반을 날리기도 했다.
도이체텔레콤이나 프랑스텔레콤과 같은 유럽 업체들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SK텔레콤도 처음에는 비슷한 시도를 했다.
지난 1999년 몽골에 진출할 때엔 그런 방식이었다.
SK텔레콤은 몽골의 제2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카이텔에 25%의 지분참여를 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해외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나마 스카이텔은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 규모가 125만달러밖에 되지 않고,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더는 쓰지 않는 구형 아날로그 통신장비를 현물출자한 것이라 손실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로 해외시장을 뚫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톡톡히 확인해야 했다.
특히 통신시장은 다른 시장보다도 매우 ‘국수적’이라는 특징 때문에 해외 업체가 경쟁에서 지탱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통신서비스 수출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가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애널리스트는 “국가들이 네트워크 사업을 해외 업체에 맡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제약조건도 많고, 문화적 이유 때문에 본국 업체와 해외 업체가 경쟁할 때 마케팅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SK텔레콤 역시 몽골 진출을 통해 이런 점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SK텔레콤이 선택한 방법은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1회성으로 솔루션을 파는 방법이었다.
지난해 이스라엘 펠레폰과 대만 APBW에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판 것이 그런 예였다.
이 방법은 물건을 한번 팔고 마는 것이라 위험도는 훨씬 낮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늘리면서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게 아니라 수익성에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자부하는 SK텔레콤으로선 그런 한계를 벗어나고픈 욕구를 계속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강구했고, 그것이 이번에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무선인터넷 전문 합자회사라는 것이다.
일단 합자회사는 지분 투자에 비해 투자금액이 월등히 낮다.
아직 총괄계약 단계라 자본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작은 전문회사 하나를 세운 정도라 투자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
여차하면 치고 빠져나와도 큰 손실이 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해외 진출의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SK텔레콤이 현명한 방법을 취한 것 같다”는 것이 통신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자체 포털을 구축해 독자 브랜드로 차이나유니콤 가입자에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 1월말 예정인 합자계약 때 회사의 구체적 일정, 운영 방법, 인력 구성 등 세밀한 부분이 결정되지만, 일단 상반기에 준비해 7월말부터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합자기업은 차이나유니콤에 무선인터넷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해 수익을 거둘 계획이다.
총괄계약서에선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따른 정보이용료에 대해 SK텔레콤에 최우선으로 분배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미개척지 무선인터넷 시장, 장기 승부수 그러나 과연 이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거두게 될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
일단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CDMA 방식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중국에선 아직 크지 않다.
현재 중국 이동통신시장은 세계 최대 수준인 것은 확실하다.
2002년 11월말 기준으로 1위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 1억3천만명,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 7천만명 등 가입자가 모두 2억명을 돌파했다.
97년 이후 한해에 거의 두배씩 늘어나 2002년 한해 동안만 가입자가 5550만명이 증가한 엄청난 시장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SK텔레콤과는 다른 GSM 방식이다.
차이나유니콤이 CDMA 방식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 게 겨우 2002년 4월이다.
CDMA 가입자 수도 아직은 2천만명에 불과하다.
또 제공하는 서비스도 아직 중국에선 널리 소개되지 않은 무선인터넷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선인터넷시장이 커지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보통 통신 전문가들은 전체 시장에서 이동통신 가입자가 50%를 넘어설 때 다른 돌파구가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중국 인구가 12억명이니, 적어도 6억명 정도가 이동통신에 가입했을 때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세운 합자회사는 전체 2억 시장 가운데서도 10분의 1인 CDMA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것이라 단기간에 승부를 보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선 야심찬 첫발이다.
SK텔레콤이 다른 경쟁사들에 대해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제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모든 것을 개발해왔다는 것이었다.
손쉽게 해외 솔루션을 사올 수 있지만 독자 기술이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논리에서였다.
그 기술로 몽골,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들을 조금씩 두드려보았고 드디어 중국 땅에 조심스레 깃발을 꽂았다.
SK텔레콤은 관연 중원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가끔씩 한 기업에 국가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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