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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한국타이어, 대륙 무한질주
[비즈니스]한국타이어, 대륙 무한질주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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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4년 만에 승용차 시장 1위 등극… 해외 수출 전초기지화 야심 현대자동차의 ‘뉴EF쏘나타’가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승승장구할 때 기쁨을 함께했다.
기아자동차의 ‘천리마’가 뽀얀 먼지를 휘날리며 대륙을 누빌 때도 함께 있었다.
이뿐 아니다.
중국 시장을 주름잡는 전차종에는 어김없이 자리를 함께한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타이어다.
한국타이어가 중국 내 최고의 타이어 메이커로 자리잡으며 만리장성을 질주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타이어는 중국 승용차 타이어시장에서 27.4%를 점유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승용차 4대 가운데 1대는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럭과 같은 상용차나 특수차의 타이어를 포함한 중국 내 전체 타이어시장 점유율은 6.3%로, 전체 7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발표에 따르면 중국 현지법인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420억원으로 2001년의 2184억원에 비해 7% 정도 늘어났다.
2001년 80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15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99년 중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 이래 4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상황이 이러니 수출 업무를 맡은 한국타이어 담당자들이 “타이어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너스레를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국 현지법인의 한영길 본부장도 “중국 소비자와 자동차 메이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생산이 주문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지난해 순익, 전년보다 두배로 뛰어 중국에서의 활약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지 오래다.
지난해 6월 독일 자동차 전문지 '프로모빌'은 ‘2002년 경트럭용 타이어 성능 비교 테스트’에서 한국타이어의 ‘경트럭용 RA08’에 최고등급을 준 바 있다.
RA08이 고무배합과 구조설계 기술이 뛰어나 빗길과 코너링, 제동성 등의 평가에서 경쟁자였던 미셰린, 굿이어, 브리지스톤 등을 제치고 1위의 영예를 안았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이를 계기로 RA08은 포드의 프랑스·벨기에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트럭 ‘트랜지트’에 장착돼 전세계에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게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엔 또 다른 쾌거가 날아들었다.
세계 최다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독일의 '에이디에이시'가 주관한 타이어 성능 시험에서 한국타이어의 유럽 수출용 제품인 ‘K701’가 최고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K701은 제동력과 연비 등에서 경쟁 브랜드인 요코하마, 미셰린, 콘티넨털 등 세계적 메이커를 당당히 눌렀다.
당시 K701은 잡지는 물론 현지 방송과 신문에도 앞다퉈 소개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독일 폴크스바겐 계열 자동차 전문지인 '구트파르트'도 10개회사 제품을 비교 테스트한 결과 한국타이어가 소음, 핸들링, 회전저항, 제동력 등 9개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하면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한국타이어가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세계 유명 메이커를 물리치고 우위를 점한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타이어의 진출 전략은 크게 두가지였다.
우선 상품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이를 위해 중국 시장에 나와 있는 자동차들을 사전 분석했다.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을 집중 분석하고 현지 환경에 맞게 신기술을 접목해 상품성을 높였다.
세계 유명 메이커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브랜드보다 ‘뛰어난 기술력’에 승부를 걸었다.
디자인도 중후한 멋과 깔끔함을 살려 중국인들의 환심을 자극했다.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차량 구입시 자동차 브랜드보다 타이어의 브랜드를 먼저 따져하는 풍속도가 생겨나기도 했다.
가격면에서는 철저히 고가정책을 취했다.
한국타이어의 중국 현지 판매가격은 기본사양으로 800위안(12만원) 안팎이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미셰린, 브리지스톤 등보다 높게 책정한 것이다.
중국 현지법인 한영길 본부장도 “시장진입 단계부터 고가 정책으로 경쟁제품과 차별성을 부각했고, 품질면에서도 A급의 고품질 상품만 출시했다”고 말한다.
한국타이어는 출발부터 사전조사를 통해 중국 현지 환경에 맞게 대규모 사후서비스에 신경을 썼다.
예컨대 고객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거대한 땅덩어리 곳곳에 물류센터와 지점, 생산공장 등을 설치·운영했다.
중국 내 8개 지부에 50여개의 서비스망과 영업망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앞으로도 연간 2천만개 생산설비와 영업망, 서비스망을 갖출 계획이다.
한영길 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중국내 3대 자동차 메이커에 대규모의 타이어 공급이 가능한 생산설비와 중국 전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국 최대의 단일 타이어 메이커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한다.
런칭 시기도 절묘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 아래 타이어업체로 마지막 열차를 탄 것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를 끝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타이어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외국 기업의 진출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국타이어가 승용차 타이어부문 1위를 순탄하게 지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아울러 경쟁업체이자 한국 기업인 금호타이어와 함께 전체 시장의 15%를 호령하고 있어, 앞으로 몇년간은 무리한 경쟁없이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여유도 갖게 됐다.
일본 유수 업체와 휠 공급계약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과 고가 정책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한국타이어의 인기는 치솟았다.
여세를 몰아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액 3500억원, 순이익 250억원을 올리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매출액을 국내시장의 매출액과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려 해외 수출의 전초기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조충환 사장도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중국 시장 증시에 상장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대륙의 진군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의 열풍은 일본열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자회사인 휠 제조업체 에이에스에이(ASA)가 최근 일본 최대의 휠 판매업체인 브리지스톤과 3년간 3천만달러 규모의 알루미늄휠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또한 ASA는 이미 지난 4월 도요타의 자회사인 웨디스와도 휠 공급계약을 맺었다.
일본 휠시장의 절반 이상을 주무르는 두 업체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타이어의 해외시장 개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직도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타이어 강국의 기초를 중국에서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타이어 시장이 세계 최대의 격전지로 자리매김하기 전에 한국타이어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원은 “국가의 작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정책적 지원이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국내 타이어업체가 황제자리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인터뷰(한영길 한국타이어 중국 현지법인 본부장) “기술력과 고가 정책 주효”
=한국타이어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은.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 적중했다.
예컨대 초기 시장진입 때는 합자회사를 통해 우호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차츰 독자적 생산법인을 만드는 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지역밀착형 유통망을 넓혀갔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서 최고 브랜드 가치를 얻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 과감한 증설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위상은. -중국 시장 진출 3년 만에 매출 2184억원과 순이익 80억원을 달성하며 중국 내 최대 타이어 메이커로 성장했다.
중국 공장의 타이어 생산량은 755만개로,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 내 2위 규모다.
또한 중국 내 승용차타이어 시장점유율은 24%로, 타이어업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중장기 경영전략은. -일반타이어(래디얼)와 버스타이어(바이어스) 등 대량생산이 가능한 저비용 생산시스템을 중국 현지로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1단계로 2004년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천만개 생산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또 2010년까지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2천만개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는 장쑤공장 트럭버스래디얼(TBR) 생산라인 증설작업에 들어갔으며, 2004년까지는 6천만달러를 투자해 연 25만개의 TBR 타이어 생산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 표(중국 현지법인 현황) 공장명/ 위치/ 설립연도/ 종업원 수/ 생산능력 장쑤공장/ 중국 장쑤성 / 1998. 12/ 1500명/ 래디얼 6320개, 바이어스 3500개 자싱공장/ 중국 저장성 / 1998. 10/ 1200명/ 래디얼 1만4167개, 바이어스 1만7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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