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은 IT분야에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돈을 쏟아붓는 투자계획을 확정한 것은 물론, 조직 및 업무효율화, 운영비용 절감 등에 한층 박차를 가할 태세다.
향후 10년 동안의 투자액수만 10조6천억원에 이른다.
‘Excellence in Flight’라는 새로운 슬로건도 눈에 띈다.
이 뿐이 아니다.
A380, B777 등 첨단항공기 도입 계획도 속속 확정됐다.
이처럼 대한항공의 발걸음이 빨라진 데는 무엇보다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발빠른 변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변화의 첫 실마리는 지난 3월2일 열린 창사 35주년 기념식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 날 대한항공은 ‘중장기 경영전략 및 비전 선포식’을 갖고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밝힌 바 있다.
“고객의 감동과 가치를 창출하며 변화지향적 기업문화를 통해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한다.
” 대항항공이 외부 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중장기 비전의 알맹이다.
조양호 회장은 “스카이팀내에서의 역할 증대를 통해 선진 항공사 이미지를 다지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000년6월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세계적인 항공사들과 체결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내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기 위해 운송과 객실 규정의 글로벌 표준화, 첨단 고객서비스 기법의 도입 등에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물론 2002년 기준으로 전 세계 270개 항공사 가운데 화물부문 3위, 여객부문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이지만, 그간 늘 평탄한 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간신히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이번엔 9·11 테러, 이라크전쟁, SARS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 항공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는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이다.
결국 지난해엔 여지껏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 감량 경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서울 서소문빌딩과 제주 서귀포의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메리칸항공이 2002년도 결산에서 52억7천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정도였으니, 국내 항공사들도 적자를 피할 수 었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최근 대한항공의 발걸음이 눈에 띄는 건 이런 어려움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층 크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PPA) 회장사를 맡게 됨에 따라 대한항공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에 어느덧 속도가 붙고 있는 탓이다.
특히 화물부문에선 오는 2007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게 대한항공의 분명한 목표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발걸음에 암초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정부와 항공사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목표에 이르는데 많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노선망을 확보하거나 고객 서비스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일도 국내 항공시장에서 원활한 이해조정이 이루어질 때만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둘러싸고 얼마전 불거졌던 공정위와의 갈등이나, 중국노선을 둘러싸고 경쟁업체인 아시아나항공과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은 대표적인 사례다.
창사 35주년을 맞은 이후,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대한항공의 변신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두고볼 일이다.
항공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견주어 볼 때, 대한항공의 변신을 지켜보는 세간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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