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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MBA리포트] 미국 경제 암초는 커져가는 불평등
[이원재의 MBA리포트] 미국 경제 암초는 커져가는 불평등
  • 보스톤=MIT 슬론 스쿨
  • 승인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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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이미국경제를망친다고요?그건엄청난과장입니다.
경기가좋아지고일자리가좀늘어나면바로사라져버릴이슈지요.하지만미국경제를위협하는문제는분명히있습니다.
바로커져가고있는불평등입니다.


로버트라이시는작았다.
연단에선그의키는그를에워싸고귀를기울이는MBA학생들의3분의2밖에되지않았다.
그러나그는거대했다.
그의지식은보수와진보,역사와경제,과거와미래를넘나들었다.
확신에찬목소리로그의음성은강의실에쩌렁쩌렁울렸다.
하버드대경제학교수이며,클린턴전대통령의친구이자그내각의노동부장관,이렇게가장미국적인‘주류’의위치를거쳤으면서도그는여전히‘대안’의목소리를힘있게전했다.



대선을앞둔미국에는부시와케리사이의설전이한창이다.
노동자에게일자리를만들어주고지켜줄것인가,그리고어떻게그렇게할것인가.부시의경제자문역인맨큐교수가해외아웃소싱옹호발언을한뒤케리쪽에서는국내일자리를창출하는기업들에게상대적으로세제혜택을더주는공약을들고나왔다.
반대로부시의경제브레인들은여전히해외아웃소싱자체는기업의효율성을높여고부가가치일자리를창출하는결과를가져올것이라며옹호론을펼친다.


MIT슬론스쿨을찾아온로버트라이시는그대답들에다시응답하는대신,질문을바꿨다.
이제질문은노동자에게무엇을줄것인가가아니다.
노동자를새로운경제와성장의지지자로만들것인지,반대자로만들것인지다.


“경제환경은급변하고있습니다.
해외아웃소싱은당연히늘어날것입니다.
요즘걱정처럼마케팅,재무,연구개발등고부가가치직업들도해외로많이나갈겁니다.
대신다른종류의지식집약적일자리에대한수요가빠르게늘어나리라는것도사실입니다.
그러나지식을갖지못한사람들은점점먹고살기가힘들어질겁니다.
이런흐름이미국노동자에게어떤영향을끼칠까요?정해진건없습니다.
우리가선택할문제입니다.


라이시교수는아웃소싱이미국노동자들을죽인다는생각에대해반대한다.
해외아웃소싱이오히려고부가가치일자리를늘릴가능성이높다고생각하는것이다.
여기까지는대부분부시정부를비롯해많은경제학자들과의견이비슷하다.


대신가정이있다.
미국교육시스템이이런고부가가치직업에맞는인력을끊임없이배출해내야한다는것이다.
그렇지않다면해외아웃소싱은재앙이다.


기실,해외아웃소싱은경제환경이급변하는과정에서불거져나온문제중아주작은일부에지나지않는다.
노동시장은점점더유연해지고있다.
호황중에도기업들은거리낌없이인력감축을단행하고있다.
고용없는성장은이제일시적인이상현상이아니다.
노동자1인당생산량을측정한노동생산성상승률은경제성장률을계속웃돈다.
경제도성장하지만기술혁신으로필요한노동력은더빠르게줄어들어서,성장이더이상일자리창출의동력이되지못하고있는것이다.
모든게반노동자적인흐름으로보인다.



노동자를변화의주인으로만드는2가지전제

로버트라이시는지금이야말로미국사회가어떤방향으로나아갈것인지를가늠하는중요한국면이라고지적한다.
이렇게나열하고보면모든변화가반노동자적인것처럼보인다.
하지만라이시는여전히낙관적이다.
그는2가지문제만해결해주면미국노동자들이변화의피해자가아니라주인이될수있다고말한다.


첫번째는교육의문제다.
이제학교는기술을가르치는곳이어서는안된다.
새로운경제환경에적응하는데판에박힌기능적지식은도움이되기보다는걸림돌이된다.
이보다는문제를정의하고,풀고,혁신하는능력을갖춰야급변하는환경에적응할수있다.
지식자체보다는생각하는방법,처음부닥친문제를해결하는방법을아는사람들이새로생겨날일자리에제대로적응할수있다.


물론미국교육은이런면에서는세계최고수준이라고할수있다.
하지만라이시는좀더나아가야한다고본다.
“지금공립학교는아이들에게지식을새겨넣어주는공장형교육기관입니다.
상위15%의부유층이가는사립학교들은아이들이스트레스에얼마나견딜수있는지를시험하는압력솥형교육기관이지요.어찌보면그들부모가사는방식을아이들에게강요하는교육이죠.이래서는미래형노동자들을만들어낼수가없습니다.
더개방적인교육시스템으로의혁신이필요합니다.


두번째는사회보장의문제다.
지금까지미국사회보장제도는기업에전적으로의존했다.
퇴직금과의료보험은모두기업에서책임지는시스템이었다.
그렇다보니일자리를잃으면생존권자체를박탈당하게되고,사람들은일자리에목을매게됐다.
그러나새로운경제환경에서노동시장유연성은막을수없는대세다.
상황이이렇다보니경제환경의변화를찬찬히뜯어보면당연한1가지흐름일뿐인해외아웃소싱에대해반대론자들이목청을높이는해프닝이생긴다.


이대목에서앞자리에앉아있던MIT슬론레스터서로교수의손이올라갔다.
“해외아웃소싱이효율성을높여전체파이를키운다는얘기는맞습니다.
하지만커진파이가어떻게배분될것인지는분명하지않습니다.
노동자는역시패자가되는것아닙니까?”


일자리가아니라소득에초점을맞춰야

라이시는바로받아쳤다.
“바로그이유때문에사회보장문제는국가가책임을져야합니다.
사회복지와일자리사이의‘디커플링’이일어나야노동자들이좀더자유로워집니다.
자유로워져야창의적이되고,더유연하고급변하는환경에걸맞는능력을갖출수있게됩니다.
국가의책임아래이뤄지는부유세나공교육강화같은게분배문제에대한답이될수있습니다.
”새로운환경에적응하라고손가락질만할게아니라,유연성을견딜수있는시스템을갖춰주어야한다는것이다.
초점을일자리가아니라소득에맞춰야문제해결이가능하다는얘기다.
한국에서도요즘제기되고있는‘사회임금’을강화해야노동시장유연화나노동의고부가가치화도가능하다는생각이다.


이2가지를갖추지않는다면,미국은노동자들을미국의반대자로만들게될것이다.
변화와혁신에성공하려면변화의주인공들에게적응력을키워줘야한다.


문제는불평등이다.
하지만불평등의원인과해결책을어디서찾는가하는것도매우중요하다.
원인을일자리에서찾아맞추다보니해외아웃소싱에반대하는목소리가높아지고미국의부유한노동자들이제3세계가난한노동자들과싸우는모양새가돼버렸다.
인도와중국노동자들을탓하던손가락은언제미국내흑인과여성노동자를탓하는손가락으로바뀔지모른다.
일자리에초점을맞추고노동자사이의경쟁을부추길수록불평등은커지며사회적약자들은점점힘들어진다.


지금이바로정부가전면에나서서노동자들이변화에적응할수있는시스템을갖춰주어야할때다.
그렇지않으면노동자들은새로운경제환경변화에강력한반대자가될테고,미국의진보,역사의진보를가로막게될지도모른다는게라이시의생각이다.


라이시가노동부장관일때,기업들에게4주동안의유급휴가를강제하는제도를도입하자는제안을한일이있다.
“모든사람이비웃었죠.글로벌경쟁력이다,효율성이다,온갖미사여구들이저를공격하는데동원되더군요.하지만간단하게생각해보세요.생산성과경제성장률을조금희생해서좀더나은삶의질,좀더평등한소득분배를이뤄낼수있다면이건선택할만한옵션아닙니까?”1996년클린턴1기내각노동부장관임기를마치고,그는2기내각입각제안을거부하고물러났다.
이유는‘아이들과시간을보내기위해서’였다.
그가힘주어얘기하는‘삶의질’과‘자유로운노동’같은단어들이더욱진지하게들리도록만드는개인사의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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