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인은 중국 CCTV 앵커인 루이 청강.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서구문화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자금성 안에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모독하는 스타벅스의 횡포에 대항하자”고 네티즌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 블로그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져 약 50만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네티즌들의 집중포화에 견디다 못한 스타벅스는 6년이나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자금성 내 스타벅스 철수사태는 중국의 ‘경제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포춘> 최신호는 “10여 년간 서구 문화를 흡수하며 세계의 일원으로 행동하던 중국이 고유의 자국 문화유산을 지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중국의 신 문화혁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청소년들의 88%가 중국 고유 브랜드가 우수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 브랜드 선호도(65%)보다 앞선 수치다.
맥킨지는‘메이드인 차이나’가 외국 브랜드보다 우수하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90년 당시 소니, 모토로라, IBM 에 열광하던 중국 소비자들은 최근 들어 중국 토종 브랜드인 하이얼(Haier), 아이고(Aigo)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폴크스바겐, GM이 주름잡던 자동차 시장도 중국산 자동차 브랜드인 질리(Geely), 체리(Chery)에 자리를 내줬다.
티파니, 알마니, 루이비통 등 외국 명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던 중국 상류층도 보다 ‘중국적인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한 벌에 3천달러에 달하는 디자이너 시아치 천의 옷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에서 착안했다.
‘중국의 샤넬’이라 불리는 시아치 천은 송, 청 왕조 의상에서 착안한 패션 브랜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 브랜드 컨설팅사인 벤처리퍼블릭 CEO 마틴 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비자는 점차 민족주의 성향을 띠게 된다”면서 “5천 년 간의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인들은 현재 중국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에 자부심을 느껴 지역적, 민족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신 르네상스’ 현상은 외자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중국정부의 노력으로 더욱 촉발됐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을 60%가까이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 내수 시장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해 가을부터‘중국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R&D부문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려, 값싼 노동력과 자원에 치중하던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과학기술부 유샹 부장권은 "향후 중국은 값싼 제품을 대량 생산, 수출하던 공장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포춘>지는 “중국 소비자의 경제 민족주의로의 회귀는 중국 기업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라며 “이 같은 열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화 제일주의’로 대폭발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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