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서비스 시장의 빗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AT&T,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과 보다폰, 프랑스텔레콤, 도이체텔레콤, 그리고 일본의 NTT도코모 등 세계적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중국 기업과 짝짓기를 서두르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대를 겨냥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과 휴렛팩커드를 선봉으로 한 컴퓨터 업체까지 대륙 정벌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중국의 통신서비스 시장은 상전벽해했다.
중국전신의 독점구조가 깨지고 유무선전화와 무선호출, 초고속인터넷망 등 통신서비스 분야에서만 모두 8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전신과 중국이동, 연통(聯通), 망통(網通), 중국위성(中國衛星), 길통(吉通), 철통(鐵通), 광전(廣電) 등 이른바 ‘통신8웅(八雄)’이 패권을 다투는 형국이다.
이들과 외국 업체 사이에 벌어지는 합종연횡은 가히 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짝짓기 구도는 대충 이렇다.
유선전화와 부가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인 중국전신이 AT&T, 브리티시텔레콤과 합작을 추진하고, 역시 이 분야에서 중국전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연통이 프랑스텔레콤, 도이체텔레콤과 짝을 맺으려 하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연통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는 중국이동은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영국의 보다폰, 일본의 NTT도코모와 손잡고 있다.
이들 가운데 중국전신-AT&T-브리티시텔레콤 합작이 가장 먼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AT&T는 지난해 12월 외국 통신업체로는 최초로 상하이에 IP네트워크 구축과 서비스 업무를 추진할 신천(信天)통신공사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중국전신 산하 상하이전신과 상하이시 소유 정보투자유한회사가 각각 60%와 15%의 지분을 투자했다.
중국 통신업계에서는 이를 외국 업체의 대륙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통신업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부르고 있다.
AT&T는 이미 브리티시텔레콤과 함께 콘서트(Concert)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강력한 공조체계를 구축해놓은 상태라 중국전신과 삼자동맹은 순탄하게 진행되리라고 예측된다.
신천통신공사의 영문 이름도 콘서트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심포니(Symphony)라고 정했다.
AT&T의 이번 합자회사 설립은 결코 갑작스런 성과가 아니다.
AT&T는 지난 93년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중국 통신시장도 머잖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개방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AT&T와 상하이전신은 끊임없이 합작방식을 협의해왔다.
결국 99년 중국의 WTO 가입 협상이 미국과 전격적으로 타결되자 합작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1년여 만에 중국 통신서비스 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이번 합자회사 설립으로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통신시장 개방 일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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