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과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가동 9년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을 발표한 이튿날인 9일 아침 북측 근로자들이 예상대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아침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측 근로자들 위한 통근버스 운영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해오던 북한은 지난 8일 5만 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의 철수와 개성공단 사업 잠정중단을 결정했다. 또 개성공단의 존폐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못된 입질을 계속해 시끄럽게 놀아댄다면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근로자 철수 카드로 위협한 적은 있지만 명시적으로 철수한다고 밝히고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북한이 공단 가동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이른바 '벼랑 끝 줄타기 시위'라는 게 중론이다.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결국 김정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 받고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한 대화와 협상의 수순으로 가기 전에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나 청와대가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차분하고 냉정히 대응하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이런 분석을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측의 통행제한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이 정상화보다는 실제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북측이 "존폐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밝힌데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통행 정상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이 입장을 번복하지 않는 한 폐쇄 수순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북측이 통행제한보다 더 상황을 악화시킨 마당에 정부가 기존 태도를 바꾸기는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지금 상황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우리 측 인원을 허용하면 원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현재 상황에서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결론내리자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이 실질적 폐쇄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그동안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 발전 입장을 표명해온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규모가 만만치 않은데다 정치적 문제로 의한 폐쇄인만큼 책임소재 문제로 내부 홍역을 치룰 수도 있다"며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현명한 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한편,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폐업상태로 돌입했기 때문에 향후 공단 입출입이 가능해진다해도 정상적 운영까지 적지않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