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의 선택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한다. 곧 다가올 열여섯 생일에 ‘선과 악’ 중 한 가지 힘을 선택해야만 한다. 수천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마녀의 기운을 갖고 태어난 소녀 ‘리나’의 선택에 따라 세상은 암흑이 될 수도,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유치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티풀 크리쳐스'가 빤-한 영화가 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탄탄한 원작이 터를 잘 다져놨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동명 원작 ‘뷰티풀 크리쳐스’의 뼈대와 실한 설정만 남겨놓고 대부분 가지치기했다. 소설 뷰티풀 크리쳐스는 출간 한 달 만에 ‘올해의 소설1위’는 물론 아마존 순위에서도 같은 년도 전체 5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국보급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
제레미 아이언스를 비롯해 엠마 톰슨, 에미 로섬, 비올라 데이비스, 앨리스 엔글레트로 등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다.
특히 원작 소설 집필 당시, 작가들이 주인공 리나의 삼촌 ‘메이컨’ 역에 대해 묘사할 때 '프랑스 중위의 여자', '미션', '다이하드', '로리타'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 제레미 아이언스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제공한 배우가 실제 역할로 등장했다는 놀라움에 이어 각색 작업에도 직접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하니 어찌 믿고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판타지계의 양대 산맥인 '해리포터', '내니맥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대모 엠마 톰슨도 빠질 수 없다. 엠마 톰슨이 분한 ‘세라핀’은 어둠의 마녀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엉뚱 명랑한 마녀가 아닌 ‘제대로 못된’ 마녀다.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 판타지, 멜로/애정/로맨스'다. 주인공 ‘리나’의 나이 열여섯, 동갑 남자친구인 ‘에단’과의 로맨스는 사실 재미없다. 뭐 그다지 달달하지도 아찔하지도 않다.
다만 영화의 주 무대인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개틀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떠나고 싶어 하는 청년일 뿐이다. 일면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역할일 수 있으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에단 역으로 등장한 ‘엘든 이렌리치’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스토커'에 출연했고 일찍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눈여겨 본 배우라는 사실. 배역의 한계일지 연기력의 문제일지에 대한 평가는 관객이 내리길 바란다.
이쯤에서 여주인공 ‘리나’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세상의 명암이 결정된다는 중차대한 운명을 타고난 그 무게감을 잘 견뎌준 배우는 할리우드의 신예 ‘앨리스 엔글레르트’로, 사실 기자에게는 좀 생소한 배우였다.
명작 '피아노'의 감독 ‘제인 캠피온’의 딸로 할리우드 엄친딸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진저&로사'로 런던영화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일단은 더 지켜봐야겠다. 그녀가 엄친딸 그 이상의 열매를 맺어낼지 말이다.
유치한 설정, 진부한 희망 속에서도 영화는 다행히 지루하지 않았다. ‘해피엔딩’에 집착하지 않는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다져진 ‘반전’에 대처하는 ‘내성’이 생긴 덕분이리라.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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