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재정 前통일부 장관
<이코노미21>은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문제로 6월10일 무산된 직후인, 6월 13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을 만나 당국회담 무산의 원인,배경과 함께 향후 전망과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6월 결렬 이후, 7월 4일 우리측 실무회담 제안 후 6일부터 ‘개성공단 당국실무회담’이 진행되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기를 바랍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전 장관은 “장관급회담을 다시 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개성공단을 위한 회담,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 등 별개로 ‘원포인트’ 미팅을 갖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조언해 주었습니다. 인터뷰 글은 가능한 대화말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습니다. (대담자 원성연 편집인. 정리 안성용 선임기자)
이재정 이번 논의과정을 보면서 세 가지 느낌이 있었다.
하나는 왜 이 정부가 과거 21차례 했던 장관급회담, 그것도 통일부가 주도해서 했던 일을 근본적으로 뭉개버릴 수 있나. 그러면서 상대하고 어떻게 얘기를 할 수 있겠나. 둘째, 6년 만에 열리는 회의고, 긴급한 현안이 개성공단 문제인데 안타까운 현실을 알고도 왜 회의를 무산시켰을까. 그럴 만큼 여유들이 있는 것인가? 셋째,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헌법4조에 보면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인데, 정부 스스로가 책임을 일탈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일을 보고 앞날이 걱정스럽다. 이제까지 21차례 회의하면서 ‘격’ 때문에 문제 일어난 적도 없고, 형식이 내용을 규제한다고 하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회담은 거의 매뉴얼이 있다. 그 내용이나 알고, 형식 얘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때문에 당국회담을 제의했다. 조평통 대변인이 당국회담 의제를 받으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6.15공동선언기념과 7.4남북선언 41주년도 같이 논의하자고 안을 냈다. 그런데 응답은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장관급회담 하자”고 제안했다. ‘격’을 깬 것은 우리가 먼저 스스로 깬 것이다. 감동받았다. 우리 정부가 통 크게 나가는구나. 대변인 성명에 장관이 나서서 답변하는 것은 굉장한 의지다. 회담 규모도 장관급 회담을 제안했다. 21차 마지막 장관급 회담 당사자로서 기대도 엄청 컸다.
김양건 북 통전부장의 수석대표 요구는 회담 무산용 카드
그리고 터진 게 ‘격’ 문제다. 나는 실무 준비하는 6월 7일 회담에서 합의문을 만들지 못하고 양측 발표문으로 각각 발표했다는 것으로 이미 회담이 물 건너가는구나 생각했다. 회담은 통상 양측 수석대표와 대표로 구성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나도 통일부 장관 자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수석대표 자격으로 갔다. 임명장을 받는다. 북쪽도 최고 통치자 위임을 받아 수석대표로 오는 것이다. 수석대표가 어떤 사람이든 남북간 회담에서는 문제가 없다. 최고 통치권자를 대신해 수석대표로 오는 것이다. 장관급회담은 장관급 실무회담이 아니다. 상부지시를 받아서 하는 회의다. 또 김양건이라는 사람을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통전부장이면서 당 비서로 노동당의 대남정책부터 공작에 이르기까지 총책임지는 사람이다. 나올 수 없는 사람이고 어찌 보면 나와서도 안 되는 사람이다. 이제까지 남북회담에서 누가 수석대표가 되는가를 예비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았고, 서로 장관급회담에서 누가 나오는지 논의하지 않았다. 예비회담 때 명단 가져오는 것이 통상이었다.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며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게 우리 정부가 북이 제안한 6.15 기념 공동행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북이 받아들일 수 없는 김양건 부장을 요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코노미21 현 정부가 의지가 없었나?
이재정 현 정부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회담을 열도록 노력했어야 하는데 끝까지 김양건을 고집하면서 그가 안 나오니까 우리가 내놓은 것이 수석대표에 차관을 내보내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예비회담에서 얘기한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하나는 대표를 5명으로 한다. 관행으로 보면 장관급회담이다. 차관이나 실무급회담은 다 3명이다. 거기다 북은 분명히 상급대표를 낸다고 했다. 상급대표의 ‘상’은 ‘上’이 아니라 ‘재상’할 때의 ‘상’(相)이다. 거기는 다 장관이 ‘상’이니까 그래서 ‘상’급 회담인 것이다. 이제까지 북쪽에서 열 때는 북남상급회담, 남쪽에서 열 때는 남북장관급회담이라 했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것이 ‘북이 상급대표를 낸다면, 우리는 남북관계를 책임성 있게 해나갈 수 있는 당국자로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면 남북문제를 책임 있게 해나가는 사람은 당연히 장관이다. 우리도 표현을 그렇게 했다면 거기에 맞게 내보냈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쪽의 약속 위반이었다고 생각한다.
북의 시그널 ‘대화로 풀자’ 재확인
이코노미21 일부에서는 북한이 미중회담을 보면서 남북관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제안하고, 실제 미중회담에서 원하는 답변을 못 들어 회담을 보류시켰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재정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주석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건의를 받아서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 북미대화, 북일대화, 6자회담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대화를 포함해서 하겠다는 것인데 북한과 중국의 매우 중요한 합의사항이다. 그리고 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얘기한 것이 큰 의미다. 2000년에 조명록차수가 클린턴대통령을 예방해서 외교적 대화로 평화롭게 한반도의 현안을 풀자고 제안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는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직후, 미중 간 정상회담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원칙을 제안한 것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국과 미국이 다 대화란 틀 속에서 협력해달라’는 요구로 생각한다. 북의 확고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군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대화로 하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얘기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무력대결의 긴장관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도 있고, 적어도 북한의 군은 그런 생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사실 그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화의 원칙을 확인했고, 미국도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한국, 일본,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간다는 원칙을 설명한 바 있다. 또 북일 간 대화도 이미 시작됐다. 이런 여러 환경에 의해서 남북대화를 북이 요구한 것이고, 북은 충분히 진정성을 가지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북의 동북아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본정책은 대화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출발을 남북대화로 풀려고 했는데 북도 실패를 한 것이다. 북에 대해서도 섭섭한 것은, 어렵게 그런 정책 아래 요구가 됐다면, 수석대표를 우리가 차관을 보낸다 하더라도 그걸 받아서 회담을 하면서 문제제기를 하면 되지, 대표단 보내는 것을 보류시킨 것은 유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남북간 신뢰는 만나는 과정에서 쌓이는 것”
이코노미21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재정 이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뭔지 잘 모른다. 내용과 방법을 잘 모르겠다. 다만 신뢰라는 것은 만나는 과정 속에서 쌓이고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나지 않고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부와 정부 간 신뢰라는 것은 대화를 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것이다. 특히 삼엄한 남북 군사대결을 하는 상황에서는 군사적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신뢰라고 얘기할 수 없다. 흔히 신뢰라고 할 때 군사적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코노미21 일부 언론은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재정 6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양측 보좌관들이 나와 브리핑한 내용이 각각 조금씩 다르다. 중국 양쩨스의 입장이 옳다고 본다. 그 발언은 북한에 압박을 가해서 핵을 해결하겠다던가,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고, 6자회담이라는 틀에 함께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6자회담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6자회담에서 만나봐야 소용없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보면 보수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본다.
핵문제를 생각해보자.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NPT조약에 의한 하나의 원칙이다. 즉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핵 보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냥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핵 보유 인정 못한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 91년 비핵화 원칙이 정해진 이후 우리 정부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도 다 같이 공유하는 것이고, 북의 경우도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 때마다 강조한 것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2007년 2월 13일에 2.13합의를 하면서 2년 전에 있었던 9.19기본합의를 어떻게 이행해 가느냐를 서로 협력하자는 얘기를 서두에 먼저 꺼냈다. 왜냐하면 북한이 제1차 핵실험한 이후 두 번째 장관급회담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강조를 했다. 20차 회담에서는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사실은 장관급회담이 일관성 있게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이 가지고 있는 현안들을 그때그때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풀어온 최고 고위급회담이었다.
“중국을 통해 북한압박하고, 북핵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오산”
이코노미21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다르게 지금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이 논의구조에서 밀려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는 생각이 공공연한데…
이재정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2012년말 북중 무역량이 거의 60억불이다. 내가 장관 그만둘 때가 18억 불이 채 안됐었다. 경제적 파트너로서, 역사적 관계로서의 북한에 대해서 중국이 강압적 수단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압박을 가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6자회담을 중국이 주선한 것이고,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국이 노력해 온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6자회담을 구성한 것이 동북아시아에서의 외교적 성과였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외교적으로 대단한 프레스티지(prestige; 위신,위세,명망)를 스스로 버리고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하겠는가. 다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요청을 하고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6자회담의 몫이다.
“북미 적대관계 해소 없이 한반도 평화체제 불가능하다”
이코노미21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정 북한은 미국에 의해 엄청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에 의해 무역제재를 하고 있고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막아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북한으로서는 근본적 과제다. 북으로서는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미국의 적대적 정책의 해소와 핵 선제공격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북미 간의 적대적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평화협정도, 한반도의 평화체제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로서도 북미 대화가 필요한 것이고 북미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코노미21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북미 적대관계를 풀어야 하고, 6자회담을 통해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가?
이재정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10.4정상선언을 합의하면서 내놓은 것이 종전과 평화체제다. ‘종전과 평화체제를 직접 관련국 3국이나 4국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서 같이 협의한다’ 대단히 중요한 진전이고 합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정전협정은 정전으로 이미 끝난 것이다. 정전협정이 만들어 놓은 휴전선만 있다. 실제로 중립국 감시국도 다 철수했다. 거기에 의한 (정전)체제는 거의 다 없어진 것이다.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느냐’, ‘평화협정은 새롭게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이산가족 상봉 등 사안별 원포인트 회담 필요
이코노미21 (장관급) 당국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조기 정상화를 위해 남북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이재정 당국회담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오려고 한 것은 실패를 했으니 무산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장관급회담을 다시 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개성공단을 위한 회담,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등 별개로 원포인트 미팅을 갖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즉 각각의 실무회담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현 상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문제는 시급한 문제들이니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요청하고 그 회담부터 하는 것이 오히려 순서로 본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개성공단을 위한 당국회담을 요청했을 때 북이 여러 의제를 놓고 당국회담을 받았을 때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먼저 하자라고 했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훨씬 더 복잡하지도 않고, 6년 만에 당국이 만나는 것인데 작은 것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당국회담이라는 것은 이렇게 오래 못 만난 상태일 경우, 만나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인천-개성-해주-남포를 연결하는 산업기지, 남북경제발전과 평화의 핵심
이코노미21 경협을 포함하여 바람직한 남북 관계에 대한 견해는?
이재정 7.4공동성명부터 88년 7.7선언, 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을 통틀어 보면 하나의 공통 합의가 있었다. 비록 서로 다르지만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모든 것을 대화로 풀자. 또 남북은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민족의 관계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 관계라는 것이다. 이 전제를 우리 정부가 확인을 하고 이 전제 위에서 남북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남북회담 무산의 교훈이 있다면, 서로의 체제와 정부 운영 구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편 개성공단은 북한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전방의 기갑사단과 포병연대를 송악산 북쪽으로 옮기고, 그곳에 당초 목적이 35만명 근로자가 일하는 2천만평의 거대한 산업기지를 만들려고 했고, 그것이 완성되면 당시 계산으로 연간 생산유발효과 97조원, 부가가치 25조원의 큰 규모로 구상한 것이다. 군사기지를 산업기지로, 산업기지를 평화기지로 바꾸는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대결구조를 평화구조로, 군사기지를 평화기지로, 대결을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는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60년 헤어져 살았는데 바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코노미21 통일부 장관 재임시절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은?
이재정 재임기간이 1년 4개월이었다. 이 기간에 남북 공식회담만 66회였다. 지금 와서 후회되는 것이 10.4정상선언의 합의사항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이행이 되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그 중 애석한 것은 백두산 관광이다. 공로로 백두산 직항로를 내는 것인데, 비행기가 북한 영공을 직접 가로질러 간다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육상관광 이상의 의미다. 김정일위원장이 직접 제의한 것이다. 그걸 못한 게 참 아쉽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변화를 가져온 이것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합의를 10.4정상회담에서 해놓고, 우리 정부 시절에 못해내고 물러난 것이 아쉽다. 시간적 제약이 있었고 그것을 처리해 낼 만큼의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내부의 이념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 때문에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을 만들지 못했다.
10.4 정상선언 때 큰 틀의 꿈이 있었다. 해주공업단지-남포조선산업단지-개성공업단지-인천/인천공항-한강하구의 개발-서울을 묶어서 결국 인천을 중심으로 인천-개성-해주-남포를 연결하는 산업기지건설.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남북 경제발전에 대단한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경제개발을 위해 대륙으로 가는 철도와 도로 개발이 된다면 남북 간에 충분한 협력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해 당시에 한 경협사업이,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광산 3개를 공동개발해서 광물을 받기로 했다. 2007년 12월과 2008년 1월에 각각 5백톤씩 총1천톤의 아연괴를 첫 대가로 받았다. 북에서 받아온 게 처음이었다. 큰 의미가 있고 중요한 전환점이고 이 경험이 경제협력의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많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 확보는 당시 생각에는 정부 예산의 1% 수준, 2~3조원을 매년 투자하면 그 자체가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가는 기반이 될 것이고, 곧 분단비용도 줄여갈 수 있고 통일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