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에 관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선거공약과 맞물린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이다. 이 두 사업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최초로 보편적 성격을 지닌 복지급여로서 도덕적으로 정당할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난한 노인의 비율이 45%를 상회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현실에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의 시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제도가 성립하게 된 이면에는, ‘노인계층’과 ‘아동양육 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선거에서 보여주는 노인계층의 단합된 정치적 힘은 가공할만한 것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무엇이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시행함으로써, 한국 복지국가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복지국가의 발전 이면에는 정치적 영향력도 없고, 어느 누구도 나서서 대변해주지 않는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게다가 최근 현 정부 들어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방안은 이러한 저소득층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 (1)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란 무엇이며, (2) 사회적 권리의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3) 대안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
‘생애주기형 맞춤형 복지’로 선거 캠페인을 하여 집권에 성공한 현 정부와 집권여당은 인수위 시절부터 기존의 저소득층을 위한 급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고 공언하였고, 개편을 이끄는 두 개의 축으로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 구축’과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을 설정한 바 있다. 즉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통합형 급여방식에서 탈피하여, 저소득층이 필요한 욕구의 종류에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급여를 개별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맞춤형 급여체계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근로능력자(가구)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이탈시켜서, ‘일을 통한 지원’, 즉 일을 해야만 최소한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기초법 개편의 시도를 정리한 것이다.
1. 관계부처 합동 (2013년 5월 14일), [맞춤형 복지를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개편방안]
2. 유재중 의원 발의 (2013년 5월 24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5113, 유재중의원 대표발의)
3.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편 연구진(2013년 6월 28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4. 관계부처 합동(2013년 9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5. 보건복지부(2014년 1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수정 검토안]
이러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의 맥락에서 현 정부는 (1) All or Nothing의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의 유인을 제고하며, (2) 급여별 특성 및 상대적 빈곤 관점(중위소득)을 반영하여 보장수준을 현실화하며, (3)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아래의 <그림 1> 참조).
<그림 1>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방안
위의 <그림 1>을 피상적으로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여 이제는 새로운 차원에서 수급장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탈수급을 촉진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 개편안으로는 보장성이 강화되지 않거니와,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을 촉진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물론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평가할 만하지만, 나머지 개편내용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현행 국민의 권리성 공공부조제도에서 행정부의 재량형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장에서 왜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는지를 질문의 형식을 빌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현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문제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목적은 국민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서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법 제7조에서 수급자의 생활수준이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소득인정액 + 급여 > 최저생계비] 보장함으로써 복지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이 확보되었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도적 핵심은 제7조의 내용에 있으며, 이를 부정하게 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적 권리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형 공공부조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유재중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법률안(2013년 5월 24일)]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권리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대표적인 개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 [개정법률안]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수정 검토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수정검토안(2014년 1월)], 이 두 문건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개편방안의 문제점을 질문 형식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개정법률안] 제6조에 따르면 최저생계비의 계측조항을 삭제하였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수급선정 기준과 급여의 기준을 정할 것인가?
[개정법률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체계상 모순된 점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최저생계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제2조6에서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제6조 1항과 2항에서 최저생계비의 결정방식까지 규정해놓고서는, 제6조 3항의 계측조사를 삭제하였고, 제20조 4에서는 생활보장위원회가 현행 최저생계비 대신에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정 검토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아예 최저생계비라는 개념 자체를 폐기하고, 대신에 제2조에서 ‘최저보장수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제6조에서는 빈곤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최저보장수준’의 결정 방식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는 우리 사회의 ‘표준가구’라는 개념에서 도출되는 기준이지, 결코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계측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 따라서 최저생계비 계측을 포기하고 빈곤실태조사로 대체하는 것은 공공부조대상자와 일반 국민을 본질적으로 분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개정법률안] 제7조에 따르면 급여의 수준을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아니라 ‘수급자의 소득 ․ 재산’을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하였고, [개정안] 제20조(생활보장위원회) 2항에서는 기존의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의 결정”을 폐기하고 “소득과 재산의 수준 등 급여의 종류별 선정기준의 결정”으로 대체하였다. 즉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적 기제인 소득인정액 제도를 폐기하고, 소득과 재산(소득⋃재산)을 분리하여 적용하는 예전 생활보호제도의 cut-off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개정법률안]의 골자이다.
하지만 2014년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정 검토안]에서는 소득인정액 개념을 폐기하지 않고 대신에 제8조 제2항 후단을 신설하여 “...생계급여의 수준은 생계급여와 소득인정액을 포함하여 생계급여 선정기준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소득인정액의 개념이 유지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도의 핵심적인 내용인 최저생계비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즉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행정부의 장이 자의적으로 정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사용함으로써 수급자의 권리성이 부정되고 재량형 프로그램을 전락하게 된다.
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수급자의 생계급여 수준을 차등하여 적용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 수준 모두를 행정부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방식으로 정할 것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원칙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일치시켜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법률안’ 제8조에 따르면, 생계급여 수급권자는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권리성 급여가 아니라 행정부처의 재량급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한 2013년 9월에 발표된 정부부처 합동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에 따르면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일정비율(30%)를 고려한 상대적 방식에 의해서 급여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일정비율을 못 박지 않고 ‘고려’하겠다는 것은 급여수준을 임의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결국 권리성 급여라는 현행법체계를 폐기하고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대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라. 집권 여당과 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현재의 최저생계비 제도를 부정하고, 각 개별적인 급여제도에서 중위소득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적 빈곤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 정당한 해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소득의 분포는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중위소득의 일정 기준과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라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즉 소득을 기준으로 상대빈곤선이 설정되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의 수급권은 ‘기본 욕구의 미충족’으로 발생하는데, 중위소득의 일정비율 이하의 소득(인정액)을 가졌다는 이유가 수급권 발생의 요건이 되는가?
상대빈곤의 방식으로 현재 기능을 가진 최저생계비를 존치시킬 수 있는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일치(소득인정액 + 급여 > 최저생계비) 시킴으로써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빈곤으로 바꾸어도 가능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상대적 빈곤방식이 정당한가?
중위소득 증가율과 (기존) 최저생계비 증가율의 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대적 빈곤 방식으로 수급자의 선정기준을 삼을 경우, 다른 제도 (예를 들자면 국민연금 등)와의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상대빈곤의 방식은 빈곤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일종의 사회지표인데, 이를 구체적인 공공부조 프로그램의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삼은 타국의 예는 있는가?
마. ‘개정법률안’ 제6조의2에서 규정한 ‘빈곤실태조사’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고, ‘개정법률안’ 제20조 제2항의 4에서 생활보장위원회가 결정하게 되어 있는 ‘최저보장수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바. 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All or Nothing” 체제의 문제점 때문에 개별급여 체제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가장 절실한 의료급여는 미세조정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급여에 따른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유재중 의원의 [개정법률안]과 보건복지부의 [수정 검토안]의 어느 조항, 문구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개정법률안]과 [수정 검토안]은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의 해소를 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는가?
차. 현재 최저생계비는 최저임금제도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준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즉 최저생계비는 비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과 급여기준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 및 사회정책의 기준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전형과 금융권의 대부기준 등 우리 사회에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위소득 50%를 공공부조 대상자(교육급여 대상자)로 확대할 경우, 이들 모두에게 지금과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공공부조 대상자의 성격을 어떻게 다시 규정할 것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방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명사회와 야만사회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문명사회는 아마도 그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집도 절도 없고, 손을 내밀 가족이나 친척도 없이 막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사회일 것이다. 역으로 말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제도화되지 않은 사회,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사회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하더라도, 결코 문명사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되가는 현재, 제도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되짚어서,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제시할 시점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침체 등으로 빈곤층은 늘어만 가는데, 수급자의 수는 전 국민의 3% 수준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인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과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권리성 급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 매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포하는 최저생계비의 금액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결정에 있어서 거의 물가상승률만 반영된 결과, 현재 최저생계비의 수준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셋째, 근로능력자 수급자들로 하여금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특히 자활급여는 노동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보다는 단순히 생계급여를 수급받기 위한 조건이행의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였던 정신과 가치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 개별급여의 방식, 보다 정확하게는 연계급여(associated benefit)의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고, 분절된 개별급여가 시행되지 않게 되려면 유기적으로 연계된 급여체계 개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계급여의 전제는 탈수급과 탈빈곤을 저해하는 주거, 의료, 교육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하여 탈수급 촉진의 기제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통합급여의 문제는 수급자가 중복으로 받지 않아도 될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급자 이외의 차상위계층(비수급 빈곤층 + 100%~120% 소득가구)을 위한 연계급여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적으로 완화하여 제도의 사각지대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117만 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이러한 절대빈곤층의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일부 교육급여, 주거급여만 미흡하게 제공받는 수급자를 늘리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셋째, 현재 최저생계비는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이다. 이를 기초보장법 정신에 따라 ‘지역별 가구규모별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를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대도시, 월세 가구 등은 현재 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생계비가 적용되고, 농어촌, 자가 등의 가구는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비가 적용되므로 현실에 부합되는 선정 및 급여기준이 된다. 아울러 장애인 가구, 한부모 가구, 학생이 있는 가구 등도 현재 보다 높은 최저생계비가 적용된다. 이 결과 형평성이 제고되고, 사회적 적절성이 제고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근로능력 수급자들이 탈수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현행과 같이 근로능력(가구)에게 단순 자활사업 참가를 조건으로 급여를 주는 방식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탈빈곤하기 위한 경로(pathway)를 제시하고, 이러한 경로의 이행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단순히 금전적인 수급을 넘어서서, 대인 상담 서비스와 지역사회의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 기초 지자체가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서비스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다섯째, 현재 전 국민의 약 5-6%로 추정되는 우리 사회의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제도의 수급규정 때문에 수급권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현존하는 욕구에 따라서 급여를 지급하는 유연한 제도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한 생존에 관련된 권리는 정부의 재정적인 여건이나 혹은 선의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근거를 가진 제도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인격적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문명사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편방향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문명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도덕적 토대를 허무는 일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