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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경제팀•김우중 갈등의 핵심?
DJ 경제팀•김우중 갈등의 핵심?
  • 원성연 본지 편집인
  • 승인 2014.09.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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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극복 방법과 철학 차이 때문…금융자본 VS 산업자본, 구조조정 VS 수출확대 등 입장 차 커

지난 8월 26일 싱가포르대학의 신장섭 교수는 <김대중과의 대화>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그룹 해체는 DJ 경제팀의 기획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대우그룹 부실화의 원흉으로 지목된 대우차는 당시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경쟁력과 기술력이 없는 기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의 이런 주장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언론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에서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그만큼 대우그룹해체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보도를 보면 “DJ 경제팀, 대우그룹 기획해체”, “DJ 경제팀 국내산업자본 희생시키는데 일역”, “DJ경제팀 산업자본 희생시켜 저성장 고착화” 등이다. 이 중에서도 ‘대우그룹 기획해체설’은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그 내용은 김우중 회장과 이헌재(금융감독위원장, 경제부총리), 강봉균(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장관) 등 당시 경제팀과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신 교수는 “이것은 대우해체의 ‘실체적 진실’에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체는 무엇일까? 신 교수는 “DJ 경제팀과 김우중 갈등의 핵심은 위기 극복 방법과 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제팀과 김우중의 갈등 때문이라고만 말하면, 갈등의 원인이 대우그룹에 대한 진단, 처방 특히 대우차에 대한 입장 차이 등으로 제한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 교수가 ‘실체적 진실’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교수가 말한대로 ‘갈등의 핵심이 경제정책과 철학의 차이 때문’이라면 갈등의 내용은 훨씬 넓어진다. 대우그룹, 대우차 등 대우 문제만이라 아니라 당시 IMF 체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은 해체 당시 재계 2위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그런 대우그룹이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9년 8월 대우그룹 해체 결정으로 무너진 것이다. 당시 정부의 입장은 대우그룹의 과도한 채무와 대우차의 부실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금난으로 어쩔 수 없이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신 교수의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신 교수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김우중 회장에게 책 발간을 제안하고, 20여차례 인터뷰를 통해 대우해체의 진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IMF 구제금융으로 국내에 금융자본 논리가 팽배해졌고, 김 회장은 재계 인사 중 유일하게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미 정책결정권자들은 미국식 구조조정만이 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생각하는데, 김 회장은 여전히 다른 길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팀은 IMF 극복을 위해선 ‘기업 부채비율 200% 이하, 금융기관의 BIS 비율 선진국 수준,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회장은 ‘수출 500억불 달성을 통한 IMF 탈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도 반대했으며, 한국 기업의 당시 부채비율 350%대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며, 이익을 내 부채를 갚으면 부채비율 또한 자연히 낮아진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당시 경제팀은 미국과 IMF가 요구하는 것을 충실히 따르는 것(현실적으로 금융자본의 논리)이 IMF 극복방안이라고 생각한 반면 김 회장은 산업자본을 육성하고 수출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 교수가 말한 ‘경제팀과 김 회장의 갈등 핵심은 정책과 철학 차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금융자본 VS 산업자본의 대립이었고, IMF 전까지 산업자본이 절대 우위였던 한국 경제가 IMF 이후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커지는 경제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고, 기업 대출이 줄어든 반면 개인대출이 늘어나는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저성장 고착화는 IMF 때 시행된 잘못된 정책 (산업자본에 대한 무리한 구조조정 추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였다. 사진은 대우건설 본사 출입문. 사진=뉴시스

신 교수는 “중진국에 불과했던 한국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려면 산업자본을 더 키우고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해야 했다”며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경제팀은 오히려 산업자본의 성장을 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정책 실패의 근거로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무역(현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종합기계 등 계열사들이 아직도 건재할 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부실 덩이리로 지목돼 제너럴모터스(GM)에 헐값 매각됐던 대우자동차의 주력 차종과 생산 기반이 이후 GM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한편 신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 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한 핵심 쟁점인 ▲부채비율 200% 규제의 근거와 효용성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차 비밀 인수의향서 ▲대우와 삼성의 자동차 빅딜 종용 배경 ▲대우그룹의 단기차입금 19조원 증가 원인 등에 해명하라며 공개 질의를 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8월 22일 MB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우그룹이 얼마나 큰 재벌그룹인데 무슨 사심을 가지고 해롭게 할려고 한다는 게 가능하냐”며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니까 대우그룹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시중에 퍼졌다”고 말했다. 대우그룹이 금융시장에서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 망했다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을 지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대우의 자력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의 공개질의에 대한 공개 답변은 아직 없다. 대우 그룹해체를 둘러싼 진실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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