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벨기에, 카타르 등이 포함된 상위 4번째 등급이다.
피치는 보도자료에서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갈등이 완화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계속 부담이 되고 있다"고 등급 유지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군사적 대립위험을 추가로 낮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긴장의 고조, 완화 패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 이행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깨지기 쉬우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통일 가능성이 단기간 내에는 높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정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은 올해 2.8%, 내년 2.7%로 다소 둔화할 전망이라면서, 수출 둔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도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으며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에 따른 장기적 문제도 지적하면서, 중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 수준으로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2020년까지 2.25%로 연 0.25%포인트 수준의 점진적 통화 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자본유출 폭이 커진다면 조기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한국의 올해 재정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8%로 낮아질 전망이지만, GDP 대비 38.1%인 정부부채는 현행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AA등급에 부합하고, 공기업에 대한 명시적 보증채무는 지난해 1.2%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체 공기업 부채는 하락했지만, 묵시적 우발채무는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한국의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투명성 제고, 정부·기업 간 분리 강화를 위한 개혁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구조적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하거나, 정부·공공기관 부채감축 전략이 시행되거나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가계부채 악화 없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대하게 악화하거나,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국제신용평가사들에게 최신 대북 진전사항과 한국경제 동향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