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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누구 거예요? 그걸로 돈 벌어 시민들에 왜 보상하지 않나요?”
“데이터는 누구 거예요? 그걸로 돈 벌어 시민들에 왜 보상하지 않나요?”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9.0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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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경제 활성화에 앞서 반드시 던져야 할 물음

자본주의는 ‘네 것이냐, 내 것이냐’인지를 따지는 걸 기본으로 한다. 이걸 잘 가르마 타놓지 않으면 ‘공유지의 비극’으로 흐르거나 ‘공동책임이 무책임’인 상황에 놓인다고 가르친다. 적잖게 타당하다. 물론 ‘토지 등 온전히 사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조건을 달아야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개인정보는 어떠한가? 시민들의 개인정보에 바탕한 각종 데이터나 ‘빅데이터’의 소유권은 누구에 있는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만 얻으면 그 활용의 결과로 얻어지는 데이터는 기업들의 것이 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얻은 수익은 온전히 기업들의 수익이 되는 것인가? 이제 이런 물음을 본격 던져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대통령은 지난 8월31일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로 새로운 산업을 도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데이터 규제 혁신 차원에서 ‘현재 개인임을 알 수 없는 가명정보는 기업들이 (시민의) 동의 없이 활용하되 식별화하면 형사처벌 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 방향을 밝혔다.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의 정보제공 동의제도 등의 규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애널리시스 메이슨, 2014년)인 반면,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국제경영개발원(IMD), 2017년),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로 데이터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동원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31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31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 청와대

식별 가능한 가명정보, 공짜로 제공하자는 정부

두 가지가 핵심이다. 개인임을 알 수 없는 ‘가명정보’는 동의를 거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 가명정보 식별화 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 등 사후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식별 불가능을 전제하는 ‘익명정보’가 아닌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명정보는 식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러 개의 가명정보를 교차시키면 ‘누구의’ 가명정보인지가 쉽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경고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시민들이 얻는 반대급부는 ‘데이터산업 활성화’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데이터산업 활성화로 좀 더 편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게 정부와 기업들이 내세우는 데이터경제 관련 틀이다. 앞서 제기한 근본 물음은 없다. 정부도 제기하지 않는다. 시장경제 따지기 좋아하는 경제신문들도 묻지 않는다. 데이터 앞에서는 ‘네 것이냐, 내 것이냐’에 대한 가르마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사라진다. 심하게 말해, 시민들의 개인정보는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공유자원(commons)처럼 취급된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져 왔다. 구글․네이버․다음 등을 포함한 무수한 국내․외 기업들이 ‘동의’라는 절차를 거쳐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수익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단 한 푼도 시민들에 지급하지 않는다. ‘정보의 활용에 당신이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이유에서다. ‘정보는 돈’이라면서도 정보는 거저 공짜로 얻고 있는 것이다. 특허권 등을 통해 보호하는 자신들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철통같은 가르마’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사생활 자기관리 기준의 강화인가? 데이터 공유지와 수익의 사회적 배분인가?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간주되는 상황에 비춰보면 역설 그 자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개인정보와 데이터, 빅데이터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접근법은, 기존 ‘사생활 자기관리’ 기준을 실효성 있게 정비하여 개인정보의 사적 관리 원칙을 개선하는 것이다. 개인 데이터의 초기 단계의 수집에만 집중돼 있는 법률의 초점을 데이터의 집적과 새로운 사용 등 후반 사용(downstream uses)에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떤 것은 명확히 금지하고, 어떤 것은 제한하며, 어떤 것은 새로운 동의를 얻도록 하고, 어떤 것은 허용하되 동의 무효의 권리를 시민들에 부여해야 한다. 새로운 동의가 없이도 허용돼야 하는 것들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확립해야 한다. 악용 위험성이 높은 일부 공공데이터(금융권에서 고객정보와 교차시켜 악용할 위험성이 높은 국세청의 공공데이터, 건강보험공단의 공공데이터)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 접근법은 ‘사생활 자기관리’라는 기존의 원칙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여 개인과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자가 선호하는 것이다. 개인에 관한 데이터 수집과 이용을 사적 회사들에 전적으로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자유롭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지’(data commons)를 설정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데이터 공유지의 가장 큰 자원은 일정한 비식별화 처리를 전제로 하는 공공데이터가 될 것이다. 비식별화와 재식별화의 경계가 애매하고 완전한 비식별화 조치는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없애는 상황에서 개인이 소유하는 데이터를 모은 ‘데이터 공유지’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은 사회화를 통해 전체 사회에 분배하는 것으로 푸는 방안이다. 물론, 식별화 행위에 대한 엄격한 사후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런 접근법은 데이터를 활용해 벌어들이는 모든 자본수익의일부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모든 시민에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배당’(universal basic dividend)의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기업공개 시 일정의 비율의 주식을 공공기관에 할당하고, 이 공공기관이 모든 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배당을 줘서 모든 시민과 개인이 모든 회사의 주주가 되는 방안이 제안돼 있기도 하다.

시민이 ‘봉’인 구조 바꿔야

첫 번째 접근은 동의라는 절차가 기업들의 알리바이 장치로 전락한 상황에서 ‘사생활 자기관리’ 기준을 치밀하게 다듬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동의 절차를 얻은 이후 마음대로 해오던 데이터의 집적과 사용이라는 영역에 분명한 가르마를 타주는 것이다. 두 번째 접근법은 사생활 자기관리라는 원칙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모여야 가치가 높아지는 데이터의 특성을 감안해 공유지를 설정하되, 지금처럼 기업들이 거저 사용하는 게 아니라 반대급부를 내놔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에 해당한다. 원유를 공짜로 쓰면 좋겠지만 산유국들이 망한다.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하면서 기업들은 시민들에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돈을 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시민을 ‘봉’으로 아는 구조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들에 물어야 한다. ‘데이터가 누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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