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8월 취업자동향조사 결과가 9월12일 나왔다. 1년 전과 견줘 취업자 수가 3천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달 전 5천명보다 증가폭이 더 떨어졌다. 예상과 다를 가능성이 없었기에 관심은 조금 다른 데 있었다. 석연찮은 이유로 인한 수장 교체로 통계의 독립성 논란을 겪으며 몸살을 앓고 있는 통계청 책임자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지켜봤다.
“인구요인만 가지고 실업률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조업을 비롯한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제조업 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조선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부진이 도·소매업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소매업 부진으로 아르바이트로 취직하려던 20대 청년들의 실업률도 증가했다.”(통계청 반현준 고용통계과장)
“(취업자 증가폭 둔화 등) 고용 문제는 구조적 문제, 경기적 문제, 정책 문제 일부를 봐야 한다 … (이렇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지난 8월2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에 결정적인 경기 둔화
두 설명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통계청 책임자의 설명에서는 김 부총리가 언급한 ‘정책 문제 일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정책 문제 일부’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청와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나 가계소득 격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나 가능성을 계속 부정해온 데다, 석연찮은 통계청장 교체의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정부에서 김 부총리 정도만이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둘째, 통계청 설명에서 ‘경기적 요인’을 강조하면서 인구요인의 설명력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적 요인’이나 ‘경기적 문제’는 ‘안 좋은 경기 상황’을 뜻하는 것일 게다.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제조업 부진, 투자와 민간소비지출 감소세 등에 따른 도․소매업 부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경기 둔화'로 요약된다. ‘경기 회복세’라는 공식 판단을 버리지 않으면서 투자와 민간소비 증진을 위한 확장적 재정지출을 정부가 최근 선언한 것도 취업자 증가폭 둔화에서 경기적 요인의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경재활동인구 감소가 취업자 증가 둔화로 이어질 논리적 이유 없어
셋째, 취업자 증가폭 둔화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통계청이 말하는 ‘인구요인’이 포함될 것이다. 인구 감소, 이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말한다. 이런 ‘인구요인’은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자주 사용해온 근거다.
예를 들어, “경제활동인구 증감에 따라 취업자 수가 늘고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증가 폭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를 모수로 하는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급감하고 있는 것”(선대인 9월4일치 한겨레 시론 ‘조중동’이 만든 가짜 호랑이)이라는 설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낳은 효과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일관되게 보이던 통계청도 인구요인은 빠지지 않고 거론해 왔다.
하지만 인구요인이 취업자 수와 갖는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감소가 취업자 증가폭 둔화로 이어질 논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업에서 학원이 줄어들거나 하는 것 정도가 확인 가능하다. 이런 부분을 빼곤 다른 요인의 변동이 없고 경제활동인구만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둔화할 이유는 없다. 경제활동인구를 구성하는 실업자 수가 줄어들면 취업자 증가폭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업자는 늘어나고 취업자 증가폭도 급격히 둔화하는 게 현실이다.
고용할 인재풀이 줄어 기업이 적게 뽑았다는 것인가?
찾을 수 있는 논리는 딱 한 가지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채용하고 싶은 인재풀이 줄어 채용을 하지 않을 때 취업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 과연 그런가? 청년 실업층이 100만명을 웃도는데, 마음에 들어 고용하고 싶은 사람은 적어져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갑했다는 설명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인구요인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에 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설명이 타당하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기업들에 필요한 인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한국의 인적 자본 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동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오히려 인구요인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난 7월 취업자동향을 설명하면서 나온 다음과 같은 설명이다. “특정 산업에서의 자동화 설비, 무인점포, 온라인쇼핑몰 확산 등 구조적 부분 등 전반적인 상황이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에 영향을 줬다.”(반현준 고용통계과장) 이런 요인들이 김 부총리가 말한 ‘구조적 문제’에 포함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폭 둔화에 영향을 줬다는 △자동화 △무인점포 △온라인쇼핑몰 확산 등은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라고 부를 수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 확산은 도․소매 분야의 취업자 증가폭 둔화에 분명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요인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업자 증가폭 둔화에 줄 수 있는 경로들에 새로운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도소매나 숙박 등의 업종에서 무인점포나 자동화 설비 도입을 촉진하는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다. 기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사용자가 임금 상승을 계기로 자동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꾀하는 것은 흔하게 벌어져온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