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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아프리카연합 간 자유무역, 재앙은 예고됐다
EU와 아프리카연합 간 자유무역, 재앙은 예고됐다
  • 자크 베르텔로 경제학자
  • 승인 2018.07.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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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수입품의 관세와 부가가치세 철폐에 따른 서아프리카의 누적손실액 322억 유로에 달할 것

자유무역의 바람이 검은 대륙을 향해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마무리 짓고자 비상호적이고 차등 특혜적인 조건을 조정하고 아프리카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 중이다.(1) 유럽행 아프리카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대가로, 아프리카는 유럽공동시장의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80% 철폐해야 한다. 한편, 아프리카 연합은 거대한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rican Free Trade Zone, AFTZ)를 구축할 목적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2017년 6월 16일, 니제르에서 아프리카 무역부 장관들은 아프리카대륙 내 국가 간 관세를 기한 내 90%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자유무역의 폭주는 특히 농업부문에서 주춤했다. 식량부족 심화 및 인구급증, 기후변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경우를 보자.(2)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1억 4,400만 유로 규모의 식량부족이, 2013년부터 2016년에 이르러서는 21억 유로로 심화됐다(기본 식료품이 아닌 카카오까지 추가하면, 식량부족은 25억에서 75억 유로까지 폭등한다). 게다가 UN에 따르면, 인구가 향후 2050년까지 2배로 증가하는 데 반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2℃ 상승하게 되면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농업생산량이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식량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견된다. EU가 요구하는 경제동반자협정에 따르면, 발효 후 5년 차부터 쌀을 제외한 곡류 및 분유를 포함한 기본 식료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그렇게 되면, EU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할 뿐 아니라, 우유 및 곡류(조, 수수, 옥수수)와 다른 전분성 식품(카사바, 마, 플랜틴)의 생산업자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왜? EU는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가

EU 집행위원회는 경제동반자협정을 ‘Win-Win’ 협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지역 국가(ACP) 대부분이 협정수용 후, 다시 말해 협정체결의 의지를 표명한 이후에 정작 체결에는 단호히 거부하는 것일까? 특히 2016년 서아프리카 인구의 52%와 국내총생산의 72%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의 경우가 그렇다. 나이지리아 대통령 무함마두 부하리는 2016년 2월 3일 유럽의회 앞에서, 경제동반자협정은 자국의 산업화 계획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탄자니아와 우간다 지도자가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EU의 주장대로 경제동반자협정이 그렇게 이득이라면, 어째서 EU는 서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3개(2008년 4월과 2012년 4월, 2016년 1월)의 영향평가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하는가?

EU 집행위원회가 2016년 보고서를 통해 경제동반자협정이 서아프리카의 곡류 수출을 10.2%, 쇠고기 수출을 8.4%만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발표했을 당시 아프리카 지역농업은 외면당하고 있었다.(3) 소지역의 주요수입 농산물인 곡류는 2013년에 1,610만 톤이었는데, 이 중 EU 공동시장으로부터 수입한 양이 280만 톤에 달했다(2016년에는 340만 톤으로 증가). EU는 2016년에 서아프리카에 총 8만 4,895톤을 수출한 반면, 수입한 것은 쇠고기 22톤에 불과했다.

실상 유럽산 수입품에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철폐에 따른 서아프리카의 연간손실액은 시행 첫해에 6,600만 유로에서 마지막 해인 2035년에는 46억 유로에 이를 것이며, 누적손실액은 322억 유로에 달할 것이다.(4) 그런데 이 손실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예정된 유럽의 원조로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집행위원회 협력부가 발표한 바처럼, 경제동반자협정 개발계획(EPA Development Programme) 지원액인 65억 유로는 일반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개발기금(EDF)의 14.5%를 부담했던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프랑스가 2017년에 협력예산을 1억 4천만 유로 삭감하면서 전망은 그만큼 어두워졌다.

유럽으로서는 막대한 이익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유럽 및 국가 정치 책임자들은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을 위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다음의 프랑스 기업들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주요 농산물 가공업체다. 로베르 파브르의 과일 회사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메룬의 바나나와 파인애플 대부분을 생산하고 수출한다. 아비장과 다카르의 그랑 물랭(제분소)과 세네갈의 제당업체는 얼마 전, 한 모로코 그룹에 매각됐으나 원래 밈란(Mimran) 그룹의 소유였었다. 볼로레(Bolloré) 그룹은 기니만의 항만시설을 감독하고 유럽행 제품 수출에 참여하고 있다.

EU는 자유주의 경제를 표방한다는 발표 후에 서아프리카행 수출에 지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2016년, EU는 곡류 340만 톤에 대해 2억 1,500만 유로, 유제품 250만 톤에 대해 1억 6,900만 유로를 지원했다. 같은 해 남아프리카행 수출지원금은 곡류에 6,000만 유로, 가금육 및 달걀에 4,100만 유로, 유제품에 2,300만 유로에 달했다. 마지막으로 1,800만 유로는 중앙아프리카행 유제품 지원에 사용됐다. EU가 역외국가를 대상으로 가공 곡류와 유제품, 육류에 부과한 관세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적용한 관세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와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국제금융기관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연합이, 2017년 말까지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를, 2019년 말까지는 아프리카 관세동맹의 출범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됐다. 전자는 55개국 간 관세 폐지를, 후자는 회원국에 역외공통관세 적용을 골자로 한다. 범대서양자유무역지대(영어로 TAFTA)와 캐나다-EU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비롯한 거대한 FTA에 현혹된 아프리카연합은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원했다.

“대규모 지역무역협정(경제동반자협정)의 출현은, 아프리카가 주요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이고, 이 위협은 가속화될 것이다. WTO나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에서 발생한 일들은 순전히 우리 손에 달려있다”라고 아프리카연합 산업통상위원인 파티마 하람 아실이 말했다.(5)

아프리카가 국제무역 이익을 기대한다는 것

검은 대륙이 갑작스레 국제경쟁에 뛰어들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헛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역사상 어떤 국가도 자국의 농업과 이제 갓 시작한 산업을 수입품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으며, 다른 국가에 맞서 경쟁할 만큼 충분한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었다. 게다가 발전을 이룬 국가들은 이미 혜택을 받았거나 유럽 공동농업정책의 일환으로 받는 상당한 보조금 등의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 서아프리카 농업생산자 및 농민단체 조직망 명예회장인 마마두 시소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말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게 우선 시장을 개방한 뒤 발전을 이뤄내는 최초의 사례가 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WTO의 공식포럼, 2014년 9월).

2016년 3월 9일 아크라에서 열린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의에서, 가나 통상산업부 장관인 에콰우 스피오 가르브라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의 성공 여부는 민간부문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에 달려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무역경영을 위해 채택한 규정들은 민간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민간부문의 관심 촉구나 참여는 필수적이다.”(6) 그러나 장관이 암시한 ‘민간부문’은 (효과적인 수입 보호 정책을 보장받았을 때 더 많은 수익과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수억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영세농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아프리카 국가 간 관세 철폐를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아프리카 민간기업과 아프리카에 정착한 수십 개의 다국적 기업을 지칭한다.

“확실히,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 있어 국제무역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도전이나 다름없다. 통상정책의 도구로 가장한 원산지 규정과 인프라 부족, 기술 장벽과 같은 제한이 계속해서 우리가 시장으로 진입할 기회를 가로막고, 다국 간 무역체제에 효과적으로 통합되는 것을 방해한다”라고 장관이 인정했다. 그러나 경제동반자협정이 아프리카 내수시장 보호에도 거대한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간과한 듯하다.

UN 무역개발회의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 중 특히 농업 분야에서 이익이 늘어날 것을 전망했다. 이 UN 기구는 “아프리카 농산물 및 식품의 수출(특히 밀과 곡류, (사탕수수와 사탕무의) 원당, (육류, 설탕 및 그 외 식품 등) 가공식품)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다”라고 저술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와 함께 아프리카의 농산물 및 식품 수출은 2022년에 기준보다 7.2%(즉 38억 달러) 증가할 것이다.”(7) 실제로 아프리카의 수입 의존도는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연간 밀수입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660만 톤(37억 유로 상당)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4,860만 톤(92억 유로 상당)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30만 톤(3,160만 유로 상당)에서 20만 톤(7,410만 유로 상당)으로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수출 대부분은 서아프리카에 해당했으며, 이외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출 상황은, 첫 번째 기간에 수입의 71%, 두 번째 기간에는 85%에 불과했다. 그사이 밀 적자는 5.5배로 늘어났다.

UN 무역개발회의는 아프리카 간 농산물 무역에서의 관세철폐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선전하면서, 농산물 시장의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모든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농산물 시장에 특별보호정책을 적용했다. 공산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농산물 시장은 스스로 수급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식품 수요는 안정적이지만, 농산물 가격 및 생산은 특히 기후적 변수를 따르며, 여기에 투기와 환율 변동에 민감한 국제가격(달러)이 변수로 작용한다. 사하라 이남에서 농민이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농산물 무역 자유화가 가져올 막대한 사회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자유무역지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아프리카연합은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자신들의 계획 앞에 산재한 난관들을 헤아려 봤을까? 2016년 거주민이 12억 명(2050년에는 25억 명)에 달한 이 거대한 대륙 내에 있는 나라들은 정치체제도, 세율규정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교통 인프라는 취약하기 그지없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도 260달러(부룬디)부터 6,510달러(보츠와나)까지 천차만별인 이 대륙에서 어떻게 통일된 무역규정을 세울 것인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는 몇 가지 안 되는 아프리카 교역품만으로 거대한 아프리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며, 이는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수입품의 유통을 원활하게 해줄 뿐이다”라고 <써드 월드 네트워크 아프리카>가 평가했다.(8)

비판적인 시선으로 과거 EU가 추진한 정책을 보면, 우리는 아프리카연합에 영감을 준 EU의 경제적 통합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아프리카 국가 간 무역이 전체 무역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EU국가 간 무역은 전체 무역 중 2/3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기적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EU는 언제나 GDP의 약 1%라는 매우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1/3 이상을 구조기금 및 협력기금에 할애해 저개발 회원국들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대륙에서는 회원국들 간 무역거래량이 미미한 데다가 이런 대책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위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바로 회원국 간 의미 있는 재분배정책 없이는(특히 아프리카 대륙 내 각각의 소지역까지) 지속적 경제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과 함께 최소한의 정치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보완책 없이 섣부른 자유무역 개방은 가장 가난한 지역과 세대를 소외시킬 뿐이며, 극복할 수 없는 정치 구조적 갈등 및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아프리카의 저개발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글·자크 베르텔로 Jacques Berthelot

경제학자이자 <농산물 가격 조정하기>(L'harmattan, 파리, 2013)의 저자

번역·김세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이코노미21>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과 기사제휴를 맺고 주요 글로벌 기사를 게재합니다.

(1) Jacques Berthelot 자크 베르텔로, ‘Le baiser de la mort de l’Europe à l’Afrique 아프리카를 향한 유럽의 죽음의 키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9월호.

(2) Henri Leridon 앙리 르리동, ‘L’Afrique, énigme démographique 수수께끼 같은 아프리카의 인구통계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1월호‧한국어판 2016년 1월호.

(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The economic impact.of.the West Africa-EU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2016년 3월.

(4) ‘경제협력협정 유무에 따른 서아프리카의 관세 손실’, 2017년 2월 7일, www.sol-asso.fr 참조

(5) 아프리카연합 사이트에서 발표문 전문, www.au.int

(6) 국제연합 무역개발회의 사이트에서 발표문 전문, http://unctad.org

(7) 국제연합 무역개발회의 자료.

(8) ‘Which way Africa' CETA’, <African Agenda>, vol. 19, n° 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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