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화두는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안전 문제도 중요한 사안이 됐다.
며칠 전 중국 지인이 러시아 위성통신(Sputnik)의 5월 24일 자 중문 기사를 보내면서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기사의 핵심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싱가포르 방문 기간 에 북한 내부의 쿠데타 발발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22일(현지 시간) 자 보도를 인용한 것이고, 한국에서도 24일 자 모 경제지에 보도됐다. 5월 17일 교도통신은 “볼품없는 (북한의) 비행기가 무사히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주길 바라지만 도중에 떨어진다고 해도 말할 거리도 안 된다”는 아소 부총리의 말을 전했다. 6월 1일 자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는 더 직설적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탑승할 전용기가 사이버 공격으로 납치되거나 심지어 암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일본이 이 같은 사건을 노골적으로 바란다는 의미를 지울 수가 없다. 남북미 대화 무드에서 소외되어 ‘재팬 패싱’을 당하고 있는 일본 우파의 불편한 심기는 이미 도를 넘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초대받지 못한 일본은 앞으로 진행될 비핵화 과정 중 북한이 주도하는 주요 이벤트 현장에서 계속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과 김정은 그룹에는 노후한 전용기가 편도 약 6시간의 비행과 약 9,600㎞의 왕복 비행 안전 여부, 필요한 연료의 충분한 공급 여부, 싱가포르 방문 기간의 안전 보장 여부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와 산케이신문이 언급한 내부 쿠데타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역시 심각한 고민일 것이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 시설과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군의 ‘참수작전’과 ‘외과수술’ 등의 무력 행사 진행 여부가 세간의 화두였다. 가능성을 높여가던 미군의 대북 군사옵션은 올해 김 위원장 신년사를 시작으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실효성이 사라지고 있다.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원만히 끝난다면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북한 체제의 안정 여부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김 위원장 신변 안전 문제는 한국과 미국에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중요한 협상 파트너가 되었으니 북한 내부 쿠데타 발생에 관한 고민도 같아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북한 내부 쿠데타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지도부가 생긴다면, 그 이후의 결과 예측은 어렵다. 확실한 것은 상당 기간 불안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쿠데타로 북한에 새 지도부가 출현한다면 이는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는 반미ㆍ친중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남북 대립구도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므로 북중러와 한미일 대립구도로 유도할 것이다. 특히 말만 앞세우고 국익 추구에 전념할 중국의 몽니 전술과 미중관계의 복잡한 함수관계로 북한 비핵화 국면은 더욱 엉킬 것이다.
둘째, 쿠데타 세력이 외세 배척과 북한의 자주성을 주장한다 해도, 문제는 북한 주민을 포함한 내부 반대 세력을 확실히 장악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내분이나 심지어 내전도 예상할 수 있게 하며, 남북미 대화 분위기는 불확실하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통한 개방 유도에는 가장 안정적인 대표성을 가진 김정은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남북미는 협상 분위기 유지도 중요하지만, 김정은과 김정은 그룹의 안전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 제고와 김정은 체제의 ‘친미화’를 유도해야 한다. 남북미 3자 빅딜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통한 북한의 개방에도 유리하다.
(출처 = 한국일보 칼럼 2018.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