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이후 북미 비핵화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젠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핵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이 절체절명의 기회와 과제는 시간이 “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절대 우리 편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8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과 김영철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을 연기했다. “분주한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일정이 명확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간을 갖고 진행할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북미정상회담일정에 대한 질문엔 내년초라고 답했다. 다만 북한과의 핵협상에 대해선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하면서도 대북경제제재는 유지될 것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진전의 전제조건이란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급하게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기조를 유지하는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즈와 워싱톤포스트 등 유력지들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협상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 상황대처능력이 탁월하다. 대통령재선이 가장 큰 목표다. 이미 가장 큰 허들, 미국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중간선거를 무난히 넘겼다. 이제 그에겐 다시 2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그는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북미협상을 마무리할 이유가 별로 없다. 초기 참담한 지지율은 40% 안팎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정책지지율도 50%를 오르내린다.
북핵과 관련 공조했던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 트럼프대통령은 이젠 명백한 입장차이가 발생했다.
가장 급한 것은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놓은 북한 비핵화 협상을 발판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렛대삼아 본인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제 그에게 가장 큰 목표는 북한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선물을 갖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 그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북한과의 주고받기”가 아니라 “확실히 받고 주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대통령이 다시 한번 운전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일부에선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전 북미핵협상이 다소 소강상태에 있을 때 필자는 북미핵협상이 미국 중간선거전 10월쯤엔 기초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3국 정상 모두가 같은 결과를 희망했고 절실했다. 다만 미중패권 전쟁 형태로 부상한 미중 관세전쟁은 가장 강력한 변수로 진단했다. 따라서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중 가장 중요한 키(key)를 갖고 있는 트럼프대통령이 가장 여유를 갖게 됐다.
트럼프대통령은 김정은위원장의 독재를 부러워했다. 미국은 민주정치제도를 갖고 있다. 그에겐 선거가 있다. 모든 것이 선거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그는 “America First”라는 미국 이기주의 기치를 내걸었고 어쨌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지지율 상승으로 민주당의 블루웨이브(Blue Wave)를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는 무리해서 북한의 Give & Take를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은위원장은 당장은 숨고르기를 하는듯하다. 김위원장은 트럼프의 중간선거 결과에 일조했다. 그러나 그가 얻은 결과가 별로 없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특히 문재인대통령의 방북과 북한주민들에 대한 문대통령의 공개적인 연설, 미군 유해송환 등 잇따른 유화조치를 취해갔다. 그럼에도 한미군사훈련 일시중단 말고는 얻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덜컥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엔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국가안보와 관련해선 마지노선이다. 신뢰가 여전히 부족하다.
북미핵협상이 장기화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정은위원장이 지루한 협상과 변하지 않는 미국에 태도에 반발한다면 심각해진다. 특히 미사일발사가 반복된다면 이번엔 이전 같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의 강력한 반발로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위원장이 올해 이룩한 성과, 세계무대에 정상국가 지도자로 부상한 그의 이미지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어쨌든 김위원장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처절하다. 시진핑정부의 이 정책에 대해선 중국인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미국과 다투면서 북한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정부도 만만치 않다.
북한으로부터 압박이 거세질 것이다. 유엔제재나 미국제재의 부분 해제가 어렵다는 것은 지난달 유럽순방에 확인됐다. 그렇다면 524 조치 해제를 해야 하는데 미국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북미 북핵협상이 지지부진 하다면 국내 여론도 등을 돌릴 수 있다. 경제위기 해법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문대통령은 결국 김동연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정책수석을 동시에 교체했다. 지지율은 다시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반전의 카드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북핵이슈가 장기화되면 지지율 회복이 어렵다.
국내외 문제가 다 어렵다. 정말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북한의 김위원장과 이제 정말 진지한 대화가 필요할 때다. 더 이상 북미협상을 위한 대리협상일 이유가 없다. 트럼프가 이전처럼 북미핵협상은 자기 것이라고 할 이유도 없어졌다. 트럼프의 정치적 여유는 북핵협상에서 독이다. 지루한 협상이 반복되면 시간은 트럼프 편이다. 따라서 이제는 문대통령이 북핵 관련 협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그간 북핵협상과 외교는 사실 국정원이 주도해왔다. 이제 통일부와 외교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통일부는 답답하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통일, 남북경협 주무부처인데 지나치게 눈치 보기가 심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압박과 미국의 감시를 넘어 정확한 남북경협 해법을 제시해야한다. 유엔제재, 미국제재에도 남북교류를 진행할 수 있다. 이현령비현령이 아니라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민간교류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
외교부도 그간 겉돌았다는 평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미국과의 외교에 정밀함을 더해야한다. 북한과의 협상결과를 미국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중재해야한다.
여론은 분명 만만치 않은 장벽이 될 수 있다. 여기엔 해법이 없다. 보다 빠른 가시적 성과들이 필요할 뿐이다.
트럼프대통령은 21세기 세계 정치사에 가장 큰 화제를 낳은 정치리더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북핵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로 회자되기까지 했다.
그는 절반의 성공인 중간선거 결과로 약간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지식인들에게 일방적인 비난을 받는 트럼프와 협력을 할 것 같진 않다. 러시아선거개입 스캔들, 섹스스캔들, 오바마케어 폐지, 멕시코 국경장벽설치, 중국과의 관세전쟁 등 수많은 문제들이 고개를 들 것이다. 물론 북핵이슈에 대해선 민주당이 더 완고해졌다.
트럼프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철저하게 내치와 외치가 연결되는 스타일이다.
그의 재선가도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또 역설적으로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이제 공격적으로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