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국 언론이 지난달 26일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察哈爾学会)가 영국의 홍콩 조차(租借)처럼 중국이 99년간 북한 영토 일부를 조차하는 자유무역특구의 개발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내용이라 차하얼학회가 공식 발표한 같은 달 29일 자 중국어 원문을 살펴봤다.
3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인민대학 세계정치경제ㆍ국제관계 석사로 차하얼학회 연구원이자 남방주말(南方周末) 부편집장인 차오신(曹辛)이 주도했다. 그는 필자의 지인이다. 여기에 문학박사인 지린성(吉林省) 사회과학원 한중푸(韓忠富) 연구원과 부연구원인 세계근현대사 석사 왕후이(王暉)가 참여했다.
이들은 10월 24일 베이징 차하얼학회 회의실에서 ‘한반도 정세 완화의 동북지방 경제발전에 대한 기회’라는 제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7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선양(瀋陽), 단둥(丹東), 옌지(延吉), 훈춘(琿春), 투먼(圖們) 지역의 학자와 지방정부 관원 및 일부 주중 외국 외교관의 의견을 종합했다고 한다. 조사 목적은 남북 대화로 북한의 경제개방 가능성이 높아지자, 접경 지역인 지린성(吉林省)과 랴오닝성(遼寧省)이 북한과 어떤 형태의 경제협력을 추구할지를 검토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북한의 일부 영토를 ‘조차지+자유무역지대’ 개발 방식으로 99년간 조차한다. 둘째, 북한 영토의 조차지는 중국이 주(主)가 되어 관리ㆍ운영하며, 북한이 보조한다. 셋째, 필요한 자금은 국제개발기금으로 조성하되, 미국과 중국의 자금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넷째, 조차지 후보는 황금평, 위화도, 나진ㆍ선봉, 청진항이다. 청진항은 특히 민군(民軍) 겸용이자 북한의 광물 집산지로서 중국의 경제적ㆍ정치적ㆍ군사적 목적인 동해 진출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차하얼학회의 고급연구위원이다. 내부 사정을 알기에, 몇 가지 오류는 수정하고자 한다. 우선, 한국 언론은 “연구팀의 현지 조사에 따르면 랴오닝성에 약 2만명,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구에 1만5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근무”한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오보이다. 중국어 원문은 이 수치를 중국 주재 한국 기관의 자료를 참고했다고 적었다.
둘째, 조차는 관할권도 넘기므로 식민행위의 의미가 있다. 조차를 일부 언론이 ‘임대’로 번역했지만 완벽한 오류다. 조차의 의미는 불쾌하다.
셋째, 차하얼학회는 ‘공공외교’와 ‘평화학’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라지만, 중국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ㆍ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인 한팡밍(韓方明)이 회장이다. 차하얼학회의 명칭에 ‘학회’가 있지만, ‘학회’보다는 ‘연구원’으로 번역하는 것이 성격에 가깝다. 민간 싱크탱크라지만, 주요 간부들의 배경을 보면 ‘1.5트랙’으로 봐야 한다.
넷째, 논리적 모순, 실증 제시 부족, 정해진 결론에 꿰맞추는 전개는 결정적 결함이다. 50%로 제한된 미중의 공동 투자에 중국이 조차지 관할권을 갖는다는 논리 모순이 대표적이다. 비전문가(?)들이 중국 위주로 조사한 보고서를 검토한 필자의 솔직한 평가는 “평소처럼 의욕만 앞섰다”이다.
끝으로, 조사팀 구성과 이들의 전공 및 학술 배경을 소개했듯이, 이들이 차하얼학회를 대표하지도 않는다. 차하얼학회는 소속 연구원의 연구 결과나 출판물의 발표회 요청에 대해 지원할 뿐이다. 공식 입장은 학회 대표가 직접 발표한다.
필자가 조사팀 보고를 평가절하하는 진짜 이유는 ‘조차’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 때문이다. 중국은 “조차는 ‘불평등 조약’이고, 제국주의 국가가 약소국 영토의 주권을 비합법적으로 제약하는 국가주권 평등원칙의 위반”이라고 정의한다. 조차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어도 문제이고, 없었다면 읽어볼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출처 : 한국일보 2018.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