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정부가 브렉시트(Brexit) 연기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하며 오는 3월 29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서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연기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메이 총리는 "우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했고, 2년의 시한을 둔 뒤 오는 3월 29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합의 하에 브렉시트를 단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6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이르더라도 이후 승인투표와 이행법률 심의, 비준동의 절차까지 3월 29일 이전에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하원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를 거쳐 탈퇴협정의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하며 탈퇴협정 비준동의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뒤 21 회기일 내에 반대 결의가 없으면 자동 통과된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이미 브렉시트 합의안 토론을 거쳤고, (별도로 열릴) 승인투표에서 가결만 된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비준동의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 제 시간에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EU를 떠나기 직전까지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를 미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가능한 한 빨리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새 승인투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도 이날 공영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연기는 정부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가 5월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영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클레이 장관은 "명확성 없이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바클레이 장관은 정부가 조만간 기업 등에 더 많은 정보를 배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전날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당초 이번 주로 전망됐던 브렉시트 추가 승인투표를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안전장치'(backstop)에 변화를 주기 위한 EU와의 논의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이를 마무리하기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체결한 합의안에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이 영구히 '안전장치'에 갇힐 수 있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왔다.
메이 총리는 오는 26일까지 EU와 합의를 시도하되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날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의원들이 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