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의 전유물인 금융결제망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결제시스템 이용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춘다고 25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지주사 회장·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인프라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행들은 공동 결제시스템을 구축,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일부 소형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만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를 모든 결제사업자와 은행 사이에도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결제망을 개방하는 것과 병행해 결제망 이용료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한다. 최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글로벌 수준을 감안해 이용료를 낮추는 데 (은행들이) 대승적 합의를 이뤄줬다"며 간담회 참석자들에 사의를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또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클라우드와 같은 개방적인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가 막힘 없이 흐르고, 이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인 기업에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글로벌 유니콘(Unicorn·창업 10년 내 기업가치 10억달러), 데카콘(Decacorn·기업가치 100억달러)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핀테크 기업은 금융권의 파이를 나누는 대상이 아니라, 파이를 키워줄 우리 금융의 미래"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 유니콘 기업을 금융그룹에서 키워주길 부탁드린다"며 "정부도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반드시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룹 내 핀테크 창업을 활성화하고,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인수해달라는 취지다.
아울러 그는 "4월부터 시행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른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최대한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한 JP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간편결제 등 금융플랫폼 경쟁이 격화하는 현실과 결제망 개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자사의 디지털 전략을 소개했다.
손태승 회장은 오픈 API, 클라우드 지원 등의 테스트베드 센터를 만들겠다면서 3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설명했다.
조용병 회장은 기술혁신 중소기업, 창업·벤처기업, 4차산업 관련 기업 등에 4년간 1조7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김도진 행장은 핀테크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IBK핀테크 드림랩(Dream Lab)'과 혁신기업 창업지원센터 'IBK창공(創工)' 등을 소개하면서 "공공기관까지 클라우드 활용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