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합의에 반대하는 일부 노동계 대표의 보이콧으로 파행에 빠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논의를 공식 종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21일 오후 의제 개발·조정 위원회를 개최한다. 의제 개발·조정위는 경사노위가 논의할 의제를 결정하고 쟁점을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회의에서 노·사·정 대표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보이콧으로 본위원회 의결을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19일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도출하고 이달 7일과 11일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를 열어 최종 의결을 시도했으나 두 번 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탄력근로제 합의 반대를 이유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본위원회는 노·사·정 대표 각각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
경사노위는 곧 4차 본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지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사노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 논의 결과를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며 경사노위 차원의 논의를 종결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면 최종 의결도 무산되지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복귀할 조건은 마련된다.
최종 의결은 형식적인 절차로,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에서 노·사·정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는 게 경사노위의 입장이다.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탄력근로제 외에도 사회적 대화의 과제가 산적해 있어 더는 파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경사노위는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합의를 최종 의결하고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의제별 위원회와 버스 업종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논의할 업종별 위원회 발족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본위원회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도 지난 18일 문성현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노동시간 개선위의 탄력근로제 합의 자체는 존중한다는 입장과 경사노위의 정상화를 바란다고 밝힌 만큼,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면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본위원회 불참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들이 지나치게 경사노위의 발목을 잡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국내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미조직 노동자를 대표하지만, 전국적인 조직망을 토대로 총의(總意)를 도출해내는 양대 노총과는 달리 조직적 기반이 취약해 대표성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경사노위 복귀를 위한 조건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본위원회에 참석해 미조직 노동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게 경사노위 안팎의 시각이다.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더라도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복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남아 있다.
경사노위는 소수 위원의 보이콧으로 본위원회가 공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는 이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 각각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은 주요 노·사단체만 참여했던 과거 노사정위원회 시절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소수 계층으로 참여 폭을 확대한 경사노위에는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일부 대표의 집단행동으로 위원회 전체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가 검토 중인 의사결정 구조 개편 방안에는 청년·여성·비정규직을 포함한 소수 계층 대표가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논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탄력근로제 개선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한 것을 수용한 셈이며 이에 따라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도 장외에서 의사결정 구조 개편에 반대하기보다는 본위원회에 들어가 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