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 노동자 1만명 서베이 결과 분석
노동자 재량권․커뮤니케이션 강화, 건강한 작업장 문화 필요
1980년대 이후 자동화와 국제무역의 영향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중간 수준 숙련이 필요한 생산직은 물론 사무․행정직 일자리가 감소해 왔다는 연구결과는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고숙련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숙련에 치우친 기술변화’의 출현이 임금 격차의 증가를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이 상징하는 새로운 정보기술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특정 일자리 자체를 통째로 없앨 수도 있지만 이보다 하나의 일자리(job)를 구성하는 여러 개의 작업들(tasks)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의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RISTEX)가 새로운 정보기술이 노동자의 일과 복지에 주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노동자 1만명을 서베이한 2017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게이오 대학 경상학부 교수 겸 일본경제산업성연구소 자문교수 이사무 야마모토가 최근 분석한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이 노동자 스트레스에 주는 영향’을 보면, 인공지능이 상징하는 새로운 정보기술은 고용과 임금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며, 직무 만족도, 스트레스, 건강 등과 같은 복지 측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관련 정보기술이 더 많이 채택될수록, 노동자의 직무 만족도가 더 높아짐과 동시에 일 관련 스트레스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원인은 노동자가 수행하는 작업의 중심이 고도로 반복적인 단조로운 작업에서 복잡한 문제해결이 필요한 작업으로 변화하는 데 있다. 노동자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작업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만큼의 시간을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더 복잡한 작업들에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직무 만족도 증가와 일 관련 스트레스 증가라는 모순된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 작업 복잡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 관련 스트레스를 받는 한편,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수록 성취감은 커지고 이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이유는 인공지능 관련 정보기술의 도입에 따라 작업 난이도가 증가하고 여기에 대처하려면 노동자는 새로운 숙련과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 수요(직무로 인해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런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호하지 않고 분명한 일의 목표 △높은 수준의 노동자 개인 재량의 허용 △계획에 없는 일의 최소화와 길지 않은 노동시간 등 건강한 작업장 문화 △관리자와 충분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동료 노동자의 지원과 신뢰관계 형성 △관리자의 능력과 역량 등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이런 요소들을 노동자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필요한 ‘직무 자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동자 복지 측면에서 인공지능 관련 정보기술 도입에 적절한 균형이 설정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