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등 전미경제학회 논문…공식통계 불완전으로 이 수치도 저평가 소지 높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소득불평등이 미국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의 불평등을 고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이름이 높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토마 피케티 등은 4월1일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비즈니스 리뷰’ 블로그에 ‘미국을 닮아가는 급증하는 중국의 소득 불평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피케티가 세계불평등연구소 연구원 리양, 미국 버클리대학 부교수 개브리얼 주크만과 함께 전미경제학리뷰(AER)에 실은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논문 내용을 보면, 중국의 상위 10%계층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27%에서 2015년 41%로 증가했다. 상위 1%계층의 경우 6%에서 2015년 14%로 급등했다. 상위 10%계층의 소득 증가분의 57%가 1%에 쏠린 셈이다. 반면 하위 50%계층의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27%에서 15%로 줄었다. 상위 10%계층과 하위 50%계층의 비중 차이가 없다가 2.7배로 벌어진 것이다. 중위 40%계층 비중도 46%에서 41%로 소폭 하락했다.
논문은 중국의 이런 추세가 발전국 중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과 매우 닮았다고 설명한다. 2015년 미국의 상위 1%계층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하위 50%계층은 12%다. 프랑스의 경우 이 비중은 각각 10%, 22%이다. 1970년대 말 중국의 소득불평등 수준은 유럽 평균을 밑돌았고 소득불평등이 가장 낮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과 비슷했다.
중국의 소득 불평등 심화는 상위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미국보다 훨씬 빠른 요인이 컸다. 1975~2015년 동안 상위 1%와 10%계층의 성인 1인당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각각 9.2%, 8.6%였다. 하위 50%계층은 4.5%로 이보다 낮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상위 1%와 10%계층의 성인 1인당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각각 5.7%, 3.0%였고, 하위 50%계층은 0%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프랑스의 상위 1%와 10%, 하위 50%계층의 성인 1인당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각 2.6%, 1.4%, 0.9%였다.
저자들은 이번 시도가 중국의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동안의 연구는 정부가 공식 발표해온 가계동향조사에 의존해 왔는데, 이번 연구는 2006년부터 중국 과세당국이 공개하기 시작한 과세소득 연 12만 위안(약 2천만원) 이상인 고소득자 수와 소득에 대한 통계를 결합해 추정했다. 발표된 고소득자 소득통계가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 정도는 크게 저평가돼 있고, 상위 1%와 10%계층의 국민소득 대비 비중 14%와 41%는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 불평등 상황은 한층 더 미국을 빼박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