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안 미중 무역협상 타결 전망…불성실 이행 때 관세 재부과 등 막판 쟁점
미중 무역전쟁 휴전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기술이전 강요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들 사안이 합의의 관건으로 꼽혀온 만큼 협상 타결 전망이 유력해졌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들이 4월4~5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4일 “(중국 쪽이) 지식재산권 저작물 침해, 기술이전 강요, 해킹 등을 인정했다. 협상 전까지 중국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엄청난 진전으로 그것이 좋은 협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들 사안은 중국이 인정을 거부해온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평가돼 왔다.
미국인 지분 100%‑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 2025년까지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지난 3~5일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고위급 회담에서 잠정합의안 작성에 들어가는 등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잠정합의문에는 중국시장 진출 때 외국인 지분 100% 지분 허용,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 등이 포함되며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이행기간은 2025년까지다. 이외에 중국은 ‘구속력이 없는 사안’에 대해 2029년까지 이행하겠다는 시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 100% 허용은 중국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기술이전 공유를 조건으로 해서만 중국시장 진출을 허용해오던 관행과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를 강제기술이전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 진출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이행하기까지 투자를 늦추고, 현재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단독 회사 체제로 변경에 나서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그 규모를 계속 늘려 2019년부터 향후 대두․옥수수․돼지고기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제품을 최대 1조2천억 달러까지 수입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미 대두와 옥수수, 돼지고기 등의 수입을 올해부터 크게 늘리고 있다. 잠정합의문에는 중국의 이런 제안이 담기는데, 정확한 규모와 품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이 2019년으로 이행 시한을 밝힌 ‘구속력이 없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상하건대, ‘비시장경제위’ 국가로 규정될 만큼 국가가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로 추정된다. 국가의 직․간접적 통제 아래에 있는 광범위한 국영기업 지원, 국영은행과 사실상 국영은행 등을 통한 우회적 보조금 등이 낳는 경쟁제한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협상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제안한 ‘경쟁적 중립성’(competitive neutrality) 개념을 받아들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개념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규제 준칙이 동일해야 하고 국가의 행위가 국영기업에 경쟁우위를 가져다줘선 안 된다는 규제틀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혼합소유개혁’이란 이름 아래 철도, 유니콘 등 3개 국영기업그룹 50개 기업을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는 개혁 시범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 3월28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지역경제포럼인 ‘보아오 포럼’에서는 혼합소유 개혁에 착수할 새로운 국영기업 명단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부과한 관세는 일정기간 뒤 철회…막판 쟁점은 합의 불성실 이행 때 재도입 여부
합의 이행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어떻게 할지는 협상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 쪽의 합의 이행이 불성실할 경우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이른바 ‘스냅백’ 조항을 합의에 넣자는 반면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위원회 설치를 통한 미국 관계자의 실사 등을 중국이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인 이행 강제 수단으로 관세 부과 이외에 달리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서로에 대해 각각 부과한 2600억 달러, 11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간(90일 또는 180일)이 지난 뒤 철회하는 쪽으로 두 나라가 가닥을 잡았다.
이행 강제 방안 등 막판 이견이 좁혀지면 두 나라 정상이 4월 중으로 만나 최종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협상 결과가 매우 좋아 보인다. 4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류허 부총리를 통해 전달한 서한에서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며 “무역협상안 담판도 빨리 마무리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 100% 자회사’, 한국 등 다른 나라에는 ‘그림의 떡’ 가능
이렇게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이 합의안의 영향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이해타산도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 증대가 다른 나라에 낳는 풍선 효과다. 중국의 수입선이 미국으로 바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과 육류 등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시장 진출 때 ‘외국인 지분 100% 회사’가 낳을 전망은 복잡하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한층 본격화할 수 있다. 미국 내 일자리 전망에는 부정적이다. ‘외국인 지분 100% 회사’가 다른 나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이 조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간 무역협정 체결 효과를 갖는다. 최근 중국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해 외국인이 51% 이상을 갖는 회사를 제도화시키는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나 일본, 한국 등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똑같은 대우를 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차별적 대우를 받을 경우 다른 나라들에 남는 선택지는 미국처럼 중국과 쌍무협상을 통해 해결하거나, 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으로 제소하는 방안이 남는다.
문제는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의 핵심인 상소기구(appellate body)가 올해 12월 10일 이후 전면 마비에 들어갈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최우선’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중국의 차별 대우 문제에 대해 ‘은근한 무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그동안 거부해온 상소기구 위원 선임에 나서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의 정상화에 나설 수도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소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는 정상화에 나설 동기로도 작용하지만, 역으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근거도 된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양자협상의 길을 활짝 여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합의는 세계경제에 중요한 불확실성의 제거를 뜻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짙은 안개가 몰려오는 나라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