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막바지 시간표 조율에 들어간 모습을 보여 조만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되고, 여기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과 중국은 이달 말부터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추가적인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내달 말 또는 6월 초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미·중 양측이 추가적인 대면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이달 29일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동행하며 그다음 주에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미 워싱턴DC를 찾는 일정이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들이 이런 미·중 협상 계획을 확인했다면서 양국 관리들이 5월 초 무역 합의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류 부총리의 5월 초 방미 기간에 관리들이 양국 간 협상 타결과 정상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발표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5월 말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순조롭게 합의가 이뤄진다면, 2주 안팎 합의문 문구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빠르면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27일) 전후로 서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중은 지난 1월 말 워싱턴에서 한차례 고위급 접촉을 했고, 2월 중순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2차·3차 고위급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베이징에서, 이달 초엔 워싱턴에서 각각 4차·5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협상 일정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고 그것은 양국에 모두 좋을 것"이라고 무역협상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좋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에 대해 아주 조만간 듣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류허 부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는 아마도 4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4주 내 무역협상의 마무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일정도 물밑에서 논의되는 분위기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중국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말 일본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6∼28일 새 일왕 즉위 후 첫 일본 국빈으로 방일한 뒤 한 달 만인 6월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CNBC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미·중 무역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면서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은 더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6월 말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갔으며 이후 협상 기한을 연기했다.
미·중 협상단은 무역전쟁 봉합 국면에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중국의 자국 산업 보조금 삭감, 관세 합의 이행 장치 등 광범위한 사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해 왔다.
무역 합의가 늦어지면서 내년 재선을 위해 움직여야 할 트럼프 행정부가 조속한 타결을 위해 중국에 대한 요구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는 징후도 잇따라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모든 것이 테이블에 있으며 후퇴는 없다"고 해명했으며 므누신 장관도 무역협정은 "양쪽에 실질적인 집행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